禁止를 금지하라 -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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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멋지고 도발적인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는 한 마디로 지나치게 '도덕적인' 사회다.
그래서 빨갱이도 안 되고, 좌익이나 좌파도 안 된다.
그 도덕은 '가진자를 지켜주는 도덕'에 불과한 것이다.
너무 도덕적이어서 '헐벗은 자'에게 돈을 팍팍 뿌리는 룸싸롱이 성업중이고,
도덕적으로 '욕망의 카타르시스'를 도와주는 '도우미'들도 숱하게 뛰어다닌다.
이른바 보도방(보*도매방이라는)이란 것들도 실존하는 프리섹스의 나라...

'성매매금지법'이 있다는 것은 '성매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반증 아닐까?

지승호는 '상식을 두루 꿰는 교양인'을 지향하는 인터뷰어다. 철학책같은 인터뷰를 지향한단다.
그의 지향은 맥락을 잘 잡고 있다. 우선은 그가 택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각 포스트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인물이어서 그렇다. 철학이 나올 법 하다.
칼럼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까는' 글이기 쉽지만, 인터뷰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접근하는'글이어서 좋다는 그는, 강준만이 자료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듯, 인터뷰이들이 대신 말해주는 것으로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펴는 사람이다.

아직도 온통 <금지 세상>인 이 땅에서 힘들고 멀기만 한 사회운동의 길을 '긍정적인 생각'이 세상을 바꿔가는 원천이라고 믿는 박원순.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가장 높고 크게 세울 수 있는 것이라는 20세기 최고의 작가 조정래.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연세대 교훈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란다.) 하는 자유주의자 마광수. 유림에선 그를 체제 전복적 인물이라한다는데, 문화 독재의 피해자들이 가득 모인 이 땅에서 마광수같은 자유주의자가 정말 필요하다. 입으로는 세계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봉건적 민족주의에 파묻혀 있는 나라(145)에서 마광수가 글을 쓰면 자꾸 누가 팔을 건드린다. 제발 그와 장정일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길위의 신부 문정현의 '남은 자'가 되겠다는 말씀은 시린 폭포로 쏟아진다.

멕시코가 나프타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어 미국과 높은 수준의 에프티에이를 맺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를 계속 발하던 정태인. 공병호 식으로 스스로 알아서 해라~ 보험이나 많이 들든가, 펀드를 하든가~ 하는 것 자체가 '자산'을 가진 자들의 방식이라고 깐다. 교육이 자산의 분배상태를 개선하던 시대는 가고, 거꾸로 재산 재키기로 작용하는 시대를 잘 읽어준다. 사는 게 무섭다.

삼성 엑스 파일을 까발렸다 엄청 피곤해진 이상호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나치게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많다'는 거란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전부 철없는 행위로 치부한다. 모든 운동권은 쉽게 매도된다. 황우석은 그 어른들이 감싸주었듯... 삼성은 그 자체가 어른 행세를 하려 드는 자유주의의 적이다.

사람들이 하나도 진지해지지 않고,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너무도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물, 분노가 느껴지지 않아서 그게 너무 가슴아파요. 온갖 문화의 야들야들한 벨벳처럼 소프트한 양식으로 결박하고 있기때문에 정치적 구호로는 절대 풀리지 않을 이 땅의 문제들이 이제 고착회되어가는 양태를 그는 또렷이 바라본다.

최승호, 한학수 팀은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그저 황우석 신드롬의 두려움은 이 땅에서 언제든 마녀사냥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아 무서울 따름이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이런 미친 책을 쓴 넘이 있고, 그 책을 알라딘의 바탕 화면에 확 깔아 뒀더만.

사람이 돈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이건희는 하지 않겠지?
이 땅의 어른스럽고 근엄한 사람들은 어른스럽게 '질서가 있는 자기 주장'을 하라고 공익 광고를 통해 말한다.
돌던지고 머리띠 매는 노동 조합이나 농민 조합 같은 막돼먹은 주장은 '쌍스런' 거라고...
점잖게 타이르신다.

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지만, 돈은 그 사람보다 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겠지?
돈으로 사람도 살 수 있고, 돈이면 명예 박사도 얻을 수 있는...
그래서 명.박(어, 이거 누구 이름이삼?) 주려는 대학에서 반대하는 소수의 학생들을 그 삼성에 취업하려는 많은 학생들이 막았다는... 역시 돈이 사람보다 꽃보다 아름다운, 그래서 장윤정은 '나는 당신의 꽃이 될래요, 오늘 처음 만났지만 내 사랑인걸요~~~'하면서 퇴폐 천민 저질 하류 자본주의 만세 송을 부른다.

'그들이...... 있어...... 진실은...... 외롭지... 않았다'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중간에 찍힌 스물 네 개의 말줄임표가, 금지의 송곳으로 찌르는 듯 하다. 느낌표 하나 붙이기가 그토록 어려운 '진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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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교정 하나!

怒는 '성낼 노'자다. '로'로 소리나지 않는다.
다만 희노애락은 발음이 껄그러워서 '희로애락'으로 변형시켜 쓴다.
'천인공노'에서는 '로'로 적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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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6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9-0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도서관에서 사줘야 읽으니 늦게 읽게 되네요.
즐건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