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 8.15에서 5.18까지
박태균 지음 / 창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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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국을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시켰다. 그렇지만, 한국엔 해방절이 없다. 광복? 빛을 되찾았다고? 그럼, 다시 조선 시대로 돌아간겨? 하긴... 이승만이가 양녕대군의 후손으로 프린스라고 꼴깝을 떨고 다녔다니 그런 이름을 선호했을 법도 하지만...

한국을 둘로 쪼개 놓고는, 미국이란 꿀물을 빨아먹도록 은혜를 베푼 나라.
국립종합대학을 만들어 이 땅의 지식인들과 지식의 수준을 '바나나'로 만든 나라.
통일을 꿈꾸는 여운형, 조봉암 등을 골로 보낸 나라. 그러다 뒤틀리면 김구나 박통도 보내버린 나라.

이 나라의 군사통수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거짓말을 외우며 나는 법관을 꿈꾼 적이 있다.
군사통수권은 일부가 대통령에게 있다. 실제로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다?
모든 영토에 주권이 있지 않다. 대추리처럼... 과거 그들이 지배하던 용산이나 부산의 하야리야부대 같은 곳엔 우리 주권이 머물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은 늘 그런 관계였다.

그렇지만, 한국의 지배층은 늘 '우방'으로서의 미국을 선전했고, 나도 어린 시절 코쟁이 미국의 나라를 몹시 동경하기도 했다. 그들의 것은 뭐든지 그럴싸해보였고, 고등학교 시절 미국을 보름 정도 다녀온 친구 녀석이 뻥을 섞어가면서, 미국에서 이티를 보았다는 둥, 극장에 가면 열 몇 군데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다는 둥 이야기를 해 댈 때, 나머지 우리들은 침을 흘리며 미국을 동경했다.

미국이 한국에 원조를 뿌린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 원조에 쌩유를 날릴 수만은 없다.
러셀이 귀납추리의 약점을 설명하면서 말했듯이, 매일 낟알을 주러오는 농부 아낙의 손은 사위가 온 날 닭의 대가리를 비틀 수밖에 없음이 필연 아닐까?

미국이 한국에 원조를 뿌린 것은, 일본과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해 주길 강력하게 바랐던 것 뿐이다. 일본은 원자탄까지 먹어 봤으니 미국의 쓴맛을 알테고...

그 기회를 이용하지 못한 이승만은 미국의 멱살을 잡고 드잡이질을 했지만 결국 낙마했고,
그 기회를 올라탄 박통은 장기 집권에 들어갔다. 마누라 이마빡에 재떨이를 집어던진 사건까지 알고 있던 미국에게 박통의 핵무기는 제거 이유로 충분했을 것이다. 결국 박통은 제거되었지만, 그가 남긴 향수는 그의 딸 박공주에게까지 전가되어 아직도 정치판도를 휘감고 있다. 이 슬픈 유전자여...

이 책은 한미간의 많은 자료들을 섭렵하여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책이다. 저자의 결론은 늘 그 자료들의 구성 의도대로 이끌어내 지게 마련.

한국도 나름대로 뭔가를 많이 얻어 내려고 하긴 했지만... 그것이 '국익'이었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그것은 국익보다는 '권력자의 이익'임이 더 정확했을 것이다.

광주에서의 미국의 태도는 이랬다. "미국은 자제를 촉구했으나, 필요하다면 병력 사용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사령관은 "당시 한국군 20사단의 투입을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한국 당국의 합법적인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다."

원조 없는 정부운영이 불가능했던 5,60년대의 역사가 <현대까지 미치는 학습 효과>를 준다. 아, 왜 민주 세력조차도 그 학습 효과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 사회가 알맹이로 민주화되기 전까지는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이적행위인 범죄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실리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도덕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 평화와 인권-는 실리 이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이 20세기 한미 관계가 한국에 가져다준 가장 중요한 학습 효과"일 것이라는 말로 저자는 글을 맺는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의문이다. 과연 한국이 평화와 인권이란 학습 효과를 습득한 나라인지가... 이 땅엔 자본주의가 썩을대로 썩은 미국에 버금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구더기만이 드글거리는 것은 아닌지...

10년동안 이를 갈던 세력들이 다시금 정권을 잡고, 조금이나마 싹을 틔워온 평화와 인권이란 토양에 제초제를 뿌려버리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나 아닌지... 조금씩 두렵다.

이 책은 창비라는 큰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데도, 한글 맞춤법을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그런 것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인데...
싯점, 댓가, 촛점... 등은 한자어로 이루어진 합성어기때문에 시점, 대가, 초점으로 써야 옳다.
그리고 경음으로 적을 필요가 없는 소리들도 경음으로 적어서 도대체 이건 창비사의 문제인지, 저자의 의도인지를 의문갖게 만든다. 둘다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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