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의 의미 - 어느 재일 조선인 소년의 성장 이야기 카르페디엠 14
고사명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나의 정신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나는 세상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특히 일본놈과 공산당에 대한 공포로 어린 시절 공포에 대한 두려움이 체화되었던 것 같은 느낌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그저 책에서 읽은 공포의 교육만으로도 효과가 이럴진댄...

이 책의 지은이는 '서경식'선생처럼 재일조선인이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섞이지 않은 핏줄의 한국에서 이방인이 느껴야할 낯섦은,
섬나라 일본도 그닥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그것도 조선인이란 식민지의 '짐승같은 존재'들에게는... 그것도 그 식민지였던 나라가 아직도 제대로 주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나라임에랴...

아, 어린 삼이에게 나는 참으로 미안했다.
그 조국이 비록 해방되었지만... 집안 싸움과 권력 지키기에 급급하여 제 동포를 올바로 돌보지 못했고, 오히려 내쳐버리고 있었음에... 아직도 그 싸움과 지키기는 팽배하여 수요 집회를 하는 정신대 할머니들이 빨리 죽어버리기를 바랄 한국 정부의 무기력에 대신 미안했다.

작가의 프로필을 무심하게 읽다가...
43세때 외아들이 자살한... 이라는 대목에서 눈이 컥, 멎었다.
숨이 아니라, 눈이 막힌 느낌이라니...

작가 본인이 자살한 것도 아닌, 외아들의 자살이란...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상냥함'은 정말 <상냥하지 못함>에 대한 반어가 아닌지... 의문이다.

나는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의 기본은 <상냥함, 친절함>이라 생각한다.
권위적인 인간들의 공통점은 안 상냥함과 불친절함이기 때문이다.

아... 삶의 팍팍함과 부조리에 질린다. 그렇지만, 살아가는 구차함이여...
밥벌이만 구차한 것이 아니다. 사는 게 모두 구차하다.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내 뜻대로 살려고 하는 게 뭐 있었나 생각해 보면...
내 뜻도 세우지 않고, 되는대로 수동적으로 살고, 피동적으로 살고, 나의 <얼>을 돌보지 않은 채,
그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수십 조개의 세포를 주시고, 내 심장의 혈액이 폐혈관의 신선한 산소들을 호흡하며 온 몸으로 헤집고 다니는 기적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셨을 때엔,
되는대로 살라고 보내시진 않으셨을 터인데 말이다.

'산다는 것의 의미'와 상냥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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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8-13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는 고마운 리뷰입니다. ^^

향기로운 2007-08-1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 가슴이 막 아플것 같아요.. 그래도 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