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름들 - 세계현대작가선 11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문학세계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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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이면, 하필이면 중앙 등기소일까...

사람에겐 늘 뭔가가 따라다닌다. 직업이나 지위, 환경 같은 것이...
그렇지만 인간의 근원을 캐들어가다보면, 누구나 한 장의 종이 조각에 제 이름을 기입함으로써 존재했고, 그 종이 조각이 죽음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삶이 해체된다. 등기소에선 몇 개의 글자로 된 이름과 날짜 외엔 아무 것도 아닌...(178)

중앙 등기소는 그런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라고는 모두 직책으로 불리거나, 일반 명사로 불린다. 그것도 부정칭으로... 어떤 모르는 여자, 1층 할머니, 3층 여자... 등. 소설가 자신의 이름인 쥬제가 유일한 고유 명사다.

맨 앞, 증명서 : 너에게 붙여진 이름은 알아도, 네가 가진 이름은 알지 못한다.

이게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된 모티프인 것 같다.

모든 것들을 소외시키는 주인공, 그에게 의미로 다가온 한 모르는 여자의 이름은 결국 자살로 마감하고, 그의 삶은 다시 소외와 무명으로 달린다. 자기 이름을 알 뿐, 자기가 가진 이름조차 알지 못할 따름인지...

자살한 사람들이란 누구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게 틀림없기 때문에 무덤의 번호표를 바꿔버리는 양치기. 아, 이렇게도 고독을 절절하게 탐구한 이야기가 또 있었을까?

사망 진단서를 잃어버린 죽음. 종이 조각으로 존재하는 삶에게 그 삶이 죽은 후 종이 조각의 분실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세상은 아무 의미도 없어.(247) 주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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