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짖자.
로 시작해서,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싫어...로 끝나는 소설.

한번 짖어 볼까나... 하고 짖어 두고는 나는 내 짖음이 싫다는 거였을까?

눈먼 자들의 도시에는 실명을 한 사람들일망정, 백색 실명이라고 할 정도로 어둡지 않았다.
그 책의 표지가 하이얀 색이었던 것도 일종의 알레고리였을까?
이 책에선 그 실명증 환자들이 눈을 뜬 지 4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표지도 검고 내용도 검다.

아. 마. 도...
정치가들이 주로 등장해서 그럴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정치가가 아닐까 싶다.

정치의 abc...라는 게 있다면,
a에 해당하는 것이 뭘까?

그건 바로, 심각한 문제 상황에서 자기만 쏙 빠져나오기 위해 '희생양'을 만드는 실력 아닐까?

이 여자와 백지 투표라는 이 새로운 전염병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든 없든 그 연관을 확립하는 것이다...(272)
그냥 목표로 삼을 과녁이 필요할 뿐이야...(336)

이런 것이 a다.

그 희생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b란 증거가 필요한데, 그 증거를 만드는 실력도 정치가의 솜씨다.

증거란 필요하면 나타나게 마련이기 때문이오. 부인, 반박의 여지없는 증거를 한두 개 만들어내가만 하면 그만이거든.(325)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경정의 멋진 한 소리.

꼭 눈이 멀었을 때에만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게 아니야.

눈먼 자들의 세상에 비해 눈뜬 자들의 세상은 훨씬 혐오스럽고, 희망이 없어 보인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모티프에서 좀 덜 신선하고, 진행도 좀더 느리지만, 담고 있는 함축은 큰 것 같다.

한 손이 다른 손을 씻는다.
고장난명 孤掌難鳴 이랬던가. 손바닥 하나로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더러운 일도 못 한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댔다.
두 손이 얼굴을 씻는다.
손을 씻고 얼굴을 씻는 행위가 어떤 상황을 빗댄 것인지는 독자의 몫이겠다.
내 귀엔 이렇게 들린다.
눈 번히 뜨고도 도둑들이 판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이 세상.
너 혼자 먹고 사는 걸로 만족할래?
다른 손은 시커먼데... 손끼리 부딪혀야 씻어지고, 그 손들이 힘을 합쳐야 얼굴도 씻는 법.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비유로써 말할지니... 귀가 있는 자는 알아들어라.
내가 못 알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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