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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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어 공부한다고 일본 소설을 처음 일본어로 접했을 때, 그 작품들이 근대 시기의 작품들이기도 했지만, 뭐랄까... 그 소설들을 꿰뚫는 공통점 같은 것들이 느껴지곤 했는데... 서양을 만난 놀람과 동경, 그리고 자기들의 것에 대한 집착과 애증의 혼합 같은 것이 섞여있곤 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이라 일컫는 '마음'을 읽었다.

이 마음은 '내 마음 나도 몰라'에 가깝다고 하겠다.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어떤 일을 경험하고 난 후, '나는 할 수 없이 죽은 목숨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자'고 결심했다는 선생님의 마음 속에서 일어났을 일들을 추측해 보는 것이 이 소설의 독자들의 몫이랄까?

더럽혀진 햇수가 긴 사람일 따름인 선생님.
아무리 책을 읽어봐야 그리 훌륭해질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선생님.

그렇지만, 그 선생님의 뒤를 밟는 후배들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내가 나이 들어 저런 말을 하는 인간이 되어있는 것이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별로 훌륭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나랑 비슷하기도 하니 말이다.

열흘간의 꿈 이야기를 읽노라니, 차라리 소세키의 무의식을 투명하게 비쳐준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과 사랑과 만남과 이별, 추악함과 깨끗해짐 사이를 오가는 것이 삶일진댄, 그 삶에 투영된 마음이란 것은 실체가 있는 것이라기 보담도 물질적인 소용들의 반영이 만화경에 드러난 것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소세키는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세상을 보면서, 과거에 얽매이는 마음과 교활하게도 새 세상에서 제 좋을대로 움직이려는 마음의 반영을 모두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스스로에게 반항하는 '마음'이란 놈을 붙들고 앉아, 그것도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어떤 이상적이라 생각하기만 하는 인물을 상정해 두고, 그 마음이란 것이 사실은 어떠한 것인지... 골똘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이란 놈을 두고 생각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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