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변주 2
인디고 서원 엮음 / 궁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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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 영혼에 빛깔이 느껴지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런 만남이 반가우냐 하면... 버겁다.
선생님 맛있는 거 사주세요~ 할 줄 아는 아이들은,
선생님, 사랑해요~ 할 줄 아는 아이들은 그 만남 자체가 무겁지 않다. 이런 아이들의 영혼은 환한 햇살같다.
그런데, 가끔 영혼이 흐린 연둣빛이라든지, 수족관의 그랑블루라든지, 진보랏빛인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위험하다.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문학을 고민한다.
그냥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담배한대 물고 오토바이 훔쳐 타고 다니면 편한 세상을,
이런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간혹 편지를 보내 오기도 하고, 괴롭게도 어떻게 사는 건지를 묻는다.

그냥, 웃을 수만도 없는 노릇인데, 난 그냥 웃는다.

서울도 아닌 부산에, 쪽빛 인디고 아이들이 모인 곳이 있다. 우리집에서 가깝다.
지하철로 다섯 정류소 정도밖에 안 떨어진 곳.

거기서 아이들은 영혼의 무지개를 피워올린다.
인문학 서적을 읽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이고, 바른 것인지를 토론한다.
그런 질문들에는 원래 답이 없는 것인줄 알면서도...

주제와 변주 두 번째 책에서는 외로워서 감기에 걸리는 여행가, 조병준.
안 늙을 것 같은 황경신, 이라크의 죽음을 겪고 온 윤정은과 박기범, 김홍희의 사진 이야기,
신화의 정재서아저씨, 학벌 교육 타파를 외치는 김상봉 선생, 눈이 밑으로 처진 소설가 김곰치와 성석제,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박삼철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작가를 부르니 그 작가의 책이 주제가 되고, 거기서 얽혀 어우러지는 이야기들은 다양한 변주로 어울린다. 그 울림 소리는 아름다운 화음이 되기 보다는 젊은 청춘들의 아픔이 가득해 서글프다.

그렇지만, 80년대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고민했던 이들이 386세대였듯,
21세기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은 바로 인디고의 아이들이다.

기말고사 마치면 아들녀석 손 잡고, 인디고 서점엘 다녀와야겠다.
사는 일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보여줄 수 없으니, 그 고민하는 자기장 속으로 아이를 밀어넣을 수밖에...

일본에선 잘먹고 잘살던 김홍희가 한국땅에 와서 먹고 살기 힘들다던 이야기 끝에 패러다임 이야기를 하는데... 뭔가 있었다. 한국인은 컵을 보면 '컵이다.(자슥아, 그걸 와 물어보노)'라고 말한단다. 일본인은 '컵이라고 생각하는데...(또 다른 뜻이 있습니까?)' 이렇게 말한다는 것. 정재서 선생님이 신화 이야기를 하는데, 일본의 센과 치히로 이야기나, 이누야샤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력도 그런 패러다임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허 스님의 '나를 쳐라'를 김홍희가 권해 주었다.

정재서 선생의 신화 이야기에서 '인간의 본질'을 고민할 때, 처음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이야기도 좋다. 벌거숭이로 처음 문제에 부닥쳤을 때 설명하고 해결하려고 했던 그것이 신화의 원형이란 것. 뭐,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뭔가 통하는 게 아닐까 하며 읽는다.

김상봉의 학벌 사회 이야기에서 '컴플렉스' 이야기가 나왔다.
학벌 사회임이 분명한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공부하지 마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학벌 사회를 타파해야하므로 지방대 가라는 말도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서 풀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교육부란 곳에서는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아서.

아들 녀석이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할 때, 인디고 서점이 어깨를 겯는 좋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뒷표지에 아이들의 이야기 말미에 명문대 재학중임을 밝혔다. 이 책과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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