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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ㅣ 마이노리티 시선 11
조성웅 지음 / 갈무리 / 2001년 6월
평점 :
서늘한 시집이다.
조현문이란 이름으로 낸 첫 시집.
<시에 네 운명을 표현해라!>라는 시에는 아버지 목소리를 빌려 이철이나 김문수는 똥이 되고, 그의 시론이 웅웅 울린다.
詩는 우주만물을 몇 문장 안에 표현하는 일이다
시는 무한히 크고 또한 작은 것이다
말장난하지 말고 영혼으로 써라!
詩에 네 운명을 표현해라!"
그의 시에는 신동엽과 김수영의 그림자를 타고
남민전의 김남주가 숨결을 불어 넣으며
사노맹의 박노해와 백무산이 어깨를 겯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고 지나간 30년을 다가온 30년과 맞바꾸지 못할 무게의 전태일이 형형한 두 눈 횃불이 되어 그를 바라보고 있다.
노.동.자.
노동은 신성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이 땅에서 노동자가 진정 신성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386세대의 6월이 혁명이라고 이름부르기 부끄러운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아직도 시내에서 집회를 하면 <차가 막힌다고 경찰이 데모 안 막고 뭐 하냐고> 방송이 지껄이게 냅두고,
지하철 노조가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국민의 발을 묶고...> 또 씨부려대고...
노동이 부끄러움이 아님을 말하기도 전에...
이미 농민과 노동자들의 노동은 말라죽어버리고 마는데...
<포스트 모던>이란 <반동>의 시대임에도 두눈 부릅뜨고 뜨거운 시를 쓰는 이가 있다.
그의 시 제목처럼 절망하기에도 지친 이 시간 속에 정말 길이 있을까?
그의 신인사고과1 - 노무관리를 위한 대외비밀문서처럼
비타협적인/ 조합간부는/ ... 고소,고발,징계를 강화하고,
생각없는 일반 조합원은/ 각 제도에 따라/ 점수를 통한 포상, 고충처리, 고과 성과급 등을 적용시키는 세상이 되어버렸는데...
그는 '타오르는 희망 속으로 둥그런 희망을 예금'한다.
'나의 비밀번호는 그대와 함께 피워내는 동지애'임을 부끄러이 밝히며...
쁘.띠는 자신의 오래된 습성과 싸우고 있네... 에서 눈물의 변비.는 이 세상을 차가이 읽는다.
갈수록 비정규직, 파견, 일용직, 계약직으로 미쳐돌아가는 세상.
IMF가 충고를 해선지, 일부 조직은 정규직화 한다지만... 이미 <반동>의 힘은 마법처럼 부풀어만 가는데... 활동가들은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게 한다.
그는 지금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시가 횃불이 되어 어둔 길을 밝혀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