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홍은택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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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소수자 의견을 마이너리티 리포트라고 한단다. 동명의 영화 제목에서 배웠다.

이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 두고도, 또 빌리러 가서 책의 등짝을 몇 번 보면서도 <아메리카>란 말이 두려워서 선뜻 빌리지 못했더랬는데, 이번엔 베트남을 읽고, 캄보디아를 읽고 있고, 남미를 읽고 나서는 아메리카도 한번 읽어볼 생각을 냈다. 역시 돌아다녀봐야 발품 팔기도 쉽다.

미국이란 주제임에도 뜻밖에도 이 신선한 자전거 여행가는 그 잘나가는 사회의 메이저를 말하지 않고, 마이너를 바라보려고 했다.

레드와 블루는 대통령 개표 방송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이란다.
레드는 공화당인데 세계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성공한 계층의 지역이어야 함에도 선거판에서 붉은 지도의 지역들은 성공과 거리가 먼 <못사는 농촌이거나 쇠락한 공장지대>란다.
블루 아메리카가 선거철만 되면 레드가 되는 기현상.
나중에 이 기현상의 한 이유를 저조한 선거율(30%)과 흑인의 배제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대선때만 레드이고, 본질적으로 블루인 지역을 돌아다닌 기록이다.

미국을 '성공의 나라' '화려한 백인의 나라'로 그린 책들에만 익숙해있던 독자에게 신선할 수 있는 기획이란 생각이다. 그렇지만, 역시 이 책을 평균적인 한국 독자라면 싫어할 법도 하겠다. 아름다울 미자를 쓰는 美國을 폄훼하는 글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

그렇지만, 이 책에서 유일하게 두 번이나 등장하는 마지막의 조싸이티스 이야기는 미국의 마이너 지역에 대한 리포트가 비극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역설의 역설이랄까?

포커스 써머 호프의 창립 사명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든 인간이 아름답고 존엄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인종 주의와 빈곤, 불의를 넘어서기 위해, 그리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조화롭고 신뢰와 애정 속에 살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영리하고도 실용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다짐한다. 검든 희든 노랗든 갈색이든 빨갛든 디트로이트와 그 교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경제적 지위와 출신 국가,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떠나 이 다짐을 함께 한다.

이런 것이 미국의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그렇지만 그 블루 아메리카를 다니는 홍은택의 시선에 밟힌 것들은 주로 유색인종의 비애였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인디언들의 슬픔의 강을 아직도 눈물로 흐른다.(체로키국이란 것이 있음을 새로이 일았다.) 인디언은 말한다. "법이 있었지만, 우리에게 해로운 법 뿐이었고, 우리는 미국의 법정신에서는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었다."고.

체로키국 추장 콘터셀(옥수수 수염)의 연설 중 "체로키국의 목표는 10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삶의 질은 <둑방에서 낚시하는 것. 호화보트를 타고 알래스카로 원정 낚시를 가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질이란 우리의 아들딸과 손자들이 조그만 공을 갖고 마당에서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 메이저 리그 야구경기를 구단주 특성에서 보는 것이 아닌...>...<우리가 지구상에 있는 순간들을 사랑하고 즐기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삶의 질. 불평하고 남을 탓하는 불안정한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닌... 삶의 질은 존재하는 것이며 행하는 것이지 소유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의 농촌 지역을 다니면서 <수요가 늘어날수록 그 물건이나 써비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생활이 궁핍해진다>는 자본주의의 역설을 그는 합성의 오류에 빗대 설명한다. 맥도날드의 황금 아치를 빛낼 닭고기 소비량이 늘면, 기업농이 들어서고 소농들은 폐가가 된다는 것. 개인적으로 타당한 행동을 모두 다 같이 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 합성의 오류란다. 적게 먹고 적게 싸는 것이 다 같이 잘 사는 길임을 이미 세계화가 이뤄진 농업 분야에선 모르쇠가 최강이다.

아직 노조가 하나도 없는 미국의 월마트. 노조에 대한 인식이 대한민국과 비슷한 수준의 후진국 어메리카. 미국에서 노조 탄압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니 돈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 왜 한국은 이런 지랄같은 나라에 의해서 해방을 맞은 것이란 말이냐! ㅠㅜ

비만의 피해자는 소수인종과 저소득층이란다. 값싼 칼로리의 최대 피해자가 저소득층, 흑인, 히스패닉.
연간 소득 5만 달러 이상은 흑인 27, 히스패닉 18, 백인 20%가 비만인 반면,
연간 소득 1만 달러 이하는 흑인 33, 히스패닉 26, 백인 19%가 비만이란다. 히스패닉들의 사회적 문제가 커질 만도 하다. 중노동에 의한 여가 부족이 그 원인이란다. 한국이나 별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아이들도 위험해서 나가 놀 수 없단다. 그것도 한국이랑 비슷하다. 살찔 수밖에...

미국은 인구 10만명당 715명이 감옥에 있다는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이 133명이니 살기 좋은 나라인 셈. 일본은 48명. 그런데 법무장관이란 넘은 이런 말을 한다. "폭력범과 누범자들이 좀더 강도높은 형량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는 동안 법을 지키는 미국인들은 전례없는 안전을 누리고 있다."고... 그렇겠지, 전두환도 돈있으니 사형죄목 7개를 간단히 제치고 나오더만... 형님나라 미국이야 말할 것 없겠지. 유전(有錢)무죄이고 무전유죄인 것이 인생유전(流轉)의 유전(遺傳)법칙인 것을...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복권>과 <카지노>로 긁어 모아 세금을 만드는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오직 <사행>심의 드림만을 주는 나라.

요즘 도심에 있던 미군부대가 외곽으로 나간다. 그 터를 수십 년간 점유하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것은 그렇다 쳐도... 우리 동네에 '금융단지' 부지로 지정된 곳이 아무 공사도 하지 않고 풀만 자라고 있다. 파헤치면 거의 <유전> 수준이라고 한다. 도대체 미군 새끼들은 왜 군부대 땅에 기름을 퍼붓는 걸까? 정말 받는 것 없이 주기만 하였으니 미울 법도 하건만, 미운 짓은 골라가면서 하는 새끼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돈이 될 때는 원주민들이 살던 땅을 <프런티어 정신>을 가지고 왕창 빼앗아 놓고는 거기다 공장이니 집이니 널찍널찍하게 지어들 놓고 살다가 단물 쏙 빠지면 인간만 쏙 빠져나가 폐가들로 즐비한 도시를 만들어 버리니, 너 아메리카여, 제발 그 따우로 살지마라! 이런 충고를 해 주고 싶다. (속마음 같애선 귀쌰대기라도 확 쥐어패고 싶다. 이빨이 와장창 빠지도록 빡세게!)

미국의 그늘을 읽어주는 책은 드물다. 그 드문 틈새를 잘 읽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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