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과 - 벌레 먹은 과일을 황금사과로 만드는 9가지 자기혁신 법칙
캐시 애론슨 지음, 김미경 옮김 / 명진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전령의 신으로서 신화 속에서 신들 사이의 '소통'을 맡았던 헤르메스.
그는 제우스의 명에 따라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황금 사과를 건넨다.
"파리스, 이 황금 사과로 네가 원하는 것을 얻어라. 네가 꿈꾸는 일을 성취하라."
파리스는 헤르메스의 말에 따라 황금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건넨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소원을 '성취'한다.

이 신화에 따라서, '황금 사과'란 '인생의 성취를 안겨줄 위대한 가치'를 뜻하게 되었단다.

사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새로운 일을 할 때,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라, 총체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처음 학교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가 생각난다.
대학을 2월 25일에 졸업하고... 그날 저녁에 친구들과 마음껏 호프집에서 한잔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곤, 2월 28일에 '동작교육청'에서 전화를 받았고, 3월 2일에 '3월 1일'자로 찍힌 임명장을 받고, 3월 2일부터 '동작중학교 국어선생님'이 되었다. 불과 일 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학생에서 선생으로 직업을 바꾼 것이다.

선생이란 일은 만만하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아이들이 한 교실에 56명쯤 되었고, 아이들은 시끌시끌 초임 교사를 만만하게 보기도 했다.
그저 수업만을 진행하기엔 아이들의 장난기가 너무도 심했고...,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참 잘 따라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 내용을 수업이란 형식에 녹여 전개하는 일이 참으로 어려웠다.
지금은 컴퓨터 활용 수업이니 뭐니 하고, 프린트도 마음껏 쓸 수 있지만...
그 때는 인쇄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 인쇄물을 만들려면 일일이 손으로 쓰든지, 복사한 것을 오려 붙이든지 해야 했다.

그 고단한 수업을 일 주일에 스물 네 시간 하고, 특활까지 한 시간 했다.
그러다보니 수업이 늘어지고 허덕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텔레비전을 보았는데, 코미디언들이 나와서 뭐라고 뭐라고 떠드는데, 참 재미도 있었다. 그때 영구 시리즈가 유행이었는데, 아이들이 질문하면 '잘 모르겠는데요~'하거나 '영구 없다.'하는 우스개 소릴 하기도 하곤 했다.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아이들이 책상에 올라가서 두 손을 마구 돌리며 '저요, 저요'를 하기도 했다. 그 때가 봉숭아 학당 처음 나왔을 때이다.

그래서, 나는 큰 맘을 먹고 코미디언이 되기로 했다.
모든 수업을 '이야기'에 녹이려고 작정했고, 결국 9품사 외우기 같은 데 옛날 이야기를 지어내곤 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우스개'를 기억했고, 덩달이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등을 수업 시간에 맨날 써먹었다.
그리고, 복도에서 아이들이 인사를 할 때, 꼭 또박또박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기로 했던 기억이 난다.

코미디언이 되려고 마음을 먹고 나서는 아이들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고, 나도 스트레스에서 한참 벗어난 것 같다. 요즘은 아이들이 수업을 들어줄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바람에, 수업에 이야기를 녹일 염을 낼 수도 없지만... 이야기 수업은 정말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황금 사과를 읽다 보니, 내 교직 생활(올해가 19년차다. 흐미, 벌써...)에서 황금 사과는 바로 '이야기 수업'과 '웃음'이 아니었던가 싶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여덟 살 먹은 아이가 자기집에서 먹고 남은 못생긴 야채로 길거리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선생님이 조언을 해주고, 스스로 영업의 기초를 터득해가던 과정과 영업의 노하우를 가르치는 이가 되기까지 훌륭한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다. 아, 미국이란 나라는 정말 기회의 나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땅이 넓고 국민 소득이 높으니 마음만 먹으면 성공할 확률도 정말 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미국보다는 나쁘다고 해도, 세일즈맨이 복장도 어색하고, 말투도 투박하고, 프레젠테이션도 어색해서는 성공할 수 없단 것이 당연한 일이다.

모든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상대방은, 바쁘거나 피로하거나 간에 어떤 이유로든 ... 무례하고, 무관심하고, 회의적이고, 흥미를 갖고, 불분명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그들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정말 옳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식한 '욕쟁이 할머니식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지...
<진심>을 담아 서비스의 가치와 신뢰성을 높여야 하는데, 무관심한 경우가 정말 많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라! 성공은 실패보다 쉽다!
말이 쉽지... 소비자는 정말 왕이 되어버렸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이미 왕좌에 올라 있다. 아이들이 수업을 거절할 경우 교사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흐뭇한 마음으로 교실문을 나서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도, 그런 자신감을 갖는 일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노력도 할 테니까.

그의 '덤'에 대한 아이디어는 '담임'을 할 때 생각할 점들을 많이 시사하고 있다.

1. 당신이 해야할 일을 하라.(원칙을 정해서 꼭 해야할 일은 그닥 많지 않다.)
2. 성실함을 유지하라.(교사 생활의 기본 원칙 중 하나다.)
3.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라.(우리반만의 이벤트가 필요한데, 그 서비스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한다. 담임 편지나 학부모 통신 등...)
4. 정보를 제공하라.(아이들은 정말 상상외로 무식하다.)
5. 전문가가 되라.(진학 전문가 되기. 노력만 하면 며칠 안에 된다.)
6. 정보의 흐름을 따라 잡아라. (노력과 자료 수집, 종합, 분석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못하면 이웃을 활용하면 된다. 이런 사람 주변에 많으니까.)
7. 계속 훈련하라.(노력하지 않는 교사를 존경하는 학생은 없다.)
8. 소개해주고 연결시켜라. (학생의 문제를 내가 다 해결해 줄 순 없다. 도움이 될 법한 기관, 교사, 도서 등을 소개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비롯되니까>
9. 일관성을 유지하라. (교사가 성실함보다 더 지켜야할 것이 이것이다. 이것을 잃으면 아이들은 편애한다고 난리난다.)
10. 관대하라...(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저자 캐시 애론슨이 미국의 대표적 경제잡지 <포브스>의 발행인 말콤 포브스를 만났을 때,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그 대답은 간단하지만 명품이었다.

그래요? 그럼 한 마디만 하죠.
먼저 아가씨가 팔고있는 물건을 아가씨 스스로 믿을 수 있어야 해요.

그렇다. 내 수업이 자신있고, 내가 진로 지도에 확신이 서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전문성을 스스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황금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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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06-14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그래도 처음처럼 아이들을 사랑해주세요!

글샘 2007-06-1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처럼...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요즘 새삼 느낍니다. 아무리 못 해도, 처음 담임할 때 가장 잘 한단 말이 이해가 가요. ^^ 처음처럼은 불가능하더라도, 스스로 교실을 밝게 만들 수 있다고 믿으려고 고군분투중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