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기 위해 태어났다 - 텔레토비에서 해피밀까지, 키즈 산업은 어떻게 아이들을 지배하게 되었나
줄리엣 B. 쇼어 지음, 정준희 옮김 / 해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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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소비적인 나라 미국 안에서 그 '소비지향'에 대한 문제 제기, 그것도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전략, 즉 키즈 마케팅의 현실과 문제점을 밝히는 유익한 글이다. 아쉬움이라면, 대안이 별로 없다는 것.

돈 놓고 돈 먹기의 나라에서 이미 중독되어버린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꺼라!, 게임을 덜 할 수 없겠니? 콜라나 과자를 끊자!고 하긴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나온 책이지만 단순히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이 문제 제기의 유익함이 있다.

아이를 기르는 집에 가보면 집집마다 토이박스가 몇 개씩 된다. 그 안에는 한 번 갖고 놀다가 부숴버린 잡동사니들이 그득그득 들어있게 마련이다. 내가 어린 시절 장난감이 없어 빨래집게를 가지고 시뮬레이션 게임을 상상하며 놀던 시절에 비한다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는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아이들은 종일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보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며, 용돈이 있으면 써버릴 수 있는 정크 식품(패스트 푸드는 빨리 나오는 음식이란 의미가 그리 부정적이지 않으나, 정크는 쓰레기, 잡동사니 식품이란 의미가 강해 훨씬 자극적이다. 고칼로리에 영양가 없는 식품을 이렇게 이른다.)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다 보니 운동은 부족하고 비만은 심각하게 된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아들의 이야기다.

어려서부터 토이 스토리를 여러 번 보고, 처키의 악마 시리즈도 자주 보았는데, 그만큼 상업적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파트에서 무료로 틀어주는 투니버스를 종일 틀어놓고 있으며, 영양 상태는 늘 과체중과 경도 비만의 경계선을 줄타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 아이들의 소비 문화가 한국 아이들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앞이나 어린이 공원 같은 데 가보면, 비만 어린이들을 발견하기는 너무도 쉽다. 오히려 비만 어린이들을 만나지 않기가 더 어렵다.

아이들은 독서와 놀이 시간이 급격히 줄었고, 상업적 환경의 영향으로 부자가 되기를 늘 바라지만, 노력하는 훈련은 덜 되어 있어 불안증에 시달리기 쉽다. 특히 한국의 아이들은 학원에 가 있거나 아니면 투니버스 앞에 앉아 있어서 놀이터는 텅텅 비어있지 않은가.

아이들의 샴푸, 수저, 학용품, 먹을거리 등에서도 항상 장난감을 만날 수 있다. 영어로 Eater-tainment라고 한다는데, 굶어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먹을거리로 장난감을 만든다는 게 비도덕적이란 지적은 십분 동감이다.

탄산 음료, 초콜릿, 사탕, 스낵류 등이 비만 가능성을 50% 이상 증가시키며, 아이들을 중독시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환경뿐 아니라 이런 식생활이 아이들의 아토피 피부염, 알러지 같은 질병들을 야기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성공적 마케팅을 위한 '바이러스적 요소' 탓으로 미래의 인류는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멸종하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그것이 신의 뜻일 수도...

적게 일하고 적게 쓰며 간편하게 생활하는, 의도적으로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다운 시프터 downshifters>라고 한다는데, 그들을 관찰해 보면, 그들에겐 자녀를 키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역으로 자녀를 키우면 다운 시프터가 될 수 없다는 슬픈 이야기...

아이들을 '생화학적 괴물'로 만드는 식품 문화와 소비 지향적 문화는 아이들에게 파괴적이고 고통받게 만드는 미래를 제공할 것이다.

어린이 대상의 광고가 과연 속이는 일인지, 결정권을 주는 것인지... 쉽지만은 않은 문제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할 문제임엔 틀림없다.
어린이 산업이 어린이들을 탐욕적이고 폭력적이며 살찌게 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되고, 어린이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가하는 정책 결정의 복지 정책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이론과는 정 반대로, 학교 앞 문구점에선 오늘도 아이들이 중국산의 정체 불명 100원짜리 제품을 빨면서 등하교를 한다.

독슬레이 지역의 비교적 우수한 공립 아이들과, 보스턴의 비교적 소득이 낮은 아이들을 비교해 보니,
보스턴 아이들이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많이 보며 게임에 많이 매달린다고 한다. 특히 미디어 사용과 용돈 사용에 부모와의 갈등이 적다는 '상관 관계'가 드러난 연구가 실려있다.

물론 이 상관관계 - 소득이 낮은 아이들이 소비 문화에 그대로 노출되기 쉽다는 - 가 소득이 낮은 부모의 자녀들이 실패한 인생을 살거나 건강을 해칠 확률이 높다는 인과관계로 이어질는지에 대한 결론은 뒤로 미루고 있지만, 상관관계가 고착화되면 곧 인과관계가 됨은 명약관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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