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우리시대의 논리 2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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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상스레 퍼져있는 개신교의 붉은 십자가들보다도 더 필요한 것이 바로 하종강같은 노동운동 선교사가 아닐까 한다.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면서도, 한없이 비관적인 나락으로 떨어지는 나날을 경험하는 나를 담금질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학교의 조합원 수만큼 사서 읽힐까 한다. 노동조합원이면서도 노동교육을 받지 못하는 동지들에게 내가 강연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관심을 갖도록 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언더 서클에서 소위 '의식화 교육'을 받던 팀이 있었는데 어느 여름 날, 우리 팀 선배라면서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막걸리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이후 나는 혼자서 끙끙대고 고민하다가 결국 그 팀을 나오고 말았다. 노동자의 아들로서, 내가 공장 노동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 때는 속세를 버리고 중이 되면 됐지, 공장 노동자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선배들의 투쟁 덕택으로 이제 노동조합은 일상적인 조직이 되어있다. 많은 회사들에 노동조합이 있고, 파업도 하고 그런다. 파업한다고 경찰이 진입하는 뉴스가 실리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꽤 진보 성향이었다고 착각했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서 오히려 대규모 사업장의 파업에 대하여 더욱 답답한 반응을 보이는 꼴을 보면서, 운동이란 무엇인지를 혼자서 끙끙대고 있었다. 온 나라가 비정규직, 파견노동자로 가득한데, 오히려 IMF 당국에서 비정규직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나쁘다고 할 정도로 엉망 진창인데, 이 나라는 오로지 시장 개방에만 열을 내고 있으니 미래가 두렵기만 하다.

학교 안에도 영양사, 교무보조교사, 전산보조교사, 식당 종업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득하다. 그들이 어떻게 고용되는지, 어떻게 해고되는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아직도 노동에 대한 인식이 많이많이 바뀌어야 할 듯 싶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면, "빨갱이가 쳐들어 올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교육받은 나같은 세대가 다 죽고 나면 뭔가 바뀌려나? 아니지.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노동교육을 하지 않으니 더욱 답답한 세상이 오겠지.

하종강이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라고 한 것은, 우리 모두가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올바른 노동교육을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양적인 축적이 질적인 전환을 가져 오는 것이 운동의 법칙이지만, 양적인 축적을 위한 기반이 되는 것은 <노동 교육>임을 그는 늘 강조한다.

나쁜 짓 하면 안 된다는 <시민법>만 공부한 법관들이 노동 분쟁같은 <사회법>에 대해선 무지한 주제들이 범죄자를 다루는 시각으로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사회. 그것이 결국 가진자들이 노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주 노동자들의 경우, 우리 시민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자들이 과연 얼마나 그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할는지는 보지 않아도 훤한 노릇이다.

산재사망 만인율이 3이나 되는 나라.
대부분의 선진국은 0.1 수준에서 머뭇거린다는데...
감추고 가르치지 않는 것은 더이상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운동을 드러내 가르치고 스스로 노동자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이 후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 방편이 될 것란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는다.

하종강의 글들을 읽으면서 참 고맙고, 고맙다.
이 사회의 밀양, 숨은 빛은 바로 이런 이가 아닐까? 이런 숨어있는 빛이 있어서 아직 이 사회가 썩지 않고 살아 숨쉬는 것이 아닐까...

갈수록 어린 아이부터 "상품화"에 내몰리는 세상이 되어가는데, 물신 사회의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바로 <노동 교육>이라고 해야겠다.

그래, 나는 <노동자>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 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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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6-0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제 성장은 성공할 수 없다... 세계 공황의 교훈이랍니다...

해콩 2007-06-0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후마니타스의 또다른 책 [소금꽃나무]를 보고 있는데 역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하느님, 우리에게 김진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에고에고.. 내 삶은 너무 부끄럽구나..' 이런 느낌이 자꾸 자꾸 드는 거예요. ㅠㅠ

글샘 2007-06-0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진숙 님의 글을 읽으려고 신청해 두고 있습니다. 저도 내 삶은 너무 부끄럽구나... 이런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