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강준만의 책을 읽는 것은 재미있다.
강준만의 꼼꼼함이 그 시대의 변화를 잘 읽어줄 정도로 배어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짜깁기에 불과한 글쓰기라고 비판하지만, 짜깁기만 하고 자기 생각이 드러나지 않을 때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적절하게 짜깁은 다음 제 의견이 알맞게 들어간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오히려 아무리 독창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명백한 위조이거나 뻥일 경우 그것이 정말 문제가 될 것이다. H 모 교수처럼. 그런데 사람들은 정치가들의 명백한 거짓말을 믿듯이 서울대 교수의 말은 잘 믿으면서도, 강준만처럼 지방대 교수의 말은 우습게 본다. 강준만이 서울대 교수였다면 아마도... 훨씬 그의 말발은 셀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이미 철지난 책이 되어 버렸다.
언제 한 번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철지난 바닷가를 걷노라면 느끼게 되는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이미 가수들이 다 죽은 지금 이런 책을 읽으니 요즘 나온 책들이 궁금하다.

대중 문화는 그 속성상 상업적이고 저속하고 어린아이들 취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을 파괴할 수는 없다면 대중 문화를 올바로 향유하도록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이 책을 쓰게 된 것이, 대중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가장 적극적인 향유 계층인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 없다는 꾸중을 듣고 나서였다는 것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사치를 너무 좋아한다. 그들은 버릇이 없고 권위를 무시한다. 그들은 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며, 교훈 대신 잡담을 좋아한다. 젊은이들은 또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손님 앞에서 떠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그들의 선생 앞에서 횡포를 부린다...

이것은 요즘 뉴스에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2500년도 더 전에 소크라테스가 한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 욕할 일 하나도 없다.

정말 금자씨 말씀대로 “너나 잘 하세요!” 소리 듣기 십상인 사람이 소크라테스다.

그래서 그는 말했지. ‘나 자신이나 알자, 나나 잘 하자.’ 역시 그는 똑똑한 사람이다.

대중문화를 정말 잘 읽고 있는 시가 한 편 있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텔레비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정숙(1997, 현대)

내가 말을 걸면/ 어머니는 시끄럽다 하시며/ 텔레비전에만 귀를 기울여요.

나는 텔레비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가 자주 나를 보실 테니까요

내가 텔레비전이 된다면. 어머니는 분명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실 거예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형들이 옆에서 뭐라고 해도/ ‘조용히 하렴’ 하고 말씀하실 거예요

내가 정말 텔레비전이 된다면/ 어머니는 매일 내 앞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 보며/ 내 표정과 내 말소리를 하나 빠뜨리지 않고/ 밤 늦도록까지도/ 귀기울여 들어 주실 거예요.

아, 나는 정말/ 텔레비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텔레비전이 되어/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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