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이야기책의 표지는 잿빛이고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로 가득하다.
이 책이 김훈의 대표 소설집인지도 모르겠지만 김훈의 뇌리에 든 것들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들 같다.

김훈의 뇌수는 요즘 수분이 증발한 모양이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

김훈의 문장은 자전거 여행에서 절정에 달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 여행 1편에 반했던 그의 문채를 다른 작품에서 찾을 순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삶들은 인생의 까풀막을 넘어서서 시속 50킬로로 달려가는 내리막길의 가속도를 버거워하는 그것들이다.

나는 이제 까풀막을 향해 마지막 안간힘을 다 쓰고 있는 시점에 놓인 듯 한데,
갈수록 가속도가 눈에 보이는 나이를 먹은 뇌수는 잿빛이고, 그 눈엔 무진강산이 보일 듯도 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면 차내가 시끌벅적하기 그지없다.
창밖의 자연에 눈을 돌리기엔 가슴이 너무 뜨거운 건지도 모르겠다.
어른들과 여행을 가면 차는 조용하다. 다들 창밖의 어느 지점을 응시한다.
그 지점에 자기 삶이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을 그렇게 무덤덤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조용한 곳에서 곡기를 끊고 삶을 가벼이 마무리한 스코트 니어링의 지혜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 인간의 유한함이 지향하는 무한의 세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자꾸 생각하게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