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학교 노교사, 교육 희망을 보다 - 이원구 선생님의 교육에세이
이원구 지음 / 우리교육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학교에 몸을 담은 것이 8살 때부터이니 어언 삽십 여 년을 학교에서만 지내고 있다. 중간에 군대 생활 1년 반을 제하고는 오롯이 학교란 공간에서 학생으로 선생으로 살고 있는데...

학교가 하는 일은, 그저 1년을 쳇바퀴 돌듯 굴리는 일이다. 그 와중에 진급을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교감으로 승진하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그들의 많은 수는 별로 존경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내가 닮을까봐 두렵다. 친하게 지내게 된 몇 분의 선생님들과는 주로 술을 마신다. 그러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학교에서 희망을 찾는 이야기는 나누기 힘들다.

이원구 선생님과 몇 번 만났던 일은 국어교사모임 초창기 마포 사무실에서였을 것이다. 하긴 내가 아직 대학생이던 시절이었으니, 선생님도 젊으셨겠지.

선생님은 교사일에 '환멸'을 느끼셨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교육 개혁' 과 뚜껑 '열린 교육' 때문이다.
교육 개혁의 명목은 학교를 <하향 평준화> 시키는 데 열중했고, 교사들을 달달 볶는 데 안간 힘을 썼으며, 결국 아이들을 <학원으로 몰아 넣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중학생들은 연합 고사만 잘 치면 됐는데(그래서 1,2학년때는 비교적 자유롭게 지냈다.), 이제 중1부터 점수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나머지 시간에 특기, 적성을 기르는 일엔 염도 못 내고 보습 학원에만 목을 맨다.

고등학생은 더하다. 전에는 평소에 열공해서 내신만 좋던 아이들(얘들은 성실파지만 머리는 좀 별로인 아이들이기 쉽다.)은 수시로 가고, 벼락치기 고3파는 정시로 가면 됐는데, 이제 수능도 등급제로 돼버려서 아이들은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한다. 선배들이 학교 이름을 날려 두었으면 그나마 조금 나을 수도 있겠지.

학교에서 근무하면 '환멸'은 금세 느끼게 된다. 학교 시스템은 정말 환멸스러운 구조다.

학교에서 희망이라고 하면 오로지 아이들 뿐이다. 동료 교사들을 쳐다봐도 전혀 존경스럽지 않은 인간들로 그득하다. 그들 중 몇 명에게서만이라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즐거운 일이다. 그 희망을 잡기 위해 나는 무슨 힘을 쓰고 있는가, 어떤 힘을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모색하는 중이다.

이원구 선생님은 한 사립 여중학교 국어선생님이다.

아이들과 학교에 텃밭을 가꾸고 들꽃들도 심고 하면서 땅냄새를 맡으며 대화를 하는 시간에 아이들도 교실보다 자연스런 세상이란 학교를 배웠다. 그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풀꽃들에게서 배우는 사람들...

아이들만 시키면 단순한 일이 되어버리는 일도 아이들과 함께하면 교육이 된다는 간단한 진리. 그걸 깨닫지 못하면 평생 손과 발을 움직이지 않고 이빨만 가지고 아이들 마음에 상처나 주면서 선생질을 할 뿐... 임을 말씀하실 땐 마음이 아려왔다. 철학자란 모름지기 인생의 맛을 아는 사람이랬는데... 그 맛은 모르고 그저 깐깐하게만 선생하다 보면 환멸을 느끼기 쉽다.

루소가 그랬단다. 신의 손에서 태어날 때는 모든 것이 좋았는데 사람의 손이 닿으면서 모든 것이 더럽혀지고 만다고...

꽃을 보면서 선생님은 생각한다. 새 생명은 사람이건 강아지건 들꽃이건 모두 아름다운 법이라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래도 중요하지만 오늘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고... 과연 우리들은 들꽃보다 행복할까? 들꽃만한 향기를 내고 있을까? 인간만의 독취를 풍기면서 또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3불정책을 거듭 외치며 오로지 학교의 하향 평준화와 입시 정책의 오리무중화만을 외치는 교육부 관료들의 똥만 든 대가리 속에 진급에 대한 욕심만으로 가득한 악취를 부끄럽게 할 들꽃 한 송이 부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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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3-2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계시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들꽃 송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여기 대저 낙동강둑에 들꽃이 제법 있거든요^^

혜덕화 2007-03-24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꽃을 보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후회할 일도 적게 하겠지요.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의 내일이 행복하리라고 믿는 사람들, 도대체 무엇이 그런 환상을 가능하게 하는 걸까요? 꼭 교육 관료가 아니라도, 각 집안의 부모인 우리들 부터.....

글샘 2007-03-25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님... 좋은 선생님이라뇨... ㅋㅋ 말씀만으로도 황송하옵니다. 들꽃은요, 옮겨 심으면 기존에 있던 놈들이 싫어한다네요. ㅎㅎㅎ 핑계입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부탁드릴게요^^
혜덕화님... 정말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내일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환상...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