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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이런 사이즈의 책이 좋다. 황금비라고 하나? 1:1.6 크기의 책. 이런 사이즈를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이즈의 책은 손에 쉽게 잡혀서 좋고, 아무튼 별 이유없이 다른 책과 달라서 좋다.
이 책은 박준이 태국의 카오산 로드에서 장기 여행객들을 인터뷰한 글들을 실었다.
내가 얽매여 살고 있는 직장, 가족, 돈... 이런 것에서 훌쩍 벗어난 사람들이 웃으며 사는 모습을 담았다.
길 위에서 산다고 할 수 있는 장기 배낭여행객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모습은 '자유'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쉰이 넘어서 손을 꼭 잡고 다닌다는 두 부부.
아내가 걱정돼서 손을 꼭 잡고 다닌다는 아저씨가 듬직하다.
스님들의 여행이야 늘 가뿐할 것이지만, 뭘 제법 가지고 사는 듯한 내 삶도 가만히 살펴 보면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데... 뭘 그리 허둥대며 불안해 하며 사는 것인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다.
한국이란 섬나라 사람들과 속성이 비슷해 보이는 인종들이 이스라엘 인간들인 것 같다.
이스라엘의 환경이 그들을 늘 불안하고 뭉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들 녀석이 어느 날 훌쩍 1년 이상 여행을 하고 오겠다고 천만원만 내놓으라고 하면, 글쎄... 걱정이 될까? 흐뭇할까?
그리고, 내가 한 달을 집을 비우겠다고, 비행기 삯을 들고 길을 떠나겠다고 하면, 아내의 표정은 어떻게 변할까? 더 나이들기 전에 산티아고 가는 길로 날아가든, 카이산 로드로 굴러가든 길 위에서 나를 만나 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현듯 점화시킨 책.
그렇지만... 내 고지식한 머리가 훌쩍 이 섬나라를 떠날 수 있을까? 조금 걱정도 되는...
종을 비가 내리는지... 흐리고 안개가 자욱하다. 쨍, 하고 머릿속을 울리는 태양이 만나고 싶다. 태양 아래 서면, 힘들지만 나를 만나야 할 이유가 좀더 분명해질 것 같아서... 그렇지만, 나는 안다. 나는 늘 흐린 날엔 태양을 기다리고, 맑은 날엔 빗님을 바라며 사는 족속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