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2 - 박노자 교수가 말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주식회사 대한민국에는 '기업'만이 있다. '인격'은 없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모토다. '사람살기 좋은 나라'로서의 '민주 공화국'은 허상임이 백일하게 까발려졌다.

박노자가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처음 썼을 때, 상처에 소금을 친 듯, 몹시 쓰라렸다.
온 국가의 모든 기관에 파고든 병영 체험, 거기서 나오는 비인간적인 증오심.
가진자들의 이권만을 보호하려는 법률, 그 아름다운 현실, 국가보안법...
세계 제일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 생산국...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 쓰라리지만, 상처가 바닷물에 들어가면 덧나지 않는다. 소금은 소독과 치유의 효과를 가진다. 그렇지만... 우리 속담에 '게 등에 소금 치기'란 속담이 있다. 게 등딱지는 정말 딱딱하다. 갑에 들었다고 해서 갑각류라고 하지 않던가. 거기 소금 뿌려 봤댔자, 소금만 아깝다. 이 두번째 권이 그런 느낌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아름다운 나라라고 그가 아무리 되뇌어 주어도, 가진자들의 나라, 가진자들은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나라, 가진자들의 공평하고 평화로운 공화국,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철저하게 가진자들의 나라로 공고화되어가고 있다.

수도 이전, 토지 공개념, 사학 개혁 등 개혁의 시도들을 모두 무화시킬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것들이 정당하고 노무현만 병신이라는 여론을 만들어낼 힘도 있으며, 20:80의 나라를 10:90의 나라로 만들면서도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냉혹한 현실을 광고하는 나라... 그런 나라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 80의 돈을 빼앗아 가는 원흉이 마치 '노조 빨갱이'와 '철밥통 공무원'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도심 한복판에 수돗물을 쏟아붓는 '막가파 개발'만이 박정희 시대의 급성장 신화를, 그 한강의 기적을 불러올 수 있다는 한심한, 오류임에 분명한 꿈을 대통령 선거에 임박하여 심어주는 데 온갖 힘을 다 쏟는 나라.

박노자가 경험한 대학 사회가 얼마나 곪았는지... 얼마나 자정 능력이 없는지... 황우석 사태가 이 나라에선 왜 가능했던지... 황우석이 아직도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불쌍한 국민(사실은 별로 국민 자격이 없는 사람들)들이 얼마나 많은지... 씁쓸한 회한만을 가득 부어주는 책이다.

단일 민족이란 자랑거리(?)를 색깔 짙은 노동자들 탓에 오염되었다고 착각하는 희한한 사람들, 그들을 모두 범죄자 취급하여 외무부 산하가 아닌, 법무부 산하에 출입국 관리소를 설치한 나라. 나와 다름을 조금도 용서하지 못하는 나라. 당신들의 대한민국... 박노자 당신은 좋겠다. '당신'들의 나라가 그렇게 지랄 같아서...

당신이 쓴 '당신들' 속에 들어가는 나는 그 나라가 싫어도 '우리'란 말을 애써 외면할 뿐,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부를 순 없는데 말이다.

부제로 차별과 폭력을 넘어,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향해... 하고 붙이긴 했지만, 앞의 것은 그 실체가 너무도 또렷하게 각인되어 나의 미래를 어둡게 그늘지우고 있건만, 뒤의 것은 이 책에서 과연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 것인지... 불투명하다.  나도 제발 '넘어 버리고' '향해 갔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아직도 고비를 넘으려면 얼마나 남은 것인지, 그리고, 넘을 고비가 있기나 한 건지... 인류라는 종족에 낙관적 희망을 가져도 좋은 것인지...를 모르겠다.

마지막 장에서 '진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신들의 주식회사에서 진보 정당은 엄청난 싸움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강요당하고 있으며, 온갖 '진보'는 (주)한국의 '국익'을 가로막는 '노조, 좌익, 매국노'로 일반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 인간상의 아름다움을 읽으며 눈물흘리고 있지만, 아직도 이 회사에선 다카키 마사오의 '혼령'이 사람들의 망상을 사로잡고 있다. 그 발전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는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가지고... 다카키 마사오가 일본과 손을 잡고, 독재를 했고, 온갖 살해와 부정을 저질렀으며, 베트남에서 학살을 했는데도, 그것이 (주)한국의 힘이었다고 생각하는 망상. 하긴, (주)일해라는 하청업체도 인정하는 너그러운 국민성을 보면,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어떻게든 살아남을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온갖 저널에서 모은 책임을 알게 되는데, 형식은 마치 한 권의 단행본인 것처럼 되어 있다. 물론 신문, 잡지에서 긁어모은 것들에 가필을 하고 덧붙인 글이 많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본인의 글이라도 출처를 밝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박노자의 정확한 눈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바라볼 수 없는 '거리'를 그가 갖고 있음에, 그리고 (주)대한민국에게는 이 책이 게딱지의 소금일지언정, 그 속에 사는 90의 사람들에게는 '생채기에 뿌려진 소금'처럼 치유의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책이기에 거리낌없이 별 다섯을 붙인다.

브레히트의 시가 떠올라 덧붙인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 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책을 내려놓지 않으면... 그러면, 착취의 시대를 짧게 할 수 있을 성 부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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