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에크낫 이스워런 지음, 박웅희 옮김 / 바움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지하철을 타는데 저 멀리서 '빨리빨리 빨리빨리' 하는 재우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을 데리고 후다닥 뛰어와서 타는데 보니 동남아 아주머니들이었다. 그 여인들이 원래 그 말을 알았던 것일까? 한국에 와서 배운 것일까? 몹시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지은이 에크낫 이스워런은 인도인이다. 미국에 가서 사람없는 자동지급기를 보고 놀라는 둥, 물질 문명의 속도에 대해서 깜짝 놀란 경험을 잘 적고 있다. 여느 인도인들의 이야기가 좀 원론적인 말로 들리는 반면, 이 책이 상큼한 이유는 미국에서 '느림'과 '빠름'의 대조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듯하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찻길이 정면으로 보인다. 고갯마루에서 내려오는 차들과 올라가는 차들, 그리고 도시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들이 보이는데, 출근 시간에 보면 고갯마루에서 내려오는 차들은 주차장처럼 장사진을 이루고, 퇴근 시간의 도시고속도로는 다시 만원을 이루며 이번엔 올라가는 차들이 붉은 미등을 밝히고 섰다. 밥 열두시가 지난 시각에도 차들의 빈도가 낮아졌을 뿐, 차들의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그 속도는 정말 빠르다.
소로우가 "바쁘게 사는 게 다는 아니다. 중요한 건 무엇때문에 바빴느냐는 것이다."고 했다는데, 빨리빨리, 바쁘게 살기가 현대인들에겐 익숙한 듯 하다.
그래서 우리는 텔레비전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리모컨을 돌려대며, 밥도 제대로 씹지 못하고 뭔가를 웅얼거린다. 늘 컴퓨터를 가까이 하고 있지만 사실은 컴퓨터를 아는 것 보다도, "자비심, 친절, 호의, 용서"를 가까이 두는 것이 생필품이 아닐까 하는 그의 질문은 엉뚱한데서 삶의 증거를 찾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나의 자유 의지로 삶을 살아야 한다.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비롭고 친절하게 될 가능성을 높이는 경험을 늘리며 살아야 한다고 작가는 충고한다.
원 제목은 이다. 네 시간들을 가져라~는 충고다. 나의 시간을 "많은 것들"을 성취하기 위하여 분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의 삶을 이루는 중요한 것들이 아니란 것. 결국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 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을 했는가를 생각해 보라고 충고한다.
너무 빨리 달리는 자동차는 통제가 불가능하듯이, "깨어있는 삶"을 살기 위하여 좀더 늦추고,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하고,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며, 생활의 균형을 찾고, 자유 의지를 기르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고요한 자기의 중심을 가지라는 충고는 "반사적 생활"로 반들거리는 현대인들에게 좀 늦게 가도 사람 생각 하며 가자는 의도로 들린다.
반사적 생활에서 벗어나 깨어있는 나날의 삶을 몰랐던 바 아니지만, 읽으면서 다시 나를 일깨운다.
안단테 칸타빌레... 느릿느릿 노래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