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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삼소회 엮음 / 솝리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러워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온통 걸리적거리는 것 투성이인 한 세상을, 훌쩍 떠난 이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 몹시 궁금한 것들도 있게 마련. 왜 출가자가 되었는지, 몇 살이나 되었는지, 몇 년이나 수행했는지... 궁금하지만 그런 것들은 묻지 못하게 되어있다.
삼소회란 단체는 88올림픽 때, 장애자 올림픽이 묻혀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여 가톨릭, 불교, 원불교의 여성 성직자들이 활등을 개시하며 만든 단체라고 한다. 기독교가 빠진 것이 안타깝지만, 기독교에선 여성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으니 그리 된 모양이다.
같은 종단 안에서도 치고박고 싸우기 일쑤인 판에,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모인다는 것은 신선한 일이다.
이 책은 열 네분의 수도자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출가의 인연이 닿게 된 계기들은 각기 다르지만 출가의 동기가 지극한 고통인 분들은 적어서 읽는 마음이 편했다.
임제록에 수처작주랬다고, 어느 곳에 머무르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에 주인이 들어앉아 있으면 물을 달여 마셔도 군자차의 향내를 맡을 수 있음이다.
힘은 힘으로 꺾을 수 없다. 이해와 자비의 씨에 물을 주는 '깊은 경청'이 힘을 꺾는 길이라고 틱낫한 스님께서 말씀하셨다는데... 미국은 매사에 '방어'를 위한 힘을 죽으라고 쓰고 있다. 미국만 아니라 이 좁아터진 땅덩이의 정치가들도 올해 있을 대통령 선거에 힘으로 맞서는 형세다. 경청이란 없다.
민주화 운동의 씨앗이 싹이 트기도 전에 반동의 무리들이 준동하기 시작한다. 힘으로... 닫힌 귀를 무기로...
인생난득이요, 불법난봉이라... 사람으로 나기도 어렵고 불법 만나기도 어렵댔다.
유,불,선의 고승 혜원 스님과 도연명, 육수정이 서로 내왕하며 대덕을 나누었듯이, 불법은 이름이 불법일 따름이지, 실체가 불법이 아니다.
모든 것은 그 중심되는 몸(체)이 있게 마련이다. 그 형상(상)에 휘말려서는 아니된다. 그 움직임(체)을 본체라고 착각해서도 아니되는 것처럼...
원불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교무님들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려우나, 여성들이 가장 평등하게 대접받는 분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원불교 교리도 읽어볼 법 하겠다. 나처럼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야, 그 '근본'인 '체'를 득함이 목적이니까. 예배를 드린다거나 미사에 참석하는 움직임에 얽매이지 않고, 책을 통해서나마 그 근원을 살필 수 있음은 출가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비록 무소의 뿔처럼 우뚝서진 못한 달팽이 뿔처럼 미약할 따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