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처의 일기를 써라 - 24인의 선지식이 전하는 33가지의 삶의 지혜
원혜 엮음 / 은행나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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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시원스럽다. 오늘 부처의 일기를 써라... 일기는 한 인간의 사소한 일상과 감상을 남기는 글인데, <부처의 일기>를 쓰라고 하시니... 마음에 서늘한 기운이 선뜻 느껴진다.

스스로 부처임을 인식하고 곰곰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날들보다 별 고민없이 두루뭉술 사는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는 중에 2007년이란 숫자에 익숙하지도 못한데 이미 2월이 시작되었고, 내 삶이 어디로 가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데, 나이의 지표는 마흔을 훌쩍 넘어버렸다.

이 책은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선으로 마음 찾기. 선의 여러가지 요소에 대해 스님들의 설교가 읽을 만 하다. 2부는 생활 속에서 부처 되기. 스스로 부처임을 잊고 사는 나를 일깨우는 말씀들. 3부. 기도로 수행하기. 이건 주로 절에 자주 오란 말씀들이다.

나는 불교 신자도 아니지만, 부처님 말씀을 자주 읽고 생각하는 편이다. 성경 풀이에 비해 쉽게 마음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禪선이라고 하는 독특한 번개 내리치는 듯한 기품에 가까이 가기만 해도 정신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어서 대리만족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닭이 알을 품듯, 고양이가 쥐를 잡듯, 如鷄抱卵, 如猫捕鼠 마음을 잡는 데 정진하라는 말씀에 어떻게 토를 달랴.

임제 선사는 수처작주 隨處作主를 말씀하셨다. 곳에 따라 그것을 지어라... 어느 곳에 있든지 한 생각을 놓치지 말라... 화두를 놓치고 살지 말라는 말씀이렷다. 오관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한 순간의 설탕발림임을 깨닫고 늘 성성적적하게 살라는 말씀이다. 
성성함은 지혜의 분별이 또렷또렷한 경지고,
적적은 마음이 머무름이 고요하고 또 고요한 그곳이다.
마음을 놓치고 말면 성성하지도 못하고 흐려지며, 적적하지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늘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정신차리지 못하는 것이 성성적적하지 못함이고, 수처작주하지 못해서 그렇다.

스스로 부처임을 깨닫지 못하고, 소를 타고서 소를 찾으며 촛불을 켜들고 촛불을 찾는다. 어리석게도...

신앙심이란, 강렬한 의심이 끊이지 않고 이 의심을 통해서 내 문제를 해결하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부처임을 잊지 않고 최고의 행복(열반)을 얻기 위해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

삶은 늘 변하여 무상한 것이지만, 변하지 않고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업이다. 몸과 입과 뜻으로 저지르는 身口意 삼업을 아름다이 만드는 것이 삶의 길이다. 그래서 보시를 하고, 계를 지키고, 정혜의 길을 궁구하는 공부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흐르고 있는 세태를 바라보면, 총체적 '전도몽상'을 보게 된다. 이 말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말인데, 온통 뒤집혀 망상에 휩싸여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정치, 교육, 국방, 환경... 모든 것이 물질우선, 가진자 우선으로 돌아가고, 화이부동 和而不同(화합하지만 동화시키지 않는)의 군자 정신에 입각하지 못하고 소수자를 차별하고 억압하는 '전도몽상'의 세상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진 자들이 똘똘뭉쳐, 각종 노동 단체와 전교조를 탄압하고 실형 선고하며, 법관들은 단결하고, 정치권은 수구세력을 구심점으로 소용돌이 친다. 중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사주에 의해 혼란스러워지자 민족적 혁명세력이 전복되고 '미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들인 반군'의 정권이 들어선 예를 보면서, 한국 사회의 전도몽상도 그 아류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했는데, 학교 공부는 '삽질*'이 태반이고, 호주 유학생의 영어실력은 세계 최하위이며, 필리핀, 피지로까지 유학을 보내는 기러기 아빠들은 쉬이 늙어간다. 청춘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은 '간지**'나는 말초 감각에 빠져 미래를 망각하고 캥거루 족이 되기도 하고...

꿈을 깨야 하는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반야심경에서 말한 원리전도몽상이고, 그래야 구경열반의 경지에 들 수 있는데... 갈수록 교회나 절의 신도수도 늘어나고, 고학력자들, 박사들도 많이 늘어나는데도 세상은 갈수록 이렇게 불안해 지는 것은 세상이 '영성'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금전'의 문제에만 집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곧 부처라고 했다. 내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세상은 극락이기도 하고 지옥이기도 하다.
이 말은 순간의 말씀이 아니라, 영원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그래서 부처가 되어 신구의 3업을 짓지 않아 구경열반에 들고야 말리라는 '실천적' 언어로 들린다.

마음을 닦아 건강해 져야 하는 이유는, 내가하는 일의 근본을 잡고 점점 힘들어져 가는 사태의 본질을 놓치지 않아서 색성향미촉법에 휘둘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에서 도피하려는 방법으로 내 안으로 침잠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아이들과 건강하게 만나기 위해서 내 안의 부처를 일깨우려는 것이다. 원리 전도몽상 하기 위하여... 행복한 교실에서 살기 위하여... 그것이 궁극적 경지의 열반이라 믿고서...

* 삽질 : 군대에서 나온 말로 속어다. 군대는 나라를 지키러 가는 곳인데, 많은 군인들이 삽질을 하고 있다. 즉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쓸데 없는 일을 하는 한심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삽질 하고 있네~ 처럼 비꼬는 말.

** 간지 : 일본어다. 감각, 감촉, 느낌... 같은 말인데, '간지나다'의 형태로 쓰여 감각적이다, 색다른 느낌이 난다... 뭐, 이렇게 쓰는 아이들의 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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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2-0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인연이 되면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지리산 벽소령 부근에서 일출은 멋있었습니다.
천왕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일망무제도요...

글샘 2007-02-0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부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 이겨낼 힘이 될 정도로 가끔 기름칠 하는 거죠.
지리산 잘 다녀 오셨습니까?

2007-02-21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2-2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님... 그러세요^^ 반갑습니다. 성향이 비슷하면 리뷰 읽는 재미가 있지요.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