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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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이야기는 미스터리 같기도 하면서

뭔가 희미한 인간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하긴, 소설 속 인생들은 화끈하고,

뭔가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리 인생은 밍밍하고 미지근하며,

전혀 결말이 예고되지 않고 우연하고 어쩌다 일어난 일들 투성이여서

논리적으로 전혀 설명하기 불가능한 것에 가까우니...

그의 애매한 소설이 어쩌면 삶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임신 캘린더는,

임신이라는 기쁜 일, 로 취급되는 사건에 대하여 계속되는 관찰로 일관된다.

동생이 바라본 임신한 언니는 이상한 사람이다.

 

온갖 데서 다 냄새가 나.

한가지 냄새가 아메바처럼 물컹하게 퍼져 있는데

다른 냄새가 그걸 싸고 팽창하고,

또 다른 냄새가 거기에 녹아들어서, 아아, 끝이 없어.(35)

 

입덧이란 걸 이렇게 냄새의 중첩으로 표현한다.

아, 정말 괴롭겠다.

 

그녀는 지금 신경과 호르몬과 감정이

모두 제멋대로 놀고 잇다.(36)

 

나도 이런 것도 모르고 아내의 임신 기간을 힘겹게 보냈다.

제멋대로인 호르몬과 감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더 성숙하게 대응했을 터인데... 이미 다 지난 일이 되고 말았다.

 

이 소설집에선 '기숙사'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사라진 수학과 학생과 핸드볼부 동생.

그리고 말미의 끈적한 액체.

무엇보다 두팔과 한다리가 없어

쇄골과 턱으로 생활하는 사감 선생님의 신체에 대한 묘사...

 

주인공들은 이야기에서 벗어난 관찰자들일 뿐인데...

 

하긴, 나의 삶도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맹한 관찰로 하루하루 채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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