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귀 모:든시 시인선 1
정진규 지음 / 세상의모든시집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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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그의 시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는 말이 울림이 크다.

 

작년 9월에 돌아가셨다.

 

시는 番外의 꽃입니다.

서로의 속 상처를 꽃으로,

꽃의 향기로 어루만져야 합니다.(시인의 말 중)

 

번외라는 말은 '계획에 들어있지 않은 예외적 사례'라는 의미인데,

인간 존재 자체가 번외의 그것이고 보면,

무엇 하나 번외 아닌 것이 없다.

그렇지만, 시에는 '번외의 꽃'이라는 수식을 했다.

화엄이다.

 

심검당이여

가지와 허공의 향방을 애초대로 짚고 지나갔다

바람불고 지나간 자리마저 다듬었다.

웃자란 자리만 잘라내었다

분별이여.

그대 아득히 떠나간 자리,

심검당이여(그릇과 가지치기, 부분)

 

아내가 그릇을 싹 바꾸듯,

나무의 가지를 쳐내듯,

'분별'을 잘라내는 일이,

필요하다.

날카롭게 벼린 칼로, 싹둑.

심검당이여...

 

서글펐다

- 환멸의 습지에서 가끔 헤어나게 되면은 남다른 햇볕과 푸름이

자라나고 있으므로 서글펐다(김종삼, 평범한 이야기)

 

  이렇게 기인 머리 인용문을 달고 있는 것을 내 시에서

본 적이 있는가 <서글펐다>가 사무치게 좋았기 때문이

다 환멸의 습지가 내 시의 자양으로 늘 거기 있었으므로

그걸 헤어나는 게 내 시였으므로 사랑을 해도 늘 그와

같았으므로 그게 늘 햇볕 공터와의 만남이었으르모 왈

칵 쏟아지는 눈물이었으므로 번외 番外로 오는 남다른 것

이었으므로 푸르다기보다는 늘 초록으로 거기 깔려 있

던 것이었으므로 그날 이후 꾸역꾸역 몰려오는 충만이

었으므로 <서글펐다>가 사무치게 차올랐기 때문이다 황

홀과 서글픔은 한몸이다 눈물이 났다 너와 나만의 보석

이었다 <가시내야 가시내야 무슨 슬픈 일 좀, 일 좀 있어

야겠다> 미당은 그걸 벌써 아득히 매만지고 있었다 겨

우 더듬거려 말하고 아련히 떠나는 그의 뒷등에 부는 가

을바람이었다 아득한 배고픔이 나를 먹여 살렸다

 

그의 시는 시와 산문을 넘나든다.

김종삼과 고은의 번외편이다.

읽는 이가 감동의 물결을 함께 번질 수 있다면 시고,

아니면 산문이다.

 

연꽃의 상처는 순번이 다르다

그래서 번외다

속상처가 가장자리에서 시작된다(연꽃, 부분)

 

범종에 유곽이란 부분이 있다.

번외의 자리다.

아, 삶의 번외성을 바라본 그의 나이든 날들은 어떠했을라나...

 

비가

 

헤밍웨이가 쓴 가장 짧은 소설 ;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신겨 보지 못한

정진규가 쓴 가장 짧은 시 ;

팝니다, 아기 배냇저고리, 한 번도 입혀 보지 못한

 

제목 그대로 비가다.

김종삼의 '민간인'이 주는 아픔이 저릿흐다.

 

번외의 맛

그게 과자의 맛이야

율려 과자야

우유 맛이야

드디어 번외까지 내달았군

그러고 보니 화엄까지 넘보았군

한바탕 잘 놀았어

그만하지(과자 만들기, 부분)

 

한바탕 잘 놀았으니, 그만하지...

어둠에 별의 존재를 그려준 시인의 이야기는

투박하지만, 직지 直指한다.

인생, 번외의 꽃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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