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아케이드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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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질의 낭독회'에서 잔잔한 감동을 읽은 뒤라,

오가와 요코의 이름을 만나 반갑게 빌려왔다.

 

sai hate arcade...

 

작고 시시해 보이는 아케이드에서 배달 담당 소녀인 주인공과 얽히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유쾌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 울림을 준다.

 

어찌 보면 우리의 하루하루가

짠한 순간과 시들한 순간을 합하면서

유쾌한 민트 향이 가미된 기억으로 남는 것처럼...

 

백과사전을 읽는 소녀와 아피아 가도를 잊을 수 없고,

고리집 결혼 사기범인 도넛 자세를 보여준 체조 선수도 기억에 남는다.

 

오가와 요코의 세계는 다정하다.

두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 시간,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

인간이 근원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슬픔을 살며시 보듬어 준다.

그것을 해소해주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해소가 가능하지 않은 인간의 근원적 조건이기에...(238, 옮긴이의 말 중)

 

인간은 아무도 발을 들여놓은 적 없는 캄캄하고 습한 동굴에 사는 황갈색 과일박쥐를 생각하는 인생.(208)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그만큼 더 매력적이다.

흔히들 가치를 매기는 숫자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유발 레이스는 쉽사리 풀고 다시 뜰 수 없다.

한번 뜨고 나면 머리카락에 자국이 남는 탓에

다시 떠도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185)

 

망자가 남긴 모발...

그걸 기억하기 위해 레이스를 뜬다.

이 소설에서 가장 오래 남는 여운이 그런 것이다.

유발 레이스라는 상관물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 같은 것...

그래선지, 일본 출판물에서는 커다란 유발을 보고 있는 소녀를 담았다.

 

세계의 우묵한 구멍같은 아케이드에 숨겨진

또 하나의 나의 우묵한 구멍.(136)

 

손잡이 가게 안의 우묵한 구멍은

이 소설이 겨냥하는 목적지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어느날 문득 참가한 모임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을 그린 '인질의 낭독회'처럼,

작은 세상 가장자리의 우묵한 아케이드에서,

사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오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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