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국어의 속살 - '모국어의 속살'에 도달한 시인 50인이 보여주는 풍경들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속살거리는 모국어들을 마냥 부려쓰고 싶어하는 시인들의 시를 좋아하는 고종석의 편견이 가득한 책.
한국일보에 실은 글이라는데, 상당히 어렵다. 한국일보를 읽는 사람들은 죄다 문학가인 것인지...
고종석은 한 마디로 자유주의자다.
민족을 앞세우거나, 패거리 문화를 들썩거리는 걸 몹시도 싫어한다.
그리고 고종석은 개인주의자다.
민중문화 같은 걸 증오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신동엽이나 김수영, 고은 같은 사람들을 쓸 때 항상 비판의 칼날을 벼려서 꼬나 보지만, 그래서 아예 박노해 따위는 관심도 없지만... 모국어의 속살을 들여다보려는 시인이 왜 김선우같은 사람의 시는 또 말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뇌구조 분석을 하려 든다면...
고종석의 뇌 안에는 '레드 콤플렉스'라는 커다란 덩어리가 대뇌 피질을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양이나 부르주아들의 취향에 경도되어있는 덩어리가 하나씩 레드콤플렉스 좌우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고.
시를 쓰기도 어렵지만, 시를 읽어내기도 어렵다.
물론 고종석을 통해서 새로이 만난 좋은 시인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고종석을 싫어하기로 완전히 마음먹었다.
시를 통해 우리말의 속살을 들여다 보기에는 그의 편견이 너무도 그악스러운 수구꼴통들의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에 말이다.
그렇지만, 그의 책에서 주워모은 몇 조각의 비늘들을 부정할 순 없다.
연탄 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 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 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 반성 100 전문/ 김영승
슬픔보다다 노여움보다도 먼저 지녀야 할 것이 있다. 우리네 그리움이다. - 그대가 나를 문문히 보는구나. 이성부
세컨드는,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찌... -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백석이 북쪽에 남음으로써, 한국사는 '정치적으로도 올발랐던 미당'을 가질 기회를 잃었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푸른 밤, 나희덕
화자들은 왜 아플까?... 화자의 (영혼의) 살갗에 통점이 너무 많아서... 이게 제일 그럴 듯하다.
왜 고통이 몸 밖으로 나가면/ 한낱 고물 집하장이 되어버리는 걸까? -김혜순
인간의 몸은 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겨우겨우 견뎌내거나 버텨낸다. 슬프게도. - 이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