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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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2009.5.23일과 2018.7.23일... 두 '노'의 죽음은 오래 나를 힘들게 한다.

두 사람이 모두 조직을 지키기 위해 결행한 죽음이 아닌가 싶어 더 마음 아프다.

유시민은 두 죽음 앞에서

무참한 마음으로 조문을 했다.

마치 상주였다.

 

유시민이 이런 책을 쓴 이유는 복잡하고 단순하다.

그의 청년 시절과, 그의 정치가 시절, 그리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지식 소매상이자 유작가의 시절.

그렇지만 세상은 자꾸 그를 상주의 자리로 불러 낸다.

슬프다.

 

헤로도토스에게 역사 서술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사마천에게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으며,

할둔에게는 학문 연구였다.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었고,

박은식과 신채호에겐 민족 광복을 위한 투쟁이었다.

사피엔스의 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뇌에 자리집는 철학적 자아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시대에 살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는 이유는,

그들의 철학적 자아와 공명하기 때문이다.(213)

 

사람들이 유작가에 공명하는 이유도 같다.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동조하든 비판하든, 공명할 수 있으므로 그는 가치 있는 지식인이다.

 

역사가 쓰는 사람의 철학과 연구 방법에 따라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절감하고,

절대적으로 옳은 역사,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202)

 

역사는 '사관'에 따라 달리 쓰인다.

객관주의를 표방하는 랑케 역시 시대의 산물이다.

 

19세기 중반, 유럽의 군주제는 바람앞의 등불.

공화제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과

계급혁명의 기치를 든 사회주의자들 앞에서

군주제를 옹호하는 저명 역사학자 랑케를 반기지 않을 권력자가 있겠는가.(129)

 

 Wie es eigentlich gewesen.

그것은 원래 어떠했는가를 밝힐 수 있다는 듯 패기 충만하던 그의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카의 말을 빌려 그는 할둔을 변명하지만,

모든 역사가의 처지에도 같이 적용된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나 집필 일자가 때로는 훨씬 많은 것을 누설한다."

저자가 어떤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서 살았는지 점검해 보라는 카의 말.(97)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는 유명하다.

그렇지만 유시민이 썰을 풀어주니 다이아몬드가 존경스러워진다.

 

"이 네 가지 환경 차이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

다이아몬드는 15세기 이후 세계를 정복한 유럽인들이

끈질기게 붙들고 있었던 인종적 우월감과

문화적 자아도취에 얼음물을 끼얹었다.

그는 도덕적 훈계나 연민의 감정 호소 대신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고,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환경의 차이를 근거삼아 논증했다.(296)

 

이 책에 등장한 소재들은 역사서가 주가 되지만,

넓게 보면 인류사나 민족사 등 다양한 기록을 섭렵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유시민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생각은 차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

그리고 환경에 따라 생각은 달라진다는 것.

고정 관념을 버리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지는 것,

이런 저런 것들이 그를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사건 요약 작가에서

다양한 역사적 관점의 차이를 기록하는 작가로 변하게 한 것이다.

 

그것은 70~80년대의 짱돌과 화염병 투쟁에서,

2016년 촛불과 2018년 선거의 투쟁으로 이어지는 다종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당연히 다종다양할 수밖에 없는 국가적 현실앞에서

지식을 소매점 형식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의 최대한의 노력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생각이 여러 번 났고,

그 와중에 고 노회찬 의원의 부고를 들었다.

 

슬픈 역사를 껴안고 가는 민중의 눈물이

언젠가 작은 역사로 남으리라.

 

작은 아픔까지도

모두 기록되어야 할 것이 미래의 사관일 것이므로...

 

 

고칠 곳 몇 군데...

122쪽 본문의 독일어 표기에 und를 and로 썼다. 오타다. 같은 책의 323쪽 참고문헌에서는 und로 옳게 썼다.

136쪽의 각주에 오타가 보인다. 독일어 인간은 Mann이다.

289쪽. 내가 알기로 과학 잡지의 이름은 <디스커버>가 아니라 <Discover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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