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김현근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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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나라.
그 나라에서 학생으로 사는 일은 '지옥'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가난한 부모 아래 사는 학생들은 더 심할 것이고.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지났다고 한다.
부는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곤 했는데, 그것은 정의가 승리하지 못한 한국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대물림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우골탑의 신화'였다.
명문대를 나와서 고등고시를 합격하면 상위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과거...

그러나, 갈수록 그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근이는 실직한 아버지, 학습지 교사로 급여가 넉넉하지 못한 어머니 아래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과학영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 부산에선 신화와 같은 학생이다.

이 책은 당근이기도 하고 채찍이기도 하다.
당근으로서 유학을 꿈꾸는 아이들을 기르거나, 100점을 맞지 못한 아들을 뺨을 후리 갈기는 엄마를 만들게 될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서 더욱 학업에 박차를 가하여 좋은 성적을 얻는 학생도 소수 있을 수 있지만, 채찍질에 시들어버릴 아이들도 생길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해도 안 되는 일도 많고, 특히 공부라는 면은 모든 사람이 한다고 같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현근이는 스스로 천재가 아니라고 하지만, 정말 그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듯이, 그 99%를 기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현근이와 같은 아이가 핵폭탄같은 나쁜 일 말고, 질병의 치료같은 좋은 일에 머리를 쓰도록 미국의 우수한 대학의 시설을 활용하는 일은 정말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어둡게 덮고 있는 구름은, 가난해서 꿈도 가난한 아이들이나, 가난하지 않아도 꿈이 가난한 아이들에 드리운 그늘 때문이다.
날마다 학원에 가서 이유도 없이 공부를 반복하는 수도 없는 아이들이 이용하는 승합차의 수 만큼이나, 현근이에게 못이르는 아이들이 좌절해야 하는 '벽'이 공부의 앞에는 분명히 있다는 것을 너무도 뻔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1%,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부를 현근이처럼 죽자사자 하더라도 이를 수 없는 타고난 머리와 부모님의 조력이 필수적임을 생각하면 이런 책이 남기는 불편함이 위로받을 수 있으려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을 증오하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정말 좋은 학교란 어떤 것일까?를 깊이 고민하는 나른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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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6-12-28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절이 공감하고 갑니다. 특히, '가난해서 꿈도 가난한 아이들이나, 가난하지 않아도 꿈이 가난한 아이들' - 이런 아이들 보면 정말 맘이 아파요..

글샘 2006-12-30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없어서 아무 목적이 없는 아이들... 참 가엾죠. 환경이 불쌍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