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폭군
이리나 프레코프 지음, 황진자 옮김 / 예영커뮤니케이션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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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조회를 기록한 뉴스는 '여중생 폭행 동영상 파문' 기사였다.
같은 반 친구에게 욕을 하며 주먹질을 하고, 우는 아이 얼굴을 찍으면서 머리를 위로 묶고, 뺨을 때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시시덕 거리는 장면은 폭력 영화에 노출된 장면에 비하여 훨씬 충격적이었다.

얼마 전에는 교사가 혈서를 쓰든지 청소를 하라고 했다고 해서 손가락을 베어 혈서를 쓰는 아이들도 있었고, 담임교사를 때려 실신시킨 초등학생도 있었다. 작년에 부산에서는 동급생을 교실에서 죽을 때까지 때린 중학생도 있었다.

이런 반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란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욕을 하거나 침을 뱉거나 폭력을 쓰는 아이들이 얼마든지 등장한다.

어쩌다가 아이들이 이렇게 <작은 폭군>이 되었을까?

이 책은 독일의 이리나 프레코프라는 발달 장애 치료사가 <페스트할텐> 치료를 위하여, 심리적 사회적 기저를 분석하고, 아동의 임상 관찰을 통한 해결책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페스트할텐>이란 아이를 억압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독립적인 자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발판이 되고, 동시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아이들을 보면, 환경의 문제가 두드러진다. 그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을 선택할 때에는 단기간에 치유적 증후를 보이기 쉬운 아이들을 선택할 것이다. 치유되지 않는 아이들을 <방송>에서 선택할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는 유명한 생물학적 명제가 있다. 한 개체는 그 개체가 속한 집단의 역사적 발생을 반복하게 되어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작은 폭군>이란 소우주가 형성되게 된 이유를 사회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야기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사회가 집단적 삶을 살아왔다. 아직도 옛날식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들을 업고 안고 키운다. 잘 때도 당연히 엄마 젖에 얼굴을 묻고 잔다. 한국도 여기 속하리라.
그렇지만 잘나리아 서구인들은 개인주의를 위해서 아이들을 떼어 재웠고, 그 결과로 아이들이 애정 결핍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아기들이 부모의 권력을 강탈하게 되고, 부모는 아이들에게 질질 끌려가고 만다는 것. 이러한 힘의 지배가 지속적이고 강하게 반복되면 아이는 <중독>에 빠져 쉽게 돌이킬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아이의 자기중심적 나르시시즘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지배욕은 그 지속성과 강도가 주변인을 견디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무섭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그것은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가 서구인들을 모방하며 만들어지다보니 점차 서구의 문제들을 같이 떠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서구인들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걸 해결해 보려고도 하는데, 우린 아직 거기까지 다다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전통적인 양육 방식의 장점을 이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도 어머니의 품에서 풍부한 사랑을 느끼며 자라는 아이는 드물게 되어 버렸다. 결국 인류라는 사회가 파편화되는 쪽으로 변하고 있고, 개인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지 못하고, 피시방에나 몰려다니는 현실에서 한국 사회라고 작은 폭군의 등장을 가벼이 여길 수만은 없지 않을까?

나는 학교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살지만, 어느 날, 어느 상황에서, 어느 아이가 <폭군>적 기질을 드러낼는지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교사의 지도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강압적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폭군적 기질을 가진 아이의 저항에 부닥치면 미리 유도를 배워두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생각할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말 인격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라면, 아이들이 폭군적 기질을 억제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늘 억압적이고 지시적인 공간이므로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기르면서 과연 얼마나 사랑을 주면서 길렀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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