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고고한 연예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達文... 세상이치에 통달한 사람, 이라는 의미렷다.

박지원의 광문자전을 아주 재미있게 해석했다.

 

평범한 날들이 쌓여

오늘 이 모양이 된 거니까요.

사람이 사람이 되고

삼이 삼이 되려면

특별함이라곤 전혀없는 하루하루가 필요한 법(88)

 

달문은 거지 왕초이며 광대이지만,

평범한 날들이 가진 가치를 헤아린다.

 

그 많은 문제를 다 알지는 못할 텐데, 답을 그리 막 해도 돼?

저처럼 못배운 놈이 답을 알리 없습죠.

저들도 거지에 까막눈인 제게 딱 맞아떨어지는 답을 들으러 온 건 아닐 겁니다.

저한테까지 와서 하소연하는, 그 답답한 심정을 헤아릴 뿐입니다.

해답은 모르겠지만 그 문제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겠다고 받아주는 게 전부(117)

 

세상 문리라는 것이 해답이 있을 리 없다.

순식간에 바뀌고 변하고 사라지는 것이 세상이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고민하고 다툰다.

 

달문은 맞붙어 다투지 않았다.

경쟁이 격화되어 한쪽이 다칠 가능성을 스스로 지웠다.(140)

 

조선이라는 신분제가 공고했던 사회에서

세상 이치에 통달한 이가 살기란 참 버거웠을 것이다.

투쟁이 먹히지 않는다면, 도를 통하고 무를 실천할 수밖에 없다.

그이 연예(광대)는 삶의 길이었고

집착하지 않는 버림의 도였다.

 

아름다움이란 바위처럼 불변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며 채워 나가는 거랍니다.

달문 오라버니는

움직이면서 순간순간 뜻밖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채웁니다.(310)

 

김탁환의 변화가 곱다.

조선 시대 멋진 남자들의 이야기를 쓰던 글쟁이였던 그가,

세상의 혼탁한 길바닥으로 나앉았다.

세월호가 소설가였던 그를 광대 달문의 눈으로 바꾼 셈이다.

 

책임없이 사랑하는 게 훨씬 더 깊고 넓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 책임이든 뭐든 딴 걸 덧붙이면 안 됩니다.

그래야

사랑이 변하거나 사라질 때,

엉뚱한 걸 사랑이라 붙들고 세월을 낭비하지 않습니다.(315)

 

달문이가 그랬고,

세월호 잠수사가 그랬다.

스스로 소설이야 '모독'일 뿐이라 자학하더라도,

분명 세월호 전의 김탁환과는 다른 눈빛의 작가가 되었다.

월하 정인의 느긋한 풍정과

실학자들의 풋풋한 논쟁보다는

삶의 핵심에 짓쳐들어간 느낌이다.

 

그의 바뀜이 반갑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