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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준 인도
원유진, 원덕재 함께 씀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그 부모는 조각을 하는 분들이었는데, 유학을 가면서 3세 된 아들을 데리고 갔다.
인도는 못살고, 가난하고, 더럽고, 사람들이 뻔뻔하면서도 느긋한 느끼함이 넘치는 나라다.
쥐와 모기와 뱀과 도마뱀이 득시글거리는 나라이고,
사리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들의 축제가 끊이지 않는 카스트의 나라이다.
나는 아들을 열심히 기른다고 길렀는데, 이 아빠에 비하면 영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옆자리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여행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좀 불편하더라도 세상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인데, 안락한 자동차 여행을 통해서 아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었이었을지, 반성해 본다.
이번 겨울엔 둘이서 기차라도 타고 가까운 데 여행이라도 가 볼 일이다.
해운대 역에서 기차를 타고 불국사 역에 내려서 경주를 구경해 보는 것도 재밌겠고, 남산엘 올라 보는 것도 좋겠다. 더 멀리 걸어 가도 될 것이고.
그러면서, 이 아빠처럼 역사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아들이 자라면서 아빠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 직업에서 오는 거부감일 수도 있을 게다.
이 아빠와 아들이 자연스럽게 역사와 지리를 이야기하고, 기분을 나누는 대목은, 비록 아버지가 기록한 것이어서 좀 과장된 부분은 있겠지만, 아이에게 평생 재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 아이들에게는 공부를 시킬 것이 아니라, 평생 재산이 될 마음을 전수해 주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다.
공부를 하든 말든, 그것은 마음이 단단해 진 후라야 가능한 것이다.
논개가 국가를 위해 죽었다고 이해하는 것을 뛰어 넘어, 평화를 위해 몸바친 고귀한 정신으로 설명하는 데서 아빠의 내공이 느껴진다. 세계엔 힌두교의 여러 신, 예수,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알라 등 신으로 떠받드는 존재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것은 나라마다 말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는 융통성도 넓은 세상을 다녀 본 이가 얻을 수 있는 지혜였다.
아빠가 아들을 위해 어린 시절 추억을 기록해준 책에 불과하지만, 정말 자식에게 남겨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 곱씹어 보게 하는 책이다. 과연 재산과 학벌을 물려주는 것이 자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를...
<존재 to be>의 소중함을 가르치지 못하고 <소유 to have>에 집착하는 삶을 살 때, 불행은 보이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아이를 기를 일이다. 그 행복의 근원 없음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소유만으로는 결코 웰빙을 이룰 수 없음을 어려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
월욜엔 아들녀석이랑 <우리 학교>를 보러 가서 이야길 좀 나눠야겠단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