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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 세상에서 제일 큰 축복은 희망입니다 ㅣ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06년 7월
평점 :
장영희 선생님의 책이 나오면 꼭 사서 읽어 보게 된다.
먼저 나온 영시집과 이 영시집은 마음에 안 드는 신문에 실린 글들이고, 영어 원문에 번역된 시 뒤에 간단한 글이 붙어 있는 터라, 나는 이런 컨셉트를 가장 싫어하는 취향인지라, 읽지 않을 법도 하건만, 그래서 김용택 같은 이가 이런 짓을 하면 리뷰에 욕을 막 적는 막돼먹은 스탈이기도 하지만, 장영희 선생님의 글들을 읽다 보면,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힘으로 변환되어 내 마음마저 동화되는 것을 느낀다고나 할까...
'희망'으로 이름붙일 뻔했던 이 책이 가장 필요했던 분은 막상 장영희 선생님 자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희망을 갖게 되는 축복을 깨닫게 된 이야기들이 살포시 들어 앉아 있고...
장영희 선생님의 글은 아픔이 묻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픈 사람에게 제일 좋은 친구는 같이 아픈 사람뿐이라는 <동병상련>의 진리가 있기에 이런 책들이 우리 삶에 큰 위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영미시를 읽다 보면, 한국의 시란 것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를 읽게 된다.
근대시란 것이 영미시의 모방 내지는 아류에 불과한 것들이 수두룩 하단 것을 느끼며 좀 슬퍼지기도 하고,
멋도 모르고 외치는 한 구절들의 오해에 대하여 일반인들이 착각하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엘리엇의 4월은 잔인한 달'이란 의미일 것이다.
4월은 4.19가 있어서 잔인한 달도 아니고, 중간고사가 있어서 잔인한 달도 아닌데... 꼭 4월이 되면 잔잔한 음악을 깔고 진행자의 멘트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봄이 되어 꽃이 피고 싹이 트고, 부대끼는 삶을 다시 살아야 하는 것 자체가 잔인하다는 이야기라는 설명들이 문학 교과서에는 되어 있지만, 사실 이런 건 수능에 안나온다며 넘어가기 십상이지.
한국 근대시의 모체가 된 영미시를 장영희 선생님처럼 가슴이 따스한 분의 설명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21세기 한국인의 축복이기도 하다.
부디 선생님의 건강을 빌며, 이런 시집을 열 권, 스무 권 더 내 주셨으면 하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