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2권 - 6.25 전쟁에서 4.19 전야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멍청이가 그랬는지, 마흔이 넘으면 혹, 하지 않아서 '불혹'이라고 했고,
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가슴이 뜨겁지 않지만, 나이 들어서도 사회주의자면 바보라고 했던지...

그 놈도 멍청인지 모르지만, 나도 멍청한 건지도 모르겠다.
50년대를 읽으면서, 아직도 핏줄이 펄떠덕거리고 입에서 욕이 불뚝거리고 나와서 견딜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씨바, 어째서 이 나라의 가진 자들 중, 인간 같은 놈이 어찌 이리도 없단 말이냐. 그리고 어찌 이 땅은 이토록 비극적인 땅이었단 말인가... 몰랐던 것이 부끄럽지만, 그걸 감추며 살았던 역사가 끝없이 가증스러웠다.

베트남 전쟁을 가장 추악한 전쟁이라 하지만, 베트남은 사진, 방송 등 기술의 발달로 널리 알려진 전쟁일 따름이었다. 제1세계와 제2세계가 맞붙은 최초의 전쟁인 한국 전쟁은 국민의 1/3이 죽어갔지만,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고,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 인민의 승리로 올바른 정리를 밟을 수 있었지만, 한국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이데올로기의 시녀가 된 두 땅덩어리로 분단되어, 아직도 국민을 짓누르는 현재 진행형으로 시퍼렇게 살아있다.

"살상 무기를 앞세워 공세와 응사를 교환하는 인간들은 똑같은 몽골반점의 종자였지만 밀어붙이는 탱크에는 소련 표지가 새겨져 있었고, 다급하게 뿜어대는 기관총에는 미국 표지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에 새겨져 있어야 마땅한 폭력의 본적지에 대한 표시였다."(39)

이렇듯 한국 전쟁은 한반도에서 일어났으므로 <한반도 전쟁>일 수 있지만, 그것은 분명 미,소 전쟁이요, 소,미 전쟁이었다. 이 와중에 때리는 시에미보다 미운 인간이 말리는 시누이도 아닌 때리는 시누이였다. 리박사란 애칭으로 불리는 그자식은 미국의 핵을 이용해서라도 자기 이익을 얻으려는 모리배에 불과했다.

"애당초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한반도에 진주했던 미군에게 있어 한반도와 한국민은 단지 전투 수행을 위한 작전 대상물에 불과"했던 이 전쟁에서 이승만이 얻은 것은 권력이요, 잃은 것은 정의였다.

'코리아 국제전범재판'의 램지 클라크 수석 검사는 한국 전쟁의 본질을 <인종 말살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살리기 위한 폭격이 아니라, 말살을 위한 폭격이었다는 말이다.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폭격을 일삼은 원산의 경우 700일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래도 한민족은 gook(미군들이 한국인을 부르는 경멸적 속어)으로 있어야 했던 것이다.

전쟁 중, 많은 민간인들이 '골(짜기)'로 가서 학살 당했고, 휴전 후 유골을 발굴했다가 리승만에게 시껍을 했고, 다시 박정희에 의해 연좌제로 일가 친척이 빨갱이 낙인이 찍힌 불행을 등에 짊어진 나라. 그 나라의 전쟁으로 가장 회복을 얻은 것이 일본이며, 세계 경제가 일어났다는 아이러니는 <모든 전쟁의 본질은 유색인종 말살과 백인종의 부흥>이 그 목적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오로지 멸공만을 외치는 모리배 이승만 도당에 붙어먹은 것들 중에 40년 만에 세계 50대 교회에 23개나 드는 위업을 차지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도 한건 올렸고, 불신사회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사바사바가 통하고, 빽이 아니면 되는 일이 없으며, 적당주의와 요령주의는 안심입명의 필두에 선 복지부동의 아버지였다.

제가 모른다고 맞춤법까지 뒷걸음질 치게 할 뻔한 모리배 리승만. 그의 밑바닥엔 과연 무엇이 들었을까? 미군들조차 불안에 떨게 한 그의 반공과 원폭에 대한 외곬 의지는 국가의 모든 면면을 썩어들어가게 하고 곪아 터지게 한다.

예술원에 염상섭, 김동리, 유치환, 서정주 등이 들어가자, 모윤숙, 김광섭 등이 자유문인협회를 만들고, 변영로, 백철 등은 펜클럽을 만든다. 아직도 이 인간들이 국어 교과서의 주요 등장 문학가라는 것이 애통하고 비통할 따름이다.

현대의 성자, 이승만 박사... 노구를 이끄시옵고 친히 만기를 총람하사 주야로 전념하심을 우러러 뵈오니 참으로 황송함을 이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연년 익수하사 정정하신 기력을 뵈오니 국민된 기쁨 이에 더함이 없나이다... 희신 터럭은 이 나라 이 겨레 때문이옵고... 우리 한국의 창건자, 세계의 민주 선봉, 민족을 위하여 형극의 길을 걸어오신 현대의 성자... 고은의 말대로 <남산 이승만 임금님>의 나라였다.

임진왜란이 나자 제일 먼저 달아난 선조 임금과 그 꼬락서니가 비슷한 것으로 보거나, 양녕대군의 후손이라는 프린스 리의 핏줄로 보거나, 그가 왕족인 것은 분명한 모양인데, 어찌 하는 일은 그토록 비겁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것인지...

이 책을 읽는 일은 참으로 불쾌하고 참담하고 우울한 역사를 곱씹는 일이어서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차라리 미국 민중사의 인디언, 흑인, 노동자를 짓밟는 인종들은 최소한 '다르기에 억압한다.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나마 있었다. 차라리 미국의 노예가 속편할 일일 정도로 열통터지는 역사도 과연 역사일까? 이 책은 <상부 구조를 차지한 인간들>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이 시대 한국 민중들의 삶을 오롯이 기록한다면, 이 책에 비하여 얼마나 더 피비린내와 굶주림의 역겨운 풍경으로 가득할 것인가.

오, 역사에 자비 있을진저. 다시는 리승만 같은 짐승만도 못한 인종이 이 땅에 발붙이지 않기를... 간~곡히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