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 - 생텍쥐페리 잠언집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혜연 옮김 / 생각속의집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통해 어린왕자 외의 책들에서도 좋은 구절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사막은 원래 확실한 것은 주지 않는다.

그 안에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사막에 가면 인간들은 자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이끌려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어느 인질에게 보내는 편지 중, 168)

 

어젯밤에 러시아와 스페인이 16강전을 하는데,

피파 랭킹 70위라는 러시아가 8강으로 올라갔다.

연장 끝에 무승부여서 승부차기를 하는데, 어떤 선수가 찰 때 왠지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공은 키퍼가 막아냈다.

나중에 있었던 경기를 보니, 덴마크와 크로아티아가 승부차기에서

열 개의 공 중에서 무려 5개를 키퍼들이 막아냈다. 굉장하다.

 

승부차기도 실력이라 할 수도 있으나,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러시아라는 나라의 심장에서 그 큰 외침 속에서 공을 차는 선수의 마음은 졸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한국전에서 스페인이 승부차기에서 지고 돌아갔듯이... 하필이면 또 스페인이다.

 

별을 따라가며

길손이 산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별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성당에서 돈을 받고 의자를 빌려주는 사람도 마찬가지.

의자를 내주는 데 너무 열중하다 보면

자기가 하느님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인질 편지, 146)

 

교사도 그렇다.

학생 지도에 너무 열중하다 보면,

학생이 한 우주라는 것을 망각할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네가 무엇을 향해 가느냐 하는 것이지,

어디에 도착하느냐가 아니다.

인간은 죽음 이외의

그 어떤 곳에도 도착하지 않는다.(사막의 도시 중, 130)

 

냉철한 통찰이다.

어제 허무한 부고를 들었다.

애써 아이를 길렀던 한 어머니가, 쉰의 나이에 암으로 소천했다.

정말 고생했고, 이제 아이가 성장했으니 잘 살아갈 모습만 보길 바랐는데...

 

인생 허무하다.

무엇을 향해 가는가 하는 지향도 허무하긴 마찬가지다.

오늘 처한 일을 너무 열심히는 말고,

잘 넘길 일이다.

 

내일 태풍이 온다 한다.

조용히 지나가길 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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