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육기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5
심복 지음, 권수전 옮김 / 책세상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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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가르친 제자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아이(이제 서른이 다된 아가씨지만)가 여름에 갑자기 아버지를 잃고, 자기가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더 살 수 있었는데, 식물인간으로 오래 사는 것은 가족을 괴롭히는 일이라며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는지도 모른다면서 죄책감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단다. 해줄 말이 없었다.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해 질 수 있단다. 그래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이적지는 아버지가 그 역할을 담당해 와서 자기는 모르고 살 수 있었는데, 그걸 안 이제는 자기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나는 이제 더이상 아이가 아닌 제자와 나눌 말이 없었다.
그 말이 없는 경지에서, 그 아이가 선택한 길을 열심히 가라고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
온 가족의 생계를 떠안고 수레바퀴 아래서 고생하며 사는 사람들의 삶은 안타깝다.
어차피 삶은 여러 번 반복할 수 없고, 시험삼아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없는 일회적인 것이어늘...

뜬구름 같은 인생인가? 과연 존재란 것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뜬구름 같은 생의 여섯 가지 이야기를 적었는데, 나도 이미 40년을 살고 나니 흐르는 시간이 정말 뜬구름이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1장의 아내 운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과연 청나라는 비교적 남녀의 애정 표현이 자유로웠던가? 아내와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지은이의 모습은 요즘도 보기 쉽잖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아내 운이 남장을 하고 외출을 했다가 어느 여인네 어깨를 짚고 오해를 받자,
발을 내보이면서 "저 또한 여자랍니다."하며 모면하는 장면이 있다.
중국의 전족이란 인권 훼손의 모습이 떠올라 씁쓰레하기도 하지만, 막상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문제의식을 못느끼며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훗날 뱃놀이를 갔다가 감원이란 여자를 소개해주며 "아름다운 사람을 이미 얻었으니, 당신은 이 중매쟁이에게 어떻게 보답하실 건가요?" 운이는 기뻐하며 나에게 말했다... 아, 이런 대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남편을 위하여 아름다운 여인을 구해주는 아내의 마음이 과연 즐거운 것일까?

이 아내를 잃고 애끓는 모습은 읽는이에게도 전이되어 심금을 울린다.

뒷부분의 양생법에 관한 부분은 본인의 글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다고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한 모습이 돋보인다.

장자를 읽었다는 이야기 속에, 양생(養生)이란 말이 나오고, 소요유란 말도 나오니, 소요하며 사는 삶, 우리 삶이 부평초처럼 헛되고 헛된 것임을 명료하게 깨닫고 사는 삶이 웰빙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괴로움을 이겨내는 삶으로서의 양생, 남의 이야기를 읽기는 언제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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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07-06-0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 이 책을 읽고 나도 이런 아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결과적으로 남편과 저는 공감하는 것들이 많아서 좋은 친구이기는 하지만 서로의 개성을 너무 많이 존중해 주다보니 정말 따로 국밥인 점도 많답니다. 부부가 된지 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샘 2007-06-04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로 국밥도 좋지 않아요? 너무 같으면 재미없을 것 같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