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 책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거 같던 차에 읽게 되었다.

1억원인가 하는 세계문학상에 당선된 작품이란다.

이 책의 미덕은 인생의 다양한 면을 축구에 빗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지나치게 억지로 이끌린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책의 한계는 작가의 의식이 뒤떨어진다는 데 있다.
어디 가서 세미나 한 번 들으면, 가족과 결혼에 대하여 이 정도는 문제 의식을 가질 수 있다.
내가 보기엔 그는 지독한 마초인지도 모르겠고, 결혼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여성이 소설을 썼다면, 결코 이렇게는 쓰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여자랑 알게 되었는데, 그 여자가 축구를 졸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 여자가 좋아하는 팀은 바르셀로나 팀인데, 스페인으로 치자면 '한국의 광주'같은 아우라를 가진 도시다.
그 남자가 좋아하는 팀은 마드리드 팀인데, 여긴 서울이나 마찬가지다.

아무튼 그 여자는 커피 한 잔을 미끼로 그 남자를 침대로 유인한다.
그 남자는 침대에서 흡착판같고 부드러운 섹스를 경험한다.(이런 것은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인 그의 시각을 감출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나서 그 여자와 결혼하지만, 그 여자는 일부일처에 만족하지 않는다...

문제 의식이 참신하다고 볼 수 있고,
축구에 빗대는 그 표현 기법이 제법 매력적이라 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결혼과 육아에 대하여...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축구만 못하다.

축구는 어쨌든 경기의 <종료>가 있으며, 게임은 일회성에 머물고, 축구의 승패는 관객이나 선수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혼은 종료될 수 없으며(헤어진 후에도 이혼이란 형태로 남는...) 일회적 행위가 아니고, 결혼과 육아는 인간에게(특히 아동에게) 전부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이 소설의 주제인데,
멍청하게도 두 남자가 갈등을 일으키고, 아기까지 낳아서 딴나라로 튀어버리는 후반부는 도대체 이 소설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놈현스런 우려까지 낳게 했다.

앞부분에서 흥미진진한 축구 이야기들을 곁들인 것은 좋았는데, 이야기가 축 처지면서는 축구 이야기도 시들해졌다.

그리고 축구 선수들의 멋진 말들, 멋진 일화들로 소개한 것들도 그 말을 했을 때, 그 상황에서 빛나는 것들이었지, 불멸의 격언이 될 순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축구 이야기처럼, 운동장 하나에 몇 반이 뛰어 다니는 곳에서는, 학년 구분도 점수가 몇 점인지도, 오프 사이드나 각종 파울도 없다. 그저 종칠 때까지 뛰는 것이 재미고, 그저 종이 한 5분 늦게 치면 좋겠다... 고 생각하는 것이 행복한 축구라는 그의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결혼의 질곡, 결혼은 미친 짓일까? 여성 중심의 결혼 생활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작가가 이끌고 가기엔 그 이야기가 좀 버거웠단 느낌 지울 수 없다.

한 남성이 여러 여성을 꼬이고, 여러 집에서 아이를 낳고, 그러다 죽은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숱하게 보았다. 그 꼬라지를 겪은 여성들의 속은 얼마나 뒤집어졌을 것인가...
역으로 한 여성이 여러 남성을 꾀어 가족의 틀을 뒤집어 버리고, 그 상황을 쿨하게 받아들이라는 역설적 이야기의 발상은 상을 받아도 마땅하게 여겨지지만, 역시 좀더 멋진 소설로 승화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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