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와 이저벨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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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저벨은 딸 에이미와 살고있다.

아버지는? 하는 의문을 계속 품고 읽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야 의문은 풀리면서 긴장은 해소된다.

남들에게 감춰야할 것 같은 비밀 따위, 세상엔 없다.

 

딸 에이미는 우울했겠지만 그녀에게 로버트슨 선생이 있었고,

그 사실은 지금 옆에 놓인

잇이 부드럽고 따뜻하고 살냄새가 밴 쿠션처럼 느껴졌다.(232)

 

올리버 키터리지만큼의 통찰은 없지만,

장편 치고는 제법 긴장감을 놓지 않게하는 맛이 있고,

여성스러운 그의 문체에서 위안을 받게 하는 문장을 만나 좋았다.

 

크로커스, 데이지, 스위트피, 루핀, 티머시... 끝도 없이 등장하는 꽃들도 화사했다.

마치 꽃들이 주인공이고 그 곁에서 실종되어 유골로 발견되는 아이도 있고,

젊은 아이들은 성 에너지를 어떻게 발산할지 모르고...

어른들은 서로 다른 고민으로 삶을 버거워하는 사소한 모습을 전개해 보여주는 것처럼...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계속 나아갈 뿐이다.

사람들은 계속 나아간다. 수천 년 동안 그래왔다.

누군가 친절을 보이면 그것을 받아들여 최대한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어둠의 골짜기는 혼자 간직하고 나아가며,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언젠가 견딜 만해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에이미는 아직 어려서 무엇을 참을 수 있는지 혹은 참을 수 없는지 아직 몰랐고,

이 자리에 있는 세 엄마에게 어리둥절한 아이처럼 말없이 매달려 있었다.(508)

 

그래서 이 책은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에게 읽혀도 좋겠고,

자식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른들에게 읽혀도 좋겠다.

 

이 세상 어떤 사랑도 끔찍한 진실을 미리 막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그대로를 물려준다는 진실을.(522)

 

살아보면 그런 것을 알게 된다.

금수저나 흙수저라고 툴툴거리는 소리를 하지만,

재산은 불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성향이라든가 기질은 유전자에 실려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리처드슨 처럼 철없는 교사가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으려 시를 들먹이고, 멋진 말을 인용하는 구절에서,

교사들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세계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연약한 것인지,

어른들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최근에 그녀의 '루시 바턴'을 읽고 심심했던 터라,

이 책의 성과에 반가웠다.

올리버~ 만큼의 성과가 담긴 책을 더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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