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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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를 읽었는지 모르겠다. 실증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야기가 술술 읽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책이 너무 두꺼워 한번에 읽기엔 부담스런 책이었다.

인류의 일부는 풍요롭고 안락하게 사는 반면, 인류의 절반이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세계는 결코 정의롭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발전의 반경을 확대하며 이 속에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도덕적 명령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 국제 정책을 세울 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할 사항 가운데 하나다.(미국 국가 안보 전략 중)

제프리 삭스의 글은 명쾌하다.

가난한 나라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빈곤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인종, 종교등으로 인한 전쟁, 인구의 증가, 사막지대 증가, 제국주의의 수탈 등... 게다가 질병까지 만연하고 있다.

이에 미국을 필두로한 유엔이 이 빈곤과 질병 퇴치에 앞장설 수 있다는 순진한 논리다.
순진한 건지 무지한 건지는 이 책을 읽고도 알 수 없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이 필요한 실제 원조보다 더 많이 원조하고 있다고 착각한단다.
미국의 원조는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성장을 돕는 데 실패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위대하고 존경스런 세계의 대통령, 부시 놈의 TV 연설을 인용한다.

"우리나라는 자연의 재앙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세계를 이끌 수 있습니다."

제프리 삭스는 유엔의 일원이 되어, 분배를 잘 하고, 경제 성장의 동인을 제공하기만 한다면 빈곤을 수십 년 안에 종식시킬 수 있다는 발언을 한다. 그게 이 두꺼운 책이다.

지나치게 커진 군비 예산의 일부를, 경제 개발을 통한 세계적 안보 확립이라는 의제로 이전시키고,
최고의 부국들에게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라고 요구하라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지도들을 보면, 한국은 마치 섬처럼 등장한다. 북한의 자료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 정말 제프리 삭스의 의견대로 될 수 있는, 세상이 그렇게 순진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진정, 그의 조국 미국은 원조가 아니라 <군산복합국가>로서의 돈벌이에 관심이 있고,
질병 퇴치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든 미국의 유일한 권력>을 유지하려는 나라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었다고 축제분위기가 되는 순진한 사람들과,
미국이 앞장서서 빈곤의 종말을 기대한다는 순진한 사람들을 딛고 우뚝 선 나라.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를 필두로, 미친 소와 카우보이를 앞세워 착취의 날을 번득이는 나라.
<米國> 이외에 핵무기를 개발하면 모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나라.
그 무서운 나라의 공포 속에서 이런 순진한 주장을 내세우는 책들은 과연 무지한 결과라고 해야할까?

2025년에는 극단적 빈곤을 끝내기로 약속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높이며, 미국의 역할을 회복하고(이것 보면 그 저의가 드러난다.) IMF와 세계은행이 결정적 역할을 하며, 유엔을 강화하고, 세계적 과학을 활용하고, 개발을 촉진시킨다.

이 책을 읽고 미국의 역할과 유엔의 역할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생길까 두렵다.
북한의 핵 실험을 증오하며, 퍼주기를 중지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곧 미국에 의존하는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난독증의 결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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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6-12-0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리에, 오웬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보고 자본가들의 선의에 기대어 세상을 바꿔보려다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죠. 근본적으로 인간의 사악한 욕망을 부채질하고 증폭시키는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내지 않고 잘사는 나라들의 호의에 기대어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자는 발상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글샘 2006-12-0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빈곤 타파 프로젝트가 베푸는 단비는 몇 사람은 살릴 수 있을는지 몰라도, 미국의 세력을 강화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듯 합니다. 호의가 아니라 악의를 감추기 위한 가면이라고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