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2 - 전이하는 메타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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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혼수상태가 이어진 끝에 심장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기관차가 종착역에 도착하면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듯이,

지극히 조용하고 자연스럽게.(574)

 

작가가 희망하는 죽음일지도...

 

제2권의 부제는 '우츠로 메타포'편이다.

우츠로는 한자로 遷을 쓴다. 옮겨간다는 의미다.

역자는 전이하는 메타포라고 적었는데, 한 부분은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원래 의미는 좀더 폭넓은 의미로 적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멘시키라는 이름에서 읽을 수 있었듯,

색즉시공, 물질은 텅 빈 의식 속에서 현존하는 것처럼 여겨질 뿐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 세계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지 몰라.(584)

 

이런 말이 다른 말로 색즉시공으로 옮겨질 수 있겠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새벽의 화재로 영원히 소실되어버렸지만

그 훌륭한 예술작품은 내 마음속에 지금도 실재한다.

그들을 생각하면

드넓은 저수지 수면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볼 때처럼 기분이 지극히 고요해진다.

내 마음 속에서 그 비가 그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무로는, 내 어린 딸은

그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은총의 한 형태로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597)

 

삶에서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것은

지금 여기 있는 상황과 사람 뿐이다.

 

도후쿠 대지진을 겪은 사람들은

과거에 있었던 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을지를 골똘히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이데아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군요.

돌고래는 가능하지. 돌고래는 좌우 뇌를 따로 잠들게 할 수 있네.(131)

 

사람은 기사단장을 만들 수도 있고,

얼굴이 긴 사람을 따라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인생이란

재미와 흥분으로 가득한 곳이기도 하고,

잿빛으로 남은 존재 자체를 믿기 힘든 어머니의 옷처럼 막연한 곳일지도 모르겠다.

 

하루키의 판타지가 도후쿠 대지진 이후 삶의 관조에 시선이 머문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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