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석춘의 편지 2006/10/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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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평가로는 결코 학교를 살릴 수 없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장혜옥 위원장의 신념입니다. 10월 20일 전교조가 교원평가 공청회를 반대하는 투쟁에 나선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장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장 위원장은 1977년 경북 안동에서 교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안동은 연고가 전혀 없는 땅이었습니다. 서울 청량리 역에서 가장 먼 지역을 골랐답니다. 무조건 기차를 탔던 게 인연이었지요. 1989년 해직되면서 전교조 일에 더 열정을 쏟았고, 2003년 수석부위원장을 거쳐 2006년 4월에 12대 위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장 위원장을 만난 그날 전교조 집행부는 교원평가 공청회에서 연행될 각오를 하고 대책을 상의하고 있었습니다. 교원평가 반대투쟁에 10월23일자 <조선일보>는 사설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실제로 전교조는 안티만 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제법 퍼져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 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우리도 교육 현장에서 무사 안일한 교사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삼분의 일 정도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교원평가제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해요. 무사 안일한 교원들을 비호하는 것이 바로 교장 중심의 봉건적 학교체계입니다. 30여년을 투자해 교장이 된 사람들은 자기에게 충성을 강요하지요. 충성도에 따라 인사권을 휘두릅니다. 성폭력 교사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비상식적 행태가 벌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이 거대한 봉건적 구조를 바꾸지 않고 교사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논리가 선명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체계의 변화가 요원해 보이는 상황에서, 교원 평가는 안일한 교사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장 위원장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현행 교장 중심의 학교 체계를 그대로 둔 채 교원평가를 도입하면 문제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교수 수업 평가가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듯이, 교사 평가에 학생들이 참여하면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대학과 초중고의 차이를 강조했습니다.

  “대학과 달리 초중고에 입시 중심의 교육 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평가 항목을 다양화해도 궁극적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평가 기준은 성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될 때 학교는 입시 중심이 가속화할 것입니다. 학생들 사이에, 교사들 사이에, 학생과 교사 사이에, 모든 기준이 경쟁이 됩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지식만이 아니라 품성, 자질, 인간관계 들을 함양시켜야 하는 데 그런 교육은 뒷전으로 더 밀릴 수밖에 없지요. 경쟁과 효율, 수월성이 학교를 지배하게 되는 게 명백한 데 그걸 방관할 수 없습니다.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죽은 학교를 어떻게 살려야 할까요. 장 위원장은 학교자치와 교장 선출제를 답으로 제시했습니다.

  “학교에 학생회와 학부모회, 교사회를 법정기구화해야 합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참여는  법적 근거가 없을 때  한계가 뚜렷해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학교 자치, 교육 자치가 핵심적 과제입니다. 그것이 시행된다면 교장중심의 봉건적 학교 체계를 바꿀 수 있어요. 학교 자치와 교장 선출제 도입이 학교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올바른 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장 위원장은 “전교조가 안티(반대)만 한다”는 비난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말했습니다.

  “우리가 반대하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수구신문의 논리가 의외로 많이 퍼져있어요. 전교조는 이미 <공교육 새판짜기>라는 자료집으로 공교육 개편의 대안을 마련해놓았지요. 교과과정 개편안도 제시했어요. 우리가 정부 투쟁만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달라요. 지금도 전교조 집행부는 3대7정도로 역량을 배분하고 있습니다. 3이 법제화 투쟁이고 7이 참교육이지요. 공교육 개편안을 만드는 데 분회, 지회에서부터 5만여 명의 교사들이 참여했어요. 참교육 실천을 위해 분회, 지회마다 교사들 스스로 교양 강좌를 조직해나가고 있습니다.”

  전교조 가입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장 위원장은 수구신문의 과장 보도라고 단언했습니다.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이스트플랫폼 http://eplatform.or.kr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교사 삼분의 일이 무사안일에 빠져있는 학교, 그리고 그런 교사들을 비호하는 교장중심의 학교체계를 개혁하려는 전교조 앞에는 신자유주의 교육으로 줄달음치는 기득권세력과 그들을 대변하는 수구언론이 엄존하고 있습니다.

  시나브로 죽어가는 학교를 살리는 데 우리 모두의 관심과 토론이 절실한 때입니다. 뚜렷한 근거 없이 전교조를 비난할 때는 결코 아닙니다.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666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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