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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평점 :
베드로는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제자다.
예수를 팔아먹은 유다처럼 악인은 아니지만,
예수를 부정한 경력을 가진 나약한 인간.
이 소설에서는 결혼 생활에 고개를 돌리는 스기무라가 나온다.
예수를 정말 사랑했던 베드로지만,
그는 고난의 행렬에서 달아나려고 했다.
내가 빨간 자전거를 타고 멀리 달려가고 싶다고 바랐던 것을.
나는 여기에 있어야 할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을.
그때만이 아니었다.
한국판 제목의 '십자가와 반지'는
결혼의 굴레와 애정 정도가 되려나...
이 소설의 십자가는 결혼 외에도 직장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고,
사건에서 얽힌 사람들과 찾아가는 문제의 사회와도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실패가 아니었어.
성장해서 지금까지의 틀이 좁아졌기 때문에,
자네들은 틀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걸세.
장례 행렬을 따르는 사람들의 마음 속은 제각각이다.
현대 사회의 <피라미드 판매>야말로,
달콤한 말로 친구를 꼬드겨 장례 행렬로 이끌고 마는
베드로의 장례 행렬로 비유되는 행태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은 인연이다.
살아있고 피가 통하는 인연이 어떤 이유로 약해지고 가늘어지고
결국 죽어 버리면
그 인연에 더이상 매달려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에서 장인 어른의 포스는 멋지다.
현실에서 듣게 되는 대기업 회장의 갑질과는 다른 깊이가 있다.
그런 어른 한 명쯤, 소설에서라도 만나는 일은 행복하다.
너무 길어서 책이 무겁다.
그렇지만 삶 자체가 너무 길고 무거울 때도 있단 걸 생각해 보면,
좀 지루했던 책이라도, 마칠 무렵이 되면 아쉬움이 남는 건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