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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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어떠한 결과에 다다르게하는 원인'이다.

이유라는 말은 홀로 설 수 없는 것이다.

원인이 있어 결과가 있고,

무언가로 말미암아 새로운 일이 비롯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발자크를 들먹이지만,

미미여사의 글들에서는 사회파 소설의 관심이 그대로 묻어난다.

사람은 누군가에게서 말미암아 태어난 것이고,

그런 이치로, 뒷세대로 물려지는 유전자 같은 것이 있다.

 

유전자 gene 에서 세대 generation 도 나오고,

발전 generater도 되는 법인 모양이다.

 

요즘 이웃이란

의지가 되는 존재가 아니라

경계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서로 못본 체하고 사는 것이 딱 좋다고 봅니다.(126)

 

고층 호화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난다.

그러나 서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건은 답보에 빠진다.

 

매체가 발달한 현대는,

보통 사람이 평범하게 평생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수십 배 많은 양의 ㅈ어보를

텔레비전앞에 30분만 있어도 얻는다.

문제는

현실 혹은 사실이란 과연 무엇인가이다.(154)

 

뭔가 복잡해 보이는 그곳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떠들어대는 드루킹이나 셀프 후원처럼

종일 떠다는 그것에는 실체가 없다.

그저 서로 비난하고 싶은 대상에 포커스를 맞출 뿐.

 

경매 물건을 둘러싸고, 버티기꾼이라는 존재들이 나오고,

결국은 그 버티기꾼의 '가족'처럼 보이던 구성원들이 서로 남남이었다는 결론도 등장한다.

사건은 오리무중인 셈.

 

가족과 사는 것보다

남과 사는 것을 더 행복하게 느끼는 것?(415)

 

현대 일본 사회의 가족 붕괴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부동산에 관련된 복잡한 문제는 오히려 근본이 아니다.

서로 관계맺어져야 하는 부모와 자식간도

삐뚤어지고 멀어지게 된다.

삶의 이유는 점점 희미해진다.

 

전쟁 이후

사망한 남편 대신 시아버지의 아이를 낳아야 했던 도메라는 할머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본 사회 역시 굉장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한국 사회가 겪은 파란만장에 맞먹는 경우였겠으나,

현대 한국의 다이내믹함에 비하면 일본이 지닌 정체성은 좀 지루하다.

 

미아베미유키의 '이유'는 그의 '화차'만큼이나 강하다.

화차가 한 인물의 정체 추적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는 몰입이 플롯의 주요소라면,

이유는 이런 저런 숱한 인물들의 겹눈(복안)을 통해 우리 대뇌에 조립되는 어떤 형상을 어른거리게 하는 것이 플롯 요소이다.

서로 다르지만 재미있다.

 

우연히 미미 여사 3종 세트를 '이름없는 독, 이유, 모방범'의 5권으로 판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엔 '이름없는 독'이다.

 

'잇키 부동산'의 '잇키가 한자로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선비 정신 비슷한 逸氣에는 '세속을 초월한 기풍'이라는 고아한 의미가 담겨있다.

부동산 이름치고는 좀 고아한 멋이 담긴 것 같아 맘에 든다.

하는 짓거리야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고 저속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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