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에 관한 작가 개인의 취향과 감정을 엿볼 생각이라면 꽤 괜찮은 책이다. 일본 여행을 한번도 안한 사람이라면 섭섭을 떠나 화가 날지도 모른다. 근데 난 다행히 전자였기에 꽤 멋진 여행감상을 즐겼다. 더불어 추억속의 인물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도 했다.  

책장을 넘기며 끄덕끄덕하기도 하고, '그래,그래, 그거야 바로.' 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같은 걸  공감한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도쿄는 잘 조율된 사람과 사물들의 공유이며 소음조차도 적당하고, 복잡한 거리에서 사람들끼리 부딪치지않는 숙련자의 손놀림같은 느낌.  

그들은 큰 소리를 내어 말을 하지 않는 것 같고, 늘 친절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같고, 거리청소도 깔끔하고, 북적이는 거리 안쪽에도 신기하게 늘 녹색을 볼 수 있는 곳이 있고, 남의 눈 같은 게 뭐예요? 할 정도이고, 그런데..참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도시였던 것 같다. 나지막한 외로움이랄까. 

다른 나라에 가서 그들의 언어로 소통한다면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긴다. 아마도 외국인이 자신들의 언어로 얘기하는 것에 무장해제되어서 그런 듯 싶다. 에피소드 1. 교토에 갔을 때 고로케를 사먹으러  정육점엘 들렀다. 그곳은 꽤 괜찮은 소를 사육해서 상도 타고 했다고 한다. 고로케를 기다리는 동안 주인아저씨가 맛보라며 수제 소세지를 꼬치에 끼워 맛보게 해주셨다. 흡족한 맛! 뭘 꽁짜로 주는 일본이 아니잖은가.  에피소드 2. 고베에 갔을 때 남편친구가 자주 간다는 이자카야를 갔다. 산토리 생맥주 맛이 끝내주는 집이었다. 부부가 하는 조그만 가게였는데, 주인장이 40대 중반 정도. 둘러보니 바앞에 저금통이 있었다. 무슨 모금인가 싶어 물어보니 세상에나!  자신들이 온천여행을 좋아하는데 그 모금이란다. 어찌나 유쾌한 발상인지 다들 한참 웃고 기꺼이 동참해주었다.  

그렇게 내게 이런저런 추억들을 끄집어내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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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11-03-2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소드들이 넘 멋지잖아요. 그 저금통,묵직하던가요?
(잘 지내시는지?)

두심이 2011-03-25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꽤 무거웠던 걸로 기억나요. 유쾌한 연상연하 커플이었어요.

꼬마요정 2011-07-0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한번도 안 가보고 갔다 온 사람들 이야기만 많이 들었어요ㅠㅠ 이 책 읽으면.. 또 이야기만 듣게 되는거죠?ㅜㅜ
언젠간 꼭 가고 말테얏!!^*^ 하고 다짐합니다.ㅋ
잘 지내시죠?
 
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에 눈에 힘빼고 기분좋게 한바탕 웃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너무 웃어서 울기까지했다. (제인구달을 비달사순이라고 알아듣던 장면에서.)
난 그 부분을 읽는 순간부터 김중혁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김연수의 문장이 눈에 하나도 안들어 올 지경에 이르렀다.
'푸핫'에서 시작해서 '끄그그그,,'까지 내 웃음소리가 그렇게 다양한지 놀랐다. 

몇달 전에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를 가봤다. 아주 작심을 하고.
결혼을 하고도 그곳에서 몇년간 살았고, 지금도 아주 가까운 곳에 사는데도
한번 가보지 못했다.(뭐 오다가다 보기는 했지만)
네평반 이라는 자그마한 곳이었는데, 내 20대초반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그이름으로
그렇게 도도히 그 시간을 버텨내준 가게였다. 고맙지 않은가!
4년만인가, 5년만인가..가물가물했다.
난 좌케잌 우짜장의 행복한 아이는 아니였기에 오랫만에 들른 것이다.
가게의 외관만 그대로이고 실내는 뭉텅이채 바뀌었다.
문을 연 순간 그냥 나오고 싶었지만 그동안의 정이 있었으므로,순전히 의리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뿔싸! ..계산을 치르고 나오면서는 배신감까지 들었다. 술집하나에 무슨 배신감까지 드는건지.
그래도 말이다. 건 아니지 싶었다.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이 얘기들까지 꺼내며 하는 이유는 이 책은 사람을 자꾸 떠들게 만들고  말을 많이 하게한다.  

바보같이, 지나온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단말이다.

우리부부는 가까운 동네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랐고 또 그곳에서 결혼했다.
그래서 우리동네에 예전에 어떤 상점들이 있었고 그때는 뭘 먹고
뭘 느끼고 살았는지 비슷하게 얘기한다. 좋아하는 야구팀은 달라도
우리는 야구팬심은 똑같은 거라 우기며 떠들어대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서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나이차 많이 나는 부부들은 무슨 대화를 할까? 이런 상황에 말야.
아,하면 어,하고 나오는 그런 대화는 안되겠지'.이러면서 낄낄댄다.

나와 같은 나이여서 그들의 얘기가 더 맛깔나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유쾌하고 즐거운 얘기들 속에서 김연수가 '준환아'를 부르는데.. 가슴한켠이 심하게 시렸다.

아주 재밌는 친구들이다. '반갑다.친구야!'
 

P.S  

내게도 스무권쯤 되는 키노잡지가 책꽂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연말부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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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10-12-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처럼 '반갑다! 친구야,' 네요. 오랫만에 글 보니 정말 반갑군요.

반딧불,, 2010-12-0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썩! 이게 얼마만인지요?

두심이 2010-12-06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수암님! 잘 지내셨죠? 제가 혹시 양구 갔었다고 말씀드렸던가요?(가물가물..)여름에 양구가서 박수근 미술관 갔었더랬어요. 할아버지 생각을 한가득 했었어요.^^

반딧불님! 백만년쯤 된 것 같네요. 잘지내셨죠? 저는 그럭저럭 생활인이 되어 잘 지낸답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세트 - 전2권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떠나는 것. 떠날 수 없는 것. 그리고 머물러야 하는 것.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떨치고 떠났다. 문두스라 불리던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그래서 그 떠남이 내게 떨림이고 충격이고 그러했다. 그 못지않게. 

우연의 떠남이 처음엔 우연이였는지 즉흥적이었는지 그 조차 확실치 않았지만 그는 프라두를   

향한 길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언어의 연금술사. 사실은 여리디 여린 상처입은 그를 만나 

게 된다. 상처입은 인간을 누구나 그렇듯 그렇게 보듬고 추억하게 된다. 실상은 곁에 너무나 

많은 상처받은 인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프라두... 

어쩌면 잘 자라난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겉보기만 멀쩡한 사람들, 말이 아니다. 

부모의 관계. 부모가 끊어질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부부관계와 많이 다르다. 그러나 프라두의 자식에 관한 생각과 나의 

생각은 같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그런 불안들, 그런 자욱들이 같을 지 모른다. 

친구.. 

그렇다. 친구.. 난 친구가 없다. 없애버렸다. 나하고 영혼이 통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친구란 

이름으로 그들을 남겨두기 싫었다. 프라두가 약국을 사주었다. 친구에게. 

그것이 정말 영혼이 움직인 일이었을까? 모르겠다. 

늘 불 밝혀놓는 , 책은 돈 주고 사는게 아니라는 그 친구가 과연 프라두 영혼에 닿았을까? 

아무도 가지고 놀지 않는 시골마을에 바비인형을 몇개씩이나 세트로 가지고 놀던 아이는 

그저 하나를 내어주었을 뿐이다. 친구로 삼고 싶어서. 그저. 나하고 말하자고, 통하자고.  

 

나이를 먹어간다. 

마흔을 넘겼다. 자꾸 타인의 말들이 나를 괴롭힌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속삭임들이 신기루임을 알면서도 아직도 속는다. 

그렇게 방어하지못하는 나는 괴롭다.  

나도 프라두처럼 파란색에 편안함을 느낀다. 

 

요즘 나는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있다. 

몇년 쯤 지나면 이 책을 내가 떠뜸떠듬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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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름 모를 사람이 자꾸 나를 향해 오라고 손짓한다. 

이건 꿈이지..싶은데도 깨어나지지가 않는다. 그렇게 나도 그의 길을 지난 주말 걷다 왔다. 

 

틀림없는 바람자욱, 햇살자욱, 안개자욱들이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이 틀 안에 들어차서 

사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그것에 홀려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는 참으로 담담한 발걸음으로 자신이 넘어야 할 문턱으로 차분하게 나아가고 있다. 

과장하거나 이해를 요구하거나 누구를 탓하는 방법을 애초부터 배우지 못한 사람처럼 

그렇게 지내온 이야기들을 해나간다. 마치 너무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던 경험을 가진  

사람인 듯.  무섭진 않았을까? 정말로 죽는 건데..

 

'미친 놈.' 돈 안되는 것에 올인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얘기가 통하지않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먼저 자신을 미친 놈이라 소개한다. 

외로웠을 것이다. 지독하게.  

그에게 젖어버렸던 필름은 얼마만큼의 사랑이었을까? 짐작도 안간다.  

어머니의 마지막이었던 그 소중한 쌈짓돈을 받고 울었던 그도 누구의 아들로, 누구의 

남편으로 그렇게 사람들방식대로 살기위해 조금씩 자신만의 꿈들도 접어가며 살고 

싶었을게다.  

나이가 들어 문득 돌아봤을때, 누군가는 하고 싶어하는 일들이 희미해져있거나 

누군가는 이를 물고 참아왔거나, 누군가는 그 꿈들 속에 살고 있거나 할 것이다. 

나이들기 전에 그 꿈에 왜 매진할 수 없었냐고 묻는다면 다들 나름의 변명거리를  

잘 조작해놓았을 것이다.  

그가 얼마나 행복한 꿈을 꾸었는지, 자신은 외로웠지만 참 행복했다고, 살아있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걸고 있다. 

더불어 그가 사랑했던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누군가도 같이 느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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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1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본.중국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22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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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만의 일본 여행을 갔다왔다. 

그 당시엔 나름 나도 컸었다고 생각했는데, 십여년 만에 가 본 일본은  

내게 참 많이도 변한 인상을 주었다.  

'일본으로 여행을 시작했을 때, 나는 단지 두마디의 일본어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사쿠라, 고코로.  이 두마디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 말에 순간 크게 심호흡했다. 멍해질 정도로 명료한 판단이다. 

이번 교토에 가서 '노'를 처음으로 관람하게 되었다. 우연이었다지만 운명같이 느껴졌다. 

약간의 음습함. 약간의 경건함.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하는 그들의 축제를 그렇게 

그저 느끼고만 있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오직 자발적이고 순진한 웃음만이 인생의 공포를 중화 

시킬 수 있다. 그저 중화시킬 뿐이지 절대로 극복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렇다. 그들의 몸짓에서 

그런 약간의 공포감도 느꼈었던 것 같다. 골든 위크로 너무 많은 인파들 속에서 시끌거리던 

길에서 만난 그 고요함이 잠시 한순간 날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다. 

'여행은 넋을 빼앗기는 사냥과 같다. 어떤 새가 날아 오를지 전혀 모른채 나아간다. 

여행은 포도주와 같다. 무슨 환상이 마음에 찾아올지 모르고 마신다.' 남편의 친구로부터  

이 메세지를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이책의 여행은 인간의 감성을 온통 흔드는 것이었다. 

자극적이지않으면서 사람을 온통 뒤흔드는..고요한 지진같았다. 

그리고, 내가 떠난 일본여행 속에 만난 료안지. 

엄숙한 편안함속에서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낯설은 고즈넉함. 

그렇게 내 안에 한순간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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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순이 2009-07-0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말이네~감동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