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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에 눈에 힘빼고 기분좋게 한바탕 웃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너무 웃어서 울기까지했다. (제인구달을 비달사순이라고 알아듣던 장면에서.)
난 그 부분을 읽는 순간부터 김중혁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김연수의 문장이 눈에 하나도 안들어 올 지경에 이르렀다.
'푸핫'에서 시작해서 '끄그그그,,'까지 내 웃음소리가 그렇게 다양한지 놀랐다.
몇달 전에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를 가봤다. 아주 작심을 하고.
결혼을 하고도 그곳에서 몇년간 살았고, 지금도 아주 가까운 곳에 사는데도
한번 가보지 못했다.(뭐 오다가다 보기는 했지만)
네평반 이라는 자그마한 곳이었는데, 내 20대초반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그이름으로
그렇게 도도히 그 시간을 버텨내준 가게였다. 고맙지 않은가!
4년만인가, 5년만인가..가물가물했다.
난 좌케잌 우짜장의 행복한 아이는 아니였기에 오랫만에 들른 것이다.
가게의 외관만 그대로이고 실내는 뭉텅이채 바뀌었다.
문을 연 순간 그냥 나오고 싶었지만 그동안의 정이 있었으므로,순전히 의리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뿔싸! ..계산을 치르고 나오면서는 배신감까지 들었다. 술집하나에 무슨 배신감까지 드는건지.
그래도 말이다. 건 아니지 싶었다.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이 얘기들까지 꺼내며 하는 이유는 이 책은 사람을 자꾸 떠들게 만들고 말을 많이 하게한다.
바보같이, 지나온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단말이다.
우리부부는 가까운 동네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랐고 또 그곳에서 결혼했다.
그래서 우리동네에 예전에 어떤 상점들이 있었고 그때는 뭘 먹고
뭘 느끼고 살았는지 비슷하게 얘기한다. 좋아하는 야구팀은 달라도
우리는 야구팬심은 똑같은 거라 우기며 떠들어대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서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나이차 많이 나는 부부들은 무슨 대화를 할까? 이런 상황에 말야.
아,하면 어,하고 나오는 그런 대화는 안되겠지'.이러면서 낄낄댄다.
나와 같은 나이여서 그들의 얘기가 더 맛깔나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유쾌하고 즐거운 얘기들 속에서 김연수가 '준환아'를 부르는데.. 가슴한켠이 심하게 시렸다.
아주 재밌는 친구들이다. '반갑다.친구야!'
P.S
내게도 스무권쯤 되는 키노잡지가 책꽂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연말부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