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사람아, 그냥 갈 수 없잖아
사석원 지음 / 푸른숲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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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고난 술꾼도 아니거니와 풍류를 그리 즐기는 사람도 아니지만,
술 얘기를 들으면 꼴깍꼴깍 침이 넘어가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대폿집을
마냥 동경했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테이블 몇개있는 조그만 술집을 가끔 가곤 했다.
압구정동의 색깔짙은 화장들 속에서도 말갛게 화장기없는 냄새를 발견해
친구들과 자주 드나들었다.

그렇게 드나들다보니 비오는 날, 술 생각이 나서 문득 들려 메뉴판에도 없는
파전을 해달라고 조르면 아주머니는 웃지도, 떨떠름한 표정도 없이 그저
파를 다듬기 시작하신다.

'지지직' 후라이팬에 반죽이 올려지는 순간부터 가게안을 가득 채우는
파전냄새가 진동을 하며 내 앞에 내놓여지기까지도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가
파전을 슬쩍 상 위에 밀어 넣어 주신다.

그런 날은 나도 남들처럼 자주 가는 술집의 주인장 아주머니를 이모, 고모라고 넉살좋게
부르고 싶어지곤 했었다.

책을 읽으며 난 계속 갈증에 시달렸었다.
술 한잔이 고파 계속 그렇게 끙끙댔었다.
아무 자리에 털썩 앉아 탁배기 한잔 받아 마시고 노래나 시를 읊을 수 있는
그들이 나를 자꾸 오라고, 와서 한잔 같이 하자고 꼬득인다..

술 좋아하는 한량이 그린 그림들은 술냄새와 함께 사람냄새까지 풍겨왔다.

남도의 한 사내는 '잡놈'이란 내숭 떨지 않고 자신을 깡그리 내놓아 보여준다는 뜻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다. 나는 그런 잡놈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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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6-29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심이님 리뷰를 보니 갑자기 이 책이 읽고 싶어지는군요. 옛날 김관식 시인과 명동거리에서 선술집 드나들던 생각이 모락 모락 나는군요. 지금은 고파도 마시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고파지는군요. 그 옛날과 함께....

진/우맘 2005-06-2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술도 고프고, 책도 고프고, 사람도...고파지게 만드는, 그런 리뷰입니다...

2005-06-30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