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별 통신
요시토모 나라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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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눈에 불만스럽기까지한 표정들.

그의 캐릭터는 어플리케이션이 자유로운 사람의 모습이다.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감정표현이나 동작면에서는 충분히 자유롭지만

꿈, 환상, 따뜻함을  부각시키는 동물의 캐릭터에 비교한다면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 현실감이 캐릭터라는 상징성에 치명적 단절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의 캐릭터에는 상상이 들어있고, 인간적인 교감까지 느껴진다.

그의 일러스트에는 숨막힘이 없다.

칼을 들고 '빡큐' 라고 외치는 일러스트에서조차 하나도 노골적이지 않고 오히려 왠지 통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별 통신'이라는 이 책은 그가 보내온 시간들의 기록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젊을때의, 젊은 날의 기록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보내왔던 방들의 구조 스케치였다. 그 방의 스케치에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깔깔 웃었던 부분도, 가슴이 울렁거리도록 공감을 느꼈던 부분도 모두 그 스케치에서였다.

 

이 책속의 활자들이 그의  기록이라면 스케치들은 그의 온전한 기억들이며 숨소리였다.

 

예전에 '공각기동대'를 본 후 한 장면이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다.

그 무수한 컷 중에 거리의 간판들에서 느껴지는 그 애잔함과 쓸쓸함이 그 애니메이션의

온전한 감정들이라 생각했다.

 

지난 달, 예쁜 엽서들이 이 책과 함께 배달 되었다.

가까이에서 내 감정들과 공감할 수 있었던 친구로부터의 선물이었다. 

다음달 이즈음, 그 친구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보고 싶을 것이다. 아마 많이 보고 싶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가슴이 시린 나를 위해  정말 아주아주 커다란 카드를 보내서 나를 따뜻하게

웃고 울게 했던 친구였다.

이제, 내가 그렇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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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6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30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아, 사람아, 그냥 갈 수 없잖아
사석원 지음 / 푸른숲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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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고난 술꾼도 아니거니와 풍류를 그리 즐기는 사람도 아니지만,
술 얘기를 들으면 꼴깍꼴깍 침이 넘어가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대폿집을
마냥 동경했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테이블 몇개있는 조그만 술집을 가끔 가곤 했다.
압구정동의 색깔짙은 화장들 속에서도 말갛게 화장기없는 냄새를 발견해
친구들과 자주 드나들었다.

그렇게 드나들다보니 비오는 날, 술 생각이 나서 문득 들려 메뉴판에도 없는
파전을 해달라고 조르면 아주머니는 웃지도, 떨떠름한 표정도 없이 그저
파를 다듬기 시작하신다.

'지지직' 후라이팬에 반죽이 올려지는 순간부터 가게안을 가득 채우는
파전냄새가 진동을 하며 내 앞에 내놓여지기까지도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가
파전을 슬쩍 상 위에 밀어 넣어 주신다.

그런 날은 나도 남들처럼 자주 가는 술집의 주인장 아주머니를 이모, 고모라고 넉살좋게
부르고 싶어지곤 했었다.

책을 읽으며 난 계속 갈증에 시달렸었다.
술 한잔이 고파 계속 그렇게 끙끙댔었다.
아무 자리에 털썩 앉아 탁배기 한잔 받아 마시고 노래나 시를 읊을 수 있는
그들이 나를 자꾸 오라고, 와서 한잔 같이 하자고 꼬득인다..

술 좋아하는 한량이 그린 그림들은 술냄새와 함께 사람냄새까지 풍겨왔다.

남도의 한 사내는 '잡놈'이란 내숭 떨지 않고 자신을 깡그리 내놓아 보여준다는 뜻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다. 나는 그런 잡놈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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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6-29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심이님 리뷰를 보니 갑자기 이 책이 읽고 싶어지는군요. 옛날 김관식 시인과 명동거리에서 선술집 드나들던 생각이 모락 모락 나는군요. 지금은 고파도 마시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고파지는군요. 그 옛날과 함께....

진/우맘 2005-06-2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술도 고프고, 책도 고프고, 사람도...고파지게 만드는, 그런 리뷰입니다...

2005-06-30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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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책의 초반부를 읽기 시작하면서 이책은 화장실용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화장실용이라함은 사람들이 말하는 심심풀이 내지는 가볍게 읽는 눈요기용이라는 뜻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내 배변습관은 책에 의해 길들여졌었다. 그로인해 치질의 고통을 감수해야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고쳐지지않고 정해진 책들만을 가지고 화장실로 간다. 그 정해진 책중에는 내감정 그대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보고 싶은 책들도 있었고, 집중을 요하는 책들도 있었다. 이책은 전자의 경우에 속해서 이번에 나의 화장실용 책으로 선정된 것이다.

책바깥의 세상은 책 속의 상황과는 늘 다르게 움직인다. 결정적인 부분에서 책바깥의 세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결정적인 부분은 대개의 경우 책속 세상의 결말에 해당된다. 아무리 궁금해도 한번도 책의 결말을 먼저  훔쳐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책의 경우는 쉽사리 예상되지않는 결말때문에, 결말을 알고 읽어야 이해를 못해서 두번 읽으며 나의 중요한 부분에 상처를 덧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결말부분을 먼저 읽었기때문에 나는 순차적으로 읽어서 결말을 본 사람들의 이게 뭐야..하는 식의 탄식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말을 먼저 알았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속에 온전히 빠질 수가 있었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나고 죽고 한다. 사람에게서 죽임을 당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내부 기관들의 범상치않은 오류로 인해서 죽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서있는 누군가의 앞에서 바닥을 기는 모욕이나 아주 단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역겨운 광경을 보는 것과는 대비가 안될 만큼의 처절한 응징을 받는 것일까? 사랑했던 기억들을 무수한 단어들로 포장해서 덮어두고 때로는 끄집어 내어 까발려보며 내 기억들로 만들었다. 그런데, 한순간 생면부지의 사람으로 인해 내 기억들은 조각이 나고, 엎치락 뒤치락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 겨우 수습을 한다. 사랑은 반복되어지는 학습이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학습되어진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모르고 있을 뿐일지도..

사랑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길, 내 기억을 습작으로 만들지 않길 그렇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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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4-09-0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반복되어지는 학습이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학습되어진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모르고 있을 뿐일지도..>

사랑이 반복되어지는 학습일지라도 열심히 학습을 하고 싶습니다.ㅎㅎ
아멜리 노통의 책은 꽤 많이 읽었는데 아직 이 책은 안 읽어 봤어요. 이 작가의 작품을 맨 처음 접한 것이 '반박'이었어요. 그 글에 반해서 여러 권을 읽었지요. 꼭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추천 한 방 쏩니다요.
 
남쪽손님 -상 - 보통시민오씨의 548일 북한체류기
오영진 지음 / 길찾기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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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서출판 길찾기'의  작품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에 이은 내가 두번째로 접한 책이다.
방북길에 오른 탐방기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예전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책구성을 보면 북한의 실상과 북한 사.람.들.을 그린 만화와 더불어 중간중간 '오대리의 돋보기'라는 코너를 두어 가볍게만 여겨지는 분위기를 누르고 설명을 덧붙인다.  남한사람 북한가기, 생산성 증대운동, 북한의 대중교통, 북한의 과학기술과 '강성대국'론 이라던지 등등을 삽입하여 편집한 구성이 꽤나 짜임새있고 좋았다. 또한 '풍경'이라는 코너를 일부분 할애하여 작가의 느낌을 고스란히 나타내기도 했다.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마치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서 군복무기간에 겪었던 일들을 고무신 거꾸로 신으려고 준비자세를 하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그곳의 생활담을 얘기하는 긴 장문의 편지를 보는 것 같았다.  왜 여자친구는 그 남자친구를 기다리지 못하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려 하는걸까? 여자친구는 멀리 떠나있는, 그래서 눈에서 멀어진, 본인이 겪어보지 못했고 막연히 '힘들고 고생스럽다'는 얘기만 들었기때문에 남자친구의 사정을 모른다.  그러니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침묵하는 여자친구의 편지를 기다리다못해 남자친구는 저간의 사정얘기를 하고있다. 실은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고..될 수있는대로 소상히 알린다. 그렇다고 이념이나 사상에 관한 얘기들은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대에서 붙이는 편지는 검열대상이므로..

재밌다. 그러나 재미가 다가 아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역시 사.람.들.이다.
도깨비뿔을 달았다는 둥 빨갱이를 운운하는 시대는 이미 내 기억에 조차도 없는 구시대적인 얘기들이다.  얼마전 본 '효자동 이발사'를 보면서 난 입이 깔깔했다.  그 감정과 같았다. 

'동무! 일없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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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4-08-10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컷만 보고도 짜릿해오는 걸요. 멋진 리뷰에요! 제가 추천했어요 부비적부비적

머털이 2004-08-1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
두심이님 리뷰에 공감했습니다.

반딧불,, 2004-08-10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런
또 멋진 책을...

밀린 책도 잔뜩인데...

책읽는나무 2004-08-18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축하드려요!!
이주의 마이리뷰에 뽑히신걸 뒤늦게 알았네요..^^
멋집니다....리뷰!!
헌데 오즈마님과 머털이님을 그렇게 갖다붙히셨네요..ㅎㅎ
머털이님이 남자분이셨구나~~~^^
 
그대 뒷모습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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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첫마음에는 진정이 있다'

늘 처음이라는 단어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기억들이며 그 기억 뒷편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끌림이다. 익숙한 것들이 나른하고 편안한 느낌이라면 낯선 시작은 울렁증이나는 자극이다.  

'아프면서 자라난 옹이가 아름답다'

나를 잘 알고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로 세상은 채워져 있지 않기때문에 나와 영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생활들 속에서도 살아도 본다. 그리고 세상은 내맘대로 휘젓고 다닐만큼 녹녹한 것이 아니므로 내 의도와는 다르게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면서 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울고 웃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파하고 그래서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말중에
'조고각하(照顧脚下)' 란 말이 있다.
‘발밑을 살피라’는 뜻이다. 신발을 잘 벗어 놓으라는 뜻도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금, 자기의 존재를 살펴보라는 의미이다. 순간순간 내가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지 돌아보라는 가르침이다.

창가에서 해가 뜨고 다시 그자리에 달이 뜨고 별이 뜨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는 그런 소박한 진실을 이책에서 읽게 되었다.  오늘은 내주위의 사람들의 뒷모습을 지켜 볼 것이다. 그리고, 나의 뒷모습도 이제는 진실하게 가꾸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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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심이 2004-08-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뛰지마. 그러면 너는 볼 수 있을거야.
네 주위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꽃 속에 사랑이 가득한 세계가 있는 걸 모르니?
뛰지마. 그러면 너는 찾을 수 있어.
길가 돌 틈의 너만을 위한 다이아몬드를.
멈추어 서면 알 수 있을거야.
너는 많이 뛰었지만 항시 그 자린 것을.

머털이 2004-08-0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정채봉 님의 글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억지 부리지 않고 잔잔하게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가끔씩 그 분이 살아계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밀키웨이 2004-08-09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리뷰가 이어진 이 책...저도 읽고 싶어집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여유를 가지며 읽고 싶어요.
최근 좀 못된 독서습관이 생겨서 무엇에 쫒기기라도 한 듯 마구마구 책장 넘기기 바빠진 거 있죠....

두심이 2004-08-09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털이님..이제서야 다 읽게 되었네요. 저도 머털이님처럼 늘 그분이 살아 계셨더라면..한답니다. 세상을 어찌 그리 곱게 그리시는지.. 이렇게 좋은책 감사합니다.
밀키웨이님.. 꼭 한번 읽어보세요. 이책 보석중에 보석이네요. 정말정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