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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 기행 ㅣ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22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3월
평점 :
정말 오랫만의 일본 여행을 갔다왔다.
그 당시엔 나름 나도 컸었다고 생각했는데, 십여년 만에 가 본 일본은
내게 참 많이도 변한 인상을 주었다.
'일본으로 여행을 시작했을 때, 나는 단지 두마디의 일본어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사쿠라, 고코로. 이 두마디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 말에 순간 크게 심호흡했다. 멍해질 정도로 명료한 판단이다.
이번 교토에 가서 '노'를 처음으로 관람하게 되었다. 우연이었다지만 운명같이 느껴졌다.
약간의 음습함. 약간의 경건함.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하는 그들의 축제를 그렇게
그저 느끼고만 있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오직 자발적이고 순진한 웃음만이 인생의 공포를 중화
시킬 수 있다. 그저 중화시킬 뿐이지 절대로 극복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렇다. 그들의 몸짓에서
그런 약간의 공포감도 느꼈었던 것 같다. 골든 위크로 너무 많은 인파들 속에서 시끌거리던
길에서 만난 그 고요함이 잠시 한순간 날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다.
'여행은 넋을 빼앗기는 사냥과 같다. 어떤 새가 날아 오를지 전혀 모른채 나아간다.
여행은 포도주와 같다. 무슨 환상이 마음에 찾아올지 모르고 마신다.' 남편의 친구로부터
이 메세지를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이책의 여행은 인간의 감성을 온통 흔드는 것이었다.
자극적이지않으면서 사람을 온통 뒤흔드는..고요한 지진같았다.
그리고, 내가 떠난 일본여행 속에 만난 료안지.
엄숙한 편안함속에서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낯설은 고즈넉함.
그렇게 내 안에 한순간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