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새마을’ 원형이었던 만주국 농촌 사회


송석하, 신현준(=신봉균): 간도특설부대원 (친일인명사전)
-> 두 인물의 사례를 통해 만주국 국민운동과 간도특설대가 깊게 연계되어 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음

공비토벌=조선인 보호=민족주의 로 정당화
보갑연좌제 -> 감시체제의 조직 형태

일제의 만주지역 이주정책은 ‘식민지주의 이해‘와 ‘이념적 이해가 중첩된 만주국의 공간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일제의 만주 지역 식민화 정책은 대소(對蘇) 군사안보 방침과 긴밀하게 맞물리며 진행되었다. 만주국 수립 직후부터 관동군은 일본인의 이주를 항일무장투쟁 세력의 발흥 속에서 농촌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자, 대소 국방의 방책으로 여겼다. - P47

젠다오(間島) 지역에서 조선총독부가 조선인을 대상으로 세운 ‘집단부락(集團部落)‘은 만주국 ‘비민분리공작‘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었다. 만주사변 직후 조선총독부가 조선인 피난민의관리와 치안유지를 위해 ‘안전농촌(安全農村)‘과 집단부락을 건설했다. 1932~33년 건설된 안전농촌과 집단부락은 조선인 피난민을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나 1934년 이후부터 건설된 집단부락은 비민분리를 통해 항일유격대를 고립시키는 데 주된 목적을 두었다. - P51

일제는 젠다오 지역의 치외법권 철폐에 대비하려는 예비 조치로 공산조직 및 반만항일단체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집단부락건설과 보갑제도 시행 이외에도 특무경찰이 관리하는 ‘특고망(特高網)이라는 사찰망을 운용했다. 젠다오성 특무경찰은 밀정뿐만 아니라 귀순자, 지역의 유력자, 청년들을 사찰망을 위해 활용했다. 특고망을 통해 요시찰 · 요주의 대상자에서부터 각종 결사(結社), 학교, 강습회, 연구회까지 잠재적인위협 요인으로 분류되어 사찰을 받았으니, 사실상 모든 조선인이 이중 삼중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P61

만주에 이주한 조선인 대다수는 열악한 생활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모범촌으로 분류된 조선인 집단부락조차도 자작농보다 자소작 또는 소작농이 대다수였기에 이주민에게 집단부락 건설비는 커다란 부담이었다.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 속에서 소작농에서 출발한 조선인들이 자작농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열악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인 집단부락은 안보불안 요소로 여겨져 해체와 강제이주의 대상이 되었다. - P71

일제는 만주국을 방공 최전선의 국방국가로 만들기 위한 국민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관동군은 반만항일투쟁을 주도하는 공산주의 세력의 영향력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국민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사회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공산주의사상과 반만항일사상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책을 강구하던 군사고문부는 장제스 정부가 농촌에서 공산주의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사상적 방공강화’를 위한 수단이자 전시 대중동원의 수단으로 삼은 신생활운동을 크게 주목했다. - P77

다양한 운동을 통해 만주국인에게 주입된 이념은 ‘일본주의’였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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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만주모던: 만주국 모더니즘 유산이 냉전 분단시대 부활, 변주되는 계기와 과정 고찰
구술로 본 한국현대사와 군: 군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구술 성과 활용 연구
북조선(와다 하루끼): 유격대 국가
냉전이란 무엇인가(베른트 슈퇴버)


냉전의 새마을이 보인 특성
- 국가 건설의 토대로 여겨졌음
- 공동체 구성원 중에 항상 내부 적이 존재한다고 여기고 외부, 내부 중층 감시체제를 작동시킴
- 냉전에 규정된 동아시아의 근대이행이 낳은 결과물

1972년 분단국가체제의 수립과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핵심
- 분단국가체제를 만든 주체의 사고방식을 규정한 역사적 요인을 거시적으로 규명하기
- 냉전과 분단을 동아시아 냉전의 맥락 속에서 파악하기
- ‘밑으로부터의 냉전’과 직결된 근대화 노선의 수립과 추진 결과 주목하기

‘새마을’은 동아시아에서 냉전과 근대화를 상징한다. 동아시아 냉전진영의 경계지대에 있던 이른바 ‘저개발국가’들에서 신촌, 전략촌, 신생활촌, 대공새마을 등 다양한 명칭을 내걸고 건설된 ‘냉전의 새마을’은 이주와 재정착, 감시와 동원, 폭력과 계몽, 안보와 개발이 맞물리며 냉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공간이자 그 결과물이다. 이들 ‘냉전의 새마을‘은 커다란 시간적·공간적인 거리와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를 거리낌 없이 횡단하는 냉전전사들에 의해 이식되거나 접합되었다. 그리고 민초(民草)라 불린 민중은 ‘냉전의 새마을‘을 기반으로 삼은 지배체제에 이탈과 저항 그리고 항쟁을 이어가며, 주권자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갔다. - P18

20세기 후반 한국 현대사를 규정한 냉전은 공산세력과 반공세력의 이념대립과 중앙에서 벌어진 정치세력의 권력투쟁만을 조명해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 냉전은 20세기 전반기 식민지배와 저항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반공과 용공이라는 이념의 잣대로 공동체를 적과 동지로 나누고, 적으로 규정된 이들의 제거를 국가건설과 근대화 달성의 대전제로 여기며, 이를 위해서 민중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의 지배와 재편을 놓고 벌어지는 전쟁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냉전을 ‘밑으로부터의 냉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밑으로부터의 냉전’은 1930년대 시간대와 만주라는 공간이 맞물린 지역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다. - P22

식민제국의 강제이주와 집단수용소 건설의 경험은 식민제국간의 상호학습을 통해 공유되었다. - P27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제국은 강제수용소 대신 ‘재정착촌’을 건설했다. 폭력과 학살, 질병과 아사로 덧칠된 식민제국의 강제수용소는 탈식민화와 독립의 열망이 분출하는 곳에서 유용한 지배수단이 될 수 없었다. 강제수용소와 재정착촌 모두 강제이주와 이른바 ‘비민분리(匪民分離)‘라는 식민제국의 대반란전 방침을 공유했지만, 후자는 식민제국의 해체와 신생국가건설의 기획 속에 있었다는 점에서 전자와 질적으로 달랐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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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시작되었다.

노동자의 날이 일요일이라 아쉽게 됐는데 이번주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서 금요일은 연차를 내고 쉬려고 한다.



짬날 때마다 읽어 가고 있다.


지난호에 이어 비동맹주의에 대한 기획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인도의 네루, 버마의 우누는 한국전쟁과 인연이 깊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아시아는 탈식민과 독립에 대한 기로에 서 있었다.

이건 조선도 마찬가지였는데 한국전쟁이 벌어진 후 한반도가 양극단의 이념에 치우치지 않길 바라는 두 지도자의 모습이 나온다. 

최인훈의 <광장>, 그레이엄 그린의 <조용한 침공>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담아놓았다.

<조용한 침공> 번역본은 절판이라 외서밖에 선택지가 없다.






이제야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구입한 건 한참됐는데^^; 암튼 천천히 읽으려고 한다.


이 달은 <올리브 키터리지>부터.










5월의 책들을 계획했다가 무리수라는 생각이 많아서 덜어내고 또 덜어냈다.

중간에 쉬엄 쉬엄 읽을 책들도 좀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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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5-02 1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5월의 책읽기도 응원합니다 거리의화가님 :)

거리의화가 2022-05-02 10:1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비타님^^ 5월 한달 즐거운 독서생활하세요^^

독서괭 2022-05-02 1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시작하시는군요! 화가님 풍성한 5월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05-02 10:18   좋아요 3 | URL
ㅋㅋ 이제야^^;;; 늦었지만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겠습니다. 이달은 올리브 키터리지만 읽으려고요. 괭님도 행복한 5월 되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2-05-02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의 계획적인 독서를 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 저도 계획을 한번 짜볼까요 ㅋ

거리의화가 2022-05-02 17:30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항상 많이 읽으시면서 무슨 그런 말씀을^^; 저도 문학 장르를 자주 도전해보고 싶은데 어렵더군요.
그리고 전 계획을 안 세우면 불안한 스타일이어서 그래요ㅋㅋ 근데 계획 세우셔도 잘 수행하실 것 같습니다ㅎㅎ
저 목록들 중 다 읽을지 미지수입니다. 지난달도 계획한 거 못 읽고 이월된 것들이 있어요~ 감사합니다^^;

scott 2022-05-02 2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오월의 독서 목록에 역사와 소설이 골고루!ㅎㅎ
알차게 독서 하는 달!^^

거리의화가 2022-05-03 06:59   좋아요 2 | URL
네^^ 파친코란 리틀파이어 중 파친코가 일단 승리했어요^^; 오히려 전 소설이 더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ㅋㅋ 다 읽는다면 알찬 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여행도 다녀오고 꽃구경도 다니고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많았던 한 달이었는데 나름 선전한 것 같다.
지난 달은 일단 거의 매일 만 걸음 이상을 걸어서 자주 움직이자는 결심을 실천한 것 같아 다행이다.




총 8권의 책을 읽었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책은 없어서 무난히 잘 읽었던 것 같다.
다만 좋았던 책 한 권을 뽑기에는 애매함이 있어서 넘겨야 할 것 같다.
기대보다 못 미친 책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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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01 10: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덟권 읽으셨군요~!! 어려운 책이 많아 보이는데 수고하셨습니다. 독보적 할때 그냥 책 안읽어도 오늘의 독서? 그냥 추가하시면 되는데 ㅋ 5월에는 31일 모두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5-01 10:0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그런가요? 5월은 여행 계획 없으니 다 채울 것 같습니다-^^* 새파랑님도 5월 화이팅하세요!

페넬로페 2022-05-01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다양하게 읽으셨어요.
여행과 꽃구경 중간에 8권 읽으셨으면 많은 것이라 생각해요.
거리의화가님!
새파랑님 말씀처럼 1일부터 4일까지가 넘 양심적이예요 ㅎㅎ
저는 읽는 책 올리느라 시작만하고 안 읽은 책이 많아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5-01 11:25   좋아요 3 | URL
네 감사합니다^^ ㅋㅋ 여행 중에는 정말 책을 읽지를 못한지라 체크를 차마 못하겠더라구요ㅎㅎ 저도 멀티로 읽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질질 끌려서 이번에는 최대한 몰아 읽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달은 거의 역사서로 많이 읽을 것 같아요ㅋㅋ

mini74 2022-05-01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4권 겹치는 목록에 넘 반갑습니다 ㅎㅎ
정말 열심히 읽으셨는걸요 ㅠㅠ 전 4월은 ㅠㅠ 말 안할랍니다 ㅎㅎㅎ 화가님 👍

거리의화가 2022-05-01 11:27   좋아요 3 | URL
미니님과 겹치는 항목들이 4개나^^ 넘 좋아요ㅎㅎ 4월은 막판에 달려서 그나마 채운걸로ㅋㅋ 미니님 충분히 많이 읽으셨어요! 미니님 덕분에 예술 분야 등 다양한 독서를 경험합니다^^*

scott 2022-05-01 1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월 알찬 독서 화가님!
오월에는 놀거리 볼거리 가득해서
종이활자보다
푸르른 하늘 만끽 하실 것 같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5-01 12:54   좋아요 3 | URL
ㅎㅎ 5월은 또 행사가 많은 달이라 겸손한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콧님이 추천하신 파친코와 리틀파이어도 참고해보겠습니다ㅎㅎ

청아 2022-05-01 1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만보 걸으신 날이 대부분이군요!
읽고 걷기를 모두 실천하신것 보기좋아요. <엔드오브타임>은 아무래도 꼭 읽어야겠네요^^*

거리의화가 2022-05-01 12:56   좋아요 4 | URL
네 운동을 따로 하지 않기 때문에 걷기라도 꾸준히 해야한다 생각해서 실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엔드오브타임 좋은 책이었어요 미미님도 읽고 나서 느끼시는 바가 많을 것 같습니다^^ 5월 힘차게 시작하세요!

수이 2022-05-01 1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처럼 만보 매일 걸어야 하는데 저는 겨울 오천보 될랑말랑 어떤 날은 500보;;;;; 부끄럽고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인지라 아무래도 평소처럼 읽지는 못할 거 같지만 그래도 꾸준히 매일 조금씩 읽어야겠어요. 엔드오브타임 친구가 워낙 좋다 했는데 거리의화가님도 추천하시니 저도 읽어야겠어요. :)

거리의화가 2022-05-01 13:53   좋아요 2 | URL
비타님 5월은 더 열심히 읽어야지 했다가 가정의 달이더라구요^^; 저도 많이 내려놔야할 것 같습니다ㅎㅎ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읽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주중에 어떤 날은 30분 책읽기도 힘든 경우가 많더라구요ㅎㅎ 엔드오브타임 많이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저자가 기본적으로 글을 잘 풀어내는 재주가 있는 분인 것 같습니다^^ㅎ 감사합니다.
 
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 일제 식민사학 비판 총서 1
이태진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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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2016년부터 진행된 '일제 식민사학 비판' 총서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된 결과물로 근 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나오게 되었다.
총 8권으로 나올 예정이고 이 것이 1권이다. 현재 5권까지 나와 있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에 천황제 파시즘이란 용어가 들어가서 진부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저자의 이름을 봤을 때 책이 다루려고 하는 주제와 저자의 이름이 매치가 되지 않았다.

저자인 이태진은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의 역사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알 법한 이름이다.
그는 오랜 기간 많은 저서와 연구를 해 왔지만 고종 연구로 이름이 나 있다.
저자도 책 머리에서 자신은 일본사에 문외한이라 여러 도움을 받았노라고 고백하기에 좀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으며 불안이 적당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그는 2002년 요시노 마코토의 『메이지유신과 정한론』(아카시쇼텐, 2002)이라는 책에서 요시다 쇼인이 쓴 『유수록』이란 책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이 때문에 요시다 쇼인(1830~1859)을 파고들어가기 시작했고 쇼인에 관해 많은 저술을 남긴 도쿠토미 소호(1863~1957)란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에가미 나미오가 엮은 『동양학의 계보』(다이슈칸쇼텐, 1992)을 펼치면서 나카 미치요(1851~1908)을 주목했다. 이는 에가미가 일본 '동양학'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로 그를 첫 번째로 꼽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일제가 '동양사'라는 이름을 만들어 낸 경위와 천황제 파시즘을 이끌고 갈 수 있었던 동력과 배경을 파헤친다.

그리고 연구서 답게 주석, 다양한 참고문헌과 부록을 제시하여 도움을 준다.

요시다 쇼인은 막부에 맞서 존왕양이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하다 투옥되어 사망했다.
그는 옥중에서 두 권의 책을 써내는데 사후 8년이 지나 제자들이 『유수록』과 『유혼록』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유수록』은 증기선 시대가 되어 접근성이 높아진 시대에 일본이 구미 열강의 식민지가 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미의 우수한 기술을 배워 주변국을 먼저 차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유혼록』은 자신이 죽고 나서도 대업은 이루어져야 하기에 자신의 혼이 썩지 않고 야마토의 혼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명시했다.
그의 저서를 통해 드러나듯 그는 과연 군국주의의 맹아를 심은 인물이라 할 만하다.

책에서 다룬 두 명의 인물 도쿠토미 소호와 나카 미치요 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인물이라 주목하게 되었다.

나카 미치요는 청일전쟁 이전 자신이 몸담던 고등사범학교에서 열린 교과목 회의에서 '동양사' 과목 신설을 제안한다.
당시 역사책은 본방사, 지나사, 외국사 등의 이름이 혼재한 상태였다.
나카 미치요는 이를 동양사, 일본사, 서양사로 변경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본방사는 일본사로 변경하고, 동양사는 지나(중국)와 주변 민족인 만몽(만주와 몽골) 지역의 역사를 포함한 것으로 하며, 외국사는 서양사로 변경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이전에도 동양사라는 용어는 있었으나 그것은 유럽에서 이야기하는 '오리엔트'(동방)에 인도, 중국, 조선, 일본을 포함한 것으로 나카 미치요가 말하는 동양사와는 개념이 다른 것이었다.
여기서 동양사의 '동양'은 천황이 지배하는 새로운 동아시아 세계를 의미하기에 그는 요시다 쇼인이 말하는 주변국을 역사교육 연구에 적용한 공을 세웠다.
일제의 대륙 진출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합리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동양사 제안을 보면서 현재 일본 우익들의 역사 왜곡의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일본은 조선을 강제병합하기 이전부터 자기 구미에 맞는 역사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할 수 있겠다.

도쿠토미 소호는 당대 일류 저널리스트로 흥미로운(?) 삶을 산 인물이다.
그는 자유민권운동가로서의 삶을 살다가 종국에는 일본 군국주의 파시즘 최고봉 이론가로 변신한 인물이다.
그는 『요시다 쇼인』 평전을 1894년부터 1908년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13쇄를 찍어내고, 개정판 출판 이후 1942년이 되면 27쇄를 찍어낼 정도로 요시다 쇼인의 인물됨을 추앙하였다.
이는 『고쿠민신문』의 사주라는 기반 위에 조슈군벌의 인사들과 끊임없이 밀착관계를 만들어내며 언론계 논객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쿠토미 소호는 1913년에서 1918년 사이 4권의 저작을 내면서 두 가지 흐름을 만들어내려 하였다.
첫째로, 황실 중심주의, 천황 직접 통치를 내세워 다이쇼 데모크라시 흐름을 꺾으려 했다.
다른 하나로, 1차 대전 후 독일이 중국에서 확보한 이권에 미국이 개입할 것을 우려하여 이에 대한 대항으로 '반미주의' 를 펼치며 동양은 동양인의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도쿠토미 소호는 1918년에 『근세일본국민사』 집필에 착수하여 완결까지 무려 100권에 달하는 저작을 펴냈다.
이 책은 16세기 전국시대부터 19세기 메이지 시대 성립까지의 역사를 다루는데 1945~1946년 이전까지 77권을 내고 나머지는 1954년에 그가 사망하고 나서 1960~1962년 3년간 출간되며 완결되었다.
1920년 국제연맹이 출범하고 세계 정국이 평화 무드가 되면서 그의 국가주의는 힘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그는 1924년 『야마토 민족의 성각』에서 미국 경계론으로 독일이 차지한 산둥반도를 일본이 수호할 것을 주장했다. 조슈벌의 다나카 기이치가 총리대신이 되어 '산둥 출병'을 단행하며 위기는 전환점이 되었다.
쇼와 시대 도쿠토미 소호는 그의 인맥인 정치적 배경이 사라져서 언론인으로서만 사회적 입지를 유지해야 했다.
1929년 경영난으로 『고쿠민 신문』이 남의 손에 넘어갔으나 『오사카마이니치신문』과 『도쿄니치니치신문』 사주인 동향 선배가 그를 사빈으로 초대하며 그의 필력은 빛을 발휘하였다.
1935년 만주국 8주년 기념으로 건국제가 열리는 해 그는 『만주건국독본』을 지어 축하 제단에 봉고하기도 했다.
1939년 『쇼와국민독본』에서는 세계의 지성을 상대로 황실 중심주의 전통을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책을 펴내면서 일본학을 제창했다. 일본학은 일본 국민이 알아야 할 일본에 관한 일체의 학문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와 대립하는 모든 관계에 입장은 이로써 비일본, 반일본적인 것으로 몰아갔다.
1944년 『필승국민독본』을 지으면서는 "자유주의 퇴치"를 노골적으로 외쳤다. 자유주의민권운동가로 시작했던 그의 삶은 열렬한 황도주의자로 철저히 변모하며 일본제국의 황도를 역설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일본이 황도주의와 군국주의의 흐름으로 나아가는 것을 저지할 수 있었던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화 초기 서구 문물 숭배의 붐으로 자유민권운동이 일어났을 때와 다이쇼 데모크라시.
두 흐름을 잘 이용했다면 일본 국가주의의 흐름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한 유일한 동아시아 국가라는 '신화'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일본 지식계에서도 "메이지유신이라는 과오"에 대한 담론이 나왔다고 한다. (2017년)
이에 따르면 '메이지유신'이라는 용어는 메이지 당대가 아닌 쇼와 시기에 데모크라시 흐름을 뒤엎기 위해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쇼와유신'을 꿈꾸며 메이지 시대 업적을 미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메이지 유신이 시작된 시기가 메이지 원년이기 때문에 그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단순하게는 그 해 유신이 시작되었고 종료 시기는 저마다 다르게 정리하고 있지만 과연 이 용어를 정착시키고 사용하게 만든 것은 언제인지 좀 더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메이지 지도자들은 서구의 자유 민주주의를 모델로 삼지 않고 천황제 국가주의를 통해 동아시아 세계를 독점하기 위한 목표로 나아갔다.
이는 군국주의의 기치 아래 아시아를 서양으로부터 지켜내고 평화롭게 한다는 미명 하에 청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까지 전쟁을 자행하며 큰 피해를 낳았다.
일본은 이 침략 행위에 대해 국제정세의 변화로 부득이한 조치라 끝없이 변명해왔지만 저자는 한일 모두 외면하지 말고 엄중한 비판과 심층적 고찰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정보들이 있어서 남은 시리즈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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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01 1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은 역사에 정통 하신거 같아요 ~! 대단하십니다 ^^ 메이지유신에 저런 배경이 있는지는 몰랐네요.언제나 정치가 문제인거 같아요 ㅜㅜ

거리의화가 2022-05-01 10:10   좋아요 3 | URL
정통이라고까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ㅜㅜ 파면 팔수록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오네요 사실 한국사를 공부하다보니 주변의 역사들도 중요하다 싶어서 공부할 게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ㅎㅎ 정치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변질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mini74 2022-05-01 1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분노할 거 같은 내용이네요. 화가님 말씀처럼 새롭게 알 수 있는 내용도 많을거 같고 ~~ 초창기 일본의 자유로운 모습과 관용적인 모습들이 군국주의 , 또 2차대전 말기 이렇게 위대한 일본이 전쟁에 지는 것은 내부의 첩자들때문이라며 다양한 사상가들 이며 공산주의 조선인들을 내몰고 학살하면서 더 심해진거 같아요. 화가님 말씀처럼 두 번의 기회 ㅠㅠ 안타깝네요 ~

거리의화가 2022-05-01 11:35   좋아요 3 | URL
네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이 있었어요 흥미롭기도 하고 때문에 분노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국가주의로 나아가는 흐름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천황이라는 구심점을 국가주의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간 것이 종국에는 파탄으로 되었다 생각해요. 언제나처럼 미니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