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디지털 미디어 산업, 노동, 여성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학력, 나이, 성별 등 제한요소가 전혀 없으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 재기발랄함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러한 재능이 바로 오늘날 이야기되는 창의성이다.
이때 개개인의 각기 다른 조건과 흥미, 즉 ‘차이‘는 기존 노동 시장에서처럼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성으로 여겨진다. 남들이 가지지않은 재능, 관심, 경험이 바로 성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의성이 개인의 경험과 세계관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점은 오히려 성별,
나이, 학력 등 제한 요소 없는 영역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더 심도 있게 - P238

고민해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창의성이 한 개인의 세계관으로부터만들어진다면, 당연히 누가 어떤 콘텐츠를 ‘크리에이트‘할 수 있는가의문제는 그 사람의 성별, 학력, 연령과 무관하지 않다. - P239

창의성은 19세기부터 예술, 철학, 학문에 접목되어왔지만 오늘날과같은 경제, 정책적 영역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다. 이때부터 창의성은 경영, 경제적 접근 방식 속에서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경영 분석가들은 기업 혁신과 조직 활동을 위한 동기부여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기업 경쟁 우위의 원천을 확장하기 위해 창의성 이론을 수용했고,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창의성을 기업 성장을 향한 지치지 않는 동력으로 여기고 노동자의 아이디어 생성 능력과 창의력, 지식의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 창의성에 대한 이와 같은 접근은 많은 국가들이 국가 경영에 기업 경영 논리를 대입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고 창조산업은 국가경제에서 서서히 쇠퇴해가는 제조업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한 일종의 이니셔티브로 작동했다. 또한 정보사회와 지식사회 등의 정책 기조 아래 고용 및 교육 등 분야 정책에 바탕이 되었다(Hesmondhalg & Baker, 2011). - P244

다른 노동 분야와 비교하여, 90년대 문화산업과 지금 창조산업이 여성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창조산업이 요구하는 노동자 정체성이 전통적으로 대인 서비스직에 요구되는 여성적 특성으로 여겨지는 속성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노동과 정서적요소나 소통의 요소를 가진 창조산업적 맥락의 노동에서 공통적으로 개인의 태도나 감정 상태는 공감 능력, 사교성과 함께 결정적인 능력으로여겨진다(Weeks, 2011). 즉 창조산업에서 노동 주체의 이미지는 다분히여성적 특수성, 여성적 주체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 P245

익명성이 강점으로 여겨졌던 인터넷 공간은 이제 거꾸로 사적 정보의 공유, 정체성의 전시가 중요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특정 이슈에대한 개인의 생각이나 상품에 대한 정보 등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입는 옷과 화장법, 음식과 인테리어 정보, 연애와 학업 외 각종 고민 등 매우 사적이라고 여겨지는 감정과 정보들이 공개, 공유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터넷상에 개인의 신상에 관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인식되기보다 - P248

자신을 알리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개인 정보 공개는 프라이버시를 잃는 게 아니라대중성과 공공성을 얻는 것이다(Calvert, 2004; boyd, 2007; Marwick, 2013). - P249

핑크게토라는 개념은 페미니스트 지리학자들에 의해 고안된 개념으로, 19세기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늘면서 노동 공간이 어떻게 다시젠더화된 장소로 구성되는지에 관한 탐구로부터 만들어졌다(McDowell, 1983). 여성의 노동은 특정 영역과 특정 직업군으로 집중된 수평적 격리, 남성과 동일한 직업이라도 위계상 하단부에 위치하게 되는 수직적격리라는 특성과 함께 동일 직종 동일 노동을 하더라도 적은 임금을 받는 특징을 보였다. - P251

성별, 연령, 학력 등과 무관한 일로 여겨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영역에 왜 핑크게토가 형성되는가? 소위 말하는 창의성, 창조적 지식이라는 것의 획득이 단발의 경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도누적적인 경험을 거쳐 인지 체계 속에서 자기 것으로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즉 창조적 지식은 누적된 경험과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의 특수성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개인적 경험에 초점이 맞추어진 오늘날의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바로 필연적으로 핑크게토를 만든다. 지금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공통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들은실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생생한,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얻기 힘든 것들을 다룬다. 이때의 실용적인 콘텐츠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즉 여성으로서의 필요에 의해 알게 된 것들이다. - P254

21세기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구조화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소비와 시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뷰티나 라이프스타일, 쇼핑 등을 다루는 콘텐츠들에서 매력적인인물이 되는 것에 관한 사실은 여성성에 관한 특정한 필요와 욕망은 주로는 소비를 통해 충족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된다. 소비와 소비 상품이여성성의 획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여성적 삶과 체험이 여전히 소비의 영역에 존재하고 있음을 가시화한다. 동시에 이 콘텐츠는 대단히구체적이다. 대부분의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콘텐츠들은 게임, 먹방, 기상천외한 실험이나 도전 등의 영역에서와는 다르게 아주 실용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는 곧 여성 구독자들의 일상, 특히 소비영역에 직접적인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 P258

심미 노동은 후기 산업사회의 다품종 소량 생산, 대인 서비스 섹터의증가 등의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확대되어온 영역으로, 특히 여성화된서비스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개념이다. 심미 노동은 기업의 이윤 확대를 위해 노동자의 신체를 개발하고 동원하며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노동으로, 패션리테일숍, 카페, 레스토랑과 같은 ‘스타일 노동시장style labor market‘ (Nickson, Warhurst & Dutton, 2004)의 고용 및 노동 과정을 탐색해오던 워허스트 Warhurst, 닉슨Nickson 등의 영국 학자들에 - P260

의해 개념화되었다(Warhurst et al., 2000; Warhurst & Nickson, 2003;2007; 2009). 이 학자들은 서비스 노동의 특성과 변화 양상에 주목하여서비스 노동에서 노동자들의 신체가 또 하나의 노동 기술이자 자질로서인식되고 노동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되고 재조직되는 현실을 포착하고개념화한 것이다. 심미 노동은 여성의 아름다움이나 외모, 혹은 여성다움의 재현과 전시를 보다 노골적으로 노동의 내용으로 삼으며, 이를 여성 노동자가 스스로 익히고 개발해야 할 것으로 만든다. 점차 확장되고있는 대인 서비스 영역 중 특히 심미적 노동 영역이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의 자질은 성인 여성의 섹슈얼리티적 요소에 기대고 있다(Tyler &Abbott, 1998; Hall, 1993; Adkins, 1995). - P261

분명히 1인 미디어와 콘텐츠시장은 많은 여성들에게 이전에 없었던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대중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개인 여성 크리에이터의 경제적, 사회적 성공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더욱 공고하게 하거나 문화적으로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긍정할 만한 결과일 것인가? - P266

최근 넷마블사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돌연사는 ‘장시간 노동‘이라는만성적인 위험에 새로운 위험 요인들이 덧붙여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볼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위험 요인들 중 가장 문제적인 것은 개발사의 유사하청화 경향이다. 게임 산업의 유사하청화 경향이 확산된 것은 게임 산업 구조의 재편에 따른 결과다. 2013년 이후 게임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게임 시장에서 중소 규모의 개발사가 살아남기 더욱 어려워짐에 따라 영화 배급사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게임 퍼블리셔들이 이익은 독식하고 손실은 중소 개발사에 전가하는 구조가 자리잡으면서, 영세 개발사의 파산이 잦아지고 임금 체불과 고용 불안이 빈번히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형 퍼블리셔는 여러 개의 개발사를 거느리면서‘ 또는 자회사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시장 지배력을 통해 개발사 간경쟁을 유도하고 결과물을 수시로 평가해서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런칭"한다. 즉, 문화 산업의 경우 한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불확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발 과정의 리스크를 중소 개발사들에게 전가하여 유통 과정에 대한 통제율을 높인다는 것이 그 이유다. - P279

게임 산업이 짧은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탓에, "남자랑 똑같이 일하기만 한다면 여자라고 따로 구분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게임업계에 정설이었다는 것이 - P280

다. 하지만 20대의 게임 개발자들이 시간이 흐르고 30대가 된 후 겪게되는 결혼과 출산, 자녀 교육의 문제는 여성 종사자들이 게임업계에 계속 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현실적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20대 초반에 게임 회사에 들어와 미친 듯이 밤샘을 하고, 하루에 16시간씩 노동하며 주말도 즐길 수 없었던 생활은 결혼 후 기혼자가 되어서도계속 지속되었다고 설명한다. 삶의 주요 축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함께 논의하고 고민할 멘토도 인적 네트워크도 없는 회사 생활을 오랫동안 하게 되면서 게임 회사에서의 여성 인력의 중심축은 점차 흔들리게 된다는 현실을 논한다. - P281

SNS를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의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구분은 모호하다.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태‘
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며, 자신의 경험과 체험이 타인과의 공유 정보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감정적인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쉬운 환경이다. 따라서 SNS는 더욱 사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나의편과 나의 반대편을 구분하게 만든다. 현재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개발자, 창작자들에게 항의하는 내용의 기준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P284

여성 게임 개발자들이 겪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은 같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무분별하게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임이 지닌 젠더 차별적 시선은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개발자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는 여성 게이머들도비슷하게 겪는 문제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을 하는 여성 게이머들은 폭력적 발화에 노출되기 쉽다. 여성 게이머들은 이러한 상황에 맞서기로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자신의 성별을 숨기거나 불편한 상황을 마주치면게임에서 이탈하곤 한다. - P285

게임 개발의 성공에만 집중하는 회사의 조직 문화로 인해 게임 개발자들은 계약 과정에서의 문제를 인지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발언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있다. 개발자는 인센티브만을 바라보고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 일을 그만두게 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 P292

여성 개발자가 다른 여성 개발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쉽지않았고, 회사에서 오랜 시간 게임 관련 종사자로 남아 있는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방식으로 오랜 시간 노동을 수행하는 것으로서만 보여지게나 남성의 소통 방식에 합류하는 방식으로서만 허용 가능했다. 여성 개발자는 게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기 어렵다라던지, 결혼과 임신이라는 과정을 겪게 되면 회사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기반해 여성 개발자를 대하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P295

일반적으로 사이버 성폭력이란 카메라 등의 매체를 이용하여 상대의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하거나,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 유포하겠다고협박하는 행위와 촬영 사진을 저장 혹은 전시하는 행위처럼 SNS와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괴롭힘을 의미한다. 또한 디지털성폭력, 온라인/인터넷 기반 성폭력, 성적 이미지 조작/착취 성폭력,
온라인 기반 성매매, 온라인에서의 성적 괴롭힘sexual harassment 등이포함된다(이미경, 2018). 일상이나 미디어에서 많이 사용되는 ‘몰카‘라는용어는 유희적 놀이같이 들릴 우려가 있고 불법성과 폭력성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여성학계 및 여성가족부에서는 범죄임을 명백히 드러날 수 있도록 "불법 촬영", 그 결과물로서 보복성 영상물 등을 통칭하여 "불법 촬영물" "불법 영상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 P304

사이버 성폭력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성폭력범죄의 처벌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입법화되면서부터이다. 1998년,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추가로 입법화됨으로써 이전에는 처벌 규제가 없어서 무혐의 처분되거나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되었던 행위가 성폭력 범죄로 처벌되기 시작했다. 또한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키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 제74조제1항제2호에 - P310

따른 음란물유포죄로 처벌되거나 정통망법 제70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사이버명예훼손죄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김현아, 2017a). 경찰<경찰통계연보>의 범죄 분류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정통망법음란물유포죄는 ‘성풍속 범죄‘로 분류된다. 불법 촬영 피해에 대한 피해자들의 호소가 2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박‘과 같이 피해자 없는 범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즉, 불법 촬영물속 여성의 몸은 사회적 도덕 규범과 관련하여 얼마나 음란한가의 문제로 보는 ‘성풍속‘에 속한다(김민정, 2018). - P311

스피노자는 『윤리학 3부 정리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독특한 실재의본질을 ‘코나투스conatus‘, 곧 자신의 존재 속에서 존속하려는 노력,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즉, 코나투스의인간적인 표현은 ‘욕구‘ 내지 ‘욕망‘ (3부 정리9)이다. 욕망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노력으로서의 활동이다. 스피노자는 기쁨, 슬픔, 사랑 등의 정서가 이성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정서가 없다면 인간은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정서affectus, affect를 "신체의 행위 역량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고 촉진하거나 억제하는신체의 변용affectio들이자 동시에 이러한 변용들의 관념들" (3부 정의3)로 정의하면서 인간의 모든 정서는 욕망conatus, 기쁨laetitia, 슬픔tristitia이라는 세 가지 기본 정서에서 파생된다고 간주한다(3부 정리11의 주 - P315

석). 정서는 사유 속성에 속하는 관념의 한 종류이지만 인지적 기능에따라 정의되는 일반적 관념에 따라 신체와 정신의 역량의 증대 및 감소를 나타낸다(진태원, 2015). - P316

최소한의 인프라도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가면서 반사이버성폭력 운동을 한다는 것은 때로는 양가적 정서에 휩싸이게 만든다.
정서의 양면성에서 비롯되는 혼란은 ‘마음의 동요fluctuatio animi‘를 일으킨다. "상반된 두 개의 정서에서 생겨나는 이러한 정신의 상태constitutio는 ‘마음의 동요‘라 불리며 이것은 불확실성이 상상과 맺고 있 - P321

는 것과 동일한 관계를 정서와 맺고 있다" (2부 정리44의 주석에 의해). 게다가 "마음의 동요와 불확실성 사이에는 더함과 덜함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3부 정리17 주석). - P322

디지털 성폭력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포르노로 소비하면서도도리어 피해자인 여성을 비난하고 낙인찍는 사회, 이미지의 유출이 여성의 통제를 강화하고 여성 존재 자체를 무너뜨리는 수단으로 악용될수 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김소라, 2018). 당장 피해를 복구한다 해도 피해자는 ‘내 영상이 인터넷에 떠돈다‘는 불안감을 평생 안고 - P326

살아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피해가 발생하지않게 예방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더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상을 찍고 그것을 유포하고 보기 위해 다운받는 것이 모두 차단되고 특히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는 것이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최근 정부 대책이 삭제에 국가적으로 큰 비용을 투입하고 삭제 지원에만 치중해서 사이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 P327

웹하드협회하고 협약을 맺어서 자기네들이 피해 영상들을 지우겠다 발표를 했죠. 이상하더라구요. 최대 필터업체인 M사의 김기문 대표도 패널이고,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 협회장도 패널이고 클린센터 공동대표남희섭 씨도 패널인데, 언젠가 남희섭 씨가 전화로 "웹하드 업체들이랑친한데 한사성이 삭제 요청 별로 안 했다던데? "이렇게 말해요. 웹하드에 삭제 요청 여부도 물어볼 수 있는 관계인 거죠………. 거의 모든 웹하드사가 DCNA[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에 들어가 있고 DSAC 홈페이지에 회장이 누군지 가입 회원이 몇 명인지도 없어. 2012년-2017년 5년동안 공지사항에 게시물이 4건이야. 거의 활동을 안 했다는 거잖아. (활동가들 대화, 다큐에서) - P328

방통심위에 디지털성범죄팀이 만들어진 후, 달라진 점은 "첫째 이전통신심의관련 민원 처리가 음란물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그와 더불어음란물로 규정하기에는 애매모호한 성폭력 이미지 ·영상, 초상권, 명예훼손 침해 등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되는 사안을 포괄해서 민원처리할 - P336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둘째, 소위원회를 주3회로 늘려서 운영하여 차단, 삭제 등심의 결과가 좀 더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했다는 점, 셋째, 전문모니터 요원 3인이 민원이 들어온 건에 관해 검색하여 심의를 올리는 사항 이외에 업체에 자율 삭제 등을 요청하도록 한 점이다" (J). 그러나 웹하드 등 업체의 자율 삭제를 요청"하는 것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 P337

방통심위는 반드시 피해자가 삭제 요청을 신청할 필요는 없지만 여가부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반드시 피해자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이 신청해야 한다. 방통심위는 인터넷피해구제센터를 통해서 신청을 해서 심의에 들어간 경우가 있기는 한데 언론에 보도된 사항에 대해서 긴급 모니터링을 하기도 하고 꼭 영상물에 등장한 피해자가 아니어도 심의는 진행된다. 방통심위에서 2018년 4월 30일부터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 작업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면이 있다. - P338

우리는 기존의 젠더 권력 구조에 조건화된 담론 바깥에서 이 문제를바라볼 필요가 있다. 불법영상물을 ‘야동‘ 혹은 ‘포르노‘로 부름으로써,
규제의 근거와 음란성의 책임을 재현과 착취의 대상인 여성에게 전가시킨다는 비판(김소라, 2018)은 적절하다. 불법 영상물의 음란성은 텍스트자체가 아닌, 그것을 생산, 유포, 소비하는 가운데 구성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상의 탈의 퍼포먼스는 여성의 벗은 몸을 음란한 것으로 보려는 시각에 항의한 것이다. 즉 여성의 가슴은 사이버상에서 음란물로 규정되어 권력에 의해 검열되어 삭제되거나, 성적 이미지로 남성들에 의해 소비되는 반면, 남성의 벗은 몸은 ‘보편인간의 몸‘으로 인식되어 전혀 수치스럽지 않다. 또한 탈코르셋운동 또한 남성 시선의 구속에서 벗어남으로써,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 사이의 젠더 권력을깨고자 하는 노력이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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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맨스필드 파크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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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영국도 여성은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라간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과 다른 것은 가문과 직업 등을 고려한다는 것. 우리는 가문을 볼 일은 없으니. 물론 직업은 꽤나 중요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맨스필드파크>는 이후 작품이라 그런지 초반부터 더 잘 썼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물들의 묘사도 찰지고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도 여러 일화들을 통해서 꽤나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허나 나는 인물 이름이 왜 이리 안 외워지는지. 결국 책을 읽으며 등장 인물의 이름을 적고 관계도를 그리며 읽었다. 문제는 읽으면서도 이름이 왜 매번 생소하지? 생소할 때는 인물의 이름을 다시 뒤적이며 읽는다. 휴. 외국인의 이름은 안 외워지는게 정상인가. 어쨌든.

맨스필드파크 저택에 사는 버트럼 가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가 등장한다. 세 명의 자매가 있는데 첫째는 워드 버트럼. 둘째가 마리아 버트럼. 마리아 버트럼이 토머스 경과 결혼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막내인 프라이스는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갔는데 윌리엄, 패니를 비롯하여 아이를 9명을 낳았다. 여력이 없는 프라이스 부부는 패니를 버트럼 부부에게 보낸다. 워드 버트럼은 노리스 목사와 결혼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찍 과부가 된다.
버트럼 부부에게는 성직자가 되고 싶어하는 둘째 아들 에드먼드와 망나니인 첫째 아들 톰이 있고 딸 마리아와 줄리아가 있다. 이 집 식구들 중에서 패니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에드먼드 뿐이다.

패니 프라이스는 맨스필드 저택에서 천덕꾸러기로 눈치를 보며 지낸다. 마리아 버트럼은 러시워스씨를 소개받고 러시워스씨는 마리아에게 첫 눈에 반한다. 어느 날 사교 모임에서 그랜트 부인이 등장한다. 그랜트 부인은 동생이 죽으면서 남긴 남매(크로퍼드)를 돌보고 있다. 딸은 메리, 아들은 헨리인데 마리아 버트럼과 줄리아 버트럼이 헨리 크로퍼드에게 모두 반한다. 에드먼드 버트럼은 메리 크로퍼드에게 호감을 느끼며 단숨에 그녀에게 빠져 버린다. 하지만 패니 프라이스는 에드먼드 버트럼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에드먼드 버트럼이 성직자가 되길 희망한다는 걸 알게 된 메리 크로퍼드는 그의 마음을 거부한다. 마리아 버트럼은 러시워스와 결혼한다. 그의 돈과 명예가 탐이 나서기도 했으나 아버지와 맨스필드에서의 구속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때 헨리 크로퍼드가 패니 프라이스에게 눈을 돌린다. 패니는 무도회에서 헨리 크로퍼드의 열렬한 고백을 받지만 그녀는 당혹스럽기만하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

감정의 혼란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패니는 맨스필드를 떠나 포츠머스(원래의 집)를 갈 기회를 얻게 된다. 두 달의 예정이었으나 실상은 3달 이상이 걸리게 된다. 그동안 패니는 맨스필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포츠머스는 그에게 마치 감옥 같다고 느껴졌고 유일하게 얻은 인연은 수전 뿐이었다. 환경은 최악이었고 그곳에서의 생활도 불만족스러웠던 것이다. 부모, 형제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러시워스 부인이 가출하고 줄리아도 잘못되자 버트럼 가는 발칵 뒤집힌다. 결국 유일하게 문제가 없는 자식은 에드먼드 뿐이었다. 토머스 경은 패니를 달리 보게 되고 그녀를 에드먼드와 결혼시키면서 패니는 맨스필드가의 며느리로 입성하게 된다.

주인공 패니 프라이스는 답답하리만큼 수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그녀가 감성적인 소유자라는 직접적인 표현도 하지만 나는 사실 그렇게 느껴지기보다는 감정 표현에 능숙하지 못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맨스필드가에 처음 입성할 때만 해도 그녀는 철저하게 가족 안에서 배척당하는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천천히 집안 방식에 스며들었고 그녀의 고지식하고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측면이 오히려 그 가문에 잘 맞아 떨어진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언뜻 보면 성장형 주인공으로 신데렐라로 마침내 성공하고 쟁취하는 스토리라고 보이지만 그녀는 애초에 그 가문에 잘 들어맞는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전 작품 스토리와 결이 좀 많이 다르게 느껴졌는데 나는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나게 읽었다. 주인공이 답답한 캐릭터라는 것만 빼면 이야기도 명료하고 관계의 연결-파괴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는 생각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제가 실수한 결과물 옆에서 사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저는 여자들의 마음을 갖고 노는 남자는 좋게 볼 수 없어요. 아마 그 여자들은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수없이 겪었을 거예요."

거실 안에 강하게 내리비치는 햇빛은 그녀의 기운을 북돋아주기는커녕 울적한 마음만 더 들게 했다. 그녀는 도시의 햇빛과 시골의 햇빛이 사뭇 다르다고 느꼈다. 이곳에서 햇빛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글거리기만 하는 것, 숨 막히게, 퇴색한 모습으로 이글거리기만 하는 것뿐이었다. 햇빛이 없었더라면 잠자듯 눈에 띄지 않았을 얼룩과 먼지를 두드러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었다. 도시의 햇빛은 건강하지도 화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갈팡질팡하고, 너무 약하고…… 어떤 때는 다시 너무 폭군적이고, 너무 통제 불능 상태고요! 확실히 우리 인간은 모든 점에서 기적 같은 존재예요. 그렇지만 우리의 기억력과 망각 능력은 참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실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요

결국은 그 아가씨의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소리잖아! 맞아, 바로 그거네! 그 아가씨가 오빠에게 무심하다는 것,

남자들은 확실하게 마음을 굳히기 전까지는 자기가 진짜로 마음을 주고 있는 여자의 자매나 친한 친구를 그 여자보다 더 각별하게 생각하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

이 모든 문제가 한 가지 질문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사항들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까?’ ‘그런 것들이 더 이상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을 사랑할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풀이했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일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가끔은 "아니다"이기도 했다

제가 어떻게 그가 저와 함께하겠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감히 사랑할 수 있겠어요? 제가 어떻게 그가 제 애정을 구하자마자 ‘네, 분부만 하세요’ 하는 식으로 애정을 품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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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19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읽어야 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더 외국 이름이 안외워진걸수도 있습니다 ^^ 그런데 등장인물이 많긴 많군요~!!

거리의화가 2022-09-19 21:12   좋아요 2 | URL
ㅋㅋㅋ 새파랑님 정곡을 찌르신듯요. 다시 책을 읽으려니 집중이 잘 안되서 애먹었습니다. 등장인물이 많기는 한데 관계도 그리면서 느끼는 재미도 좀 있습니다ㅋㅋ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건수하 2022-09-19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아프신 와중 열심히 읽고 계셨군요! 무리는 하지 마셔요~

거리의화가 2022-09-20 08:57   좋아요 0 | URL
네. 일요일부터 조금씩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9-19 2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 한권도 안읽은 저는 내일부터 오만과 편견 읽기 시작합니다. ㅎㅎ 19세기 소설을 제가 다 읽어낼 수 있을까요? 영화도 별로 안 맞았는데..... ㅠ.ㅠ 이 책은 등장인물이 저리 만으니 안외워지는게 당연할듯요.
화가님 리뷰 읽다가도 어 얘는 누구지 하고 앞에 가서 다시 확인하네요. ^^

거리의화가 2022-09-20 08:59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은 저보다 훨씬 잘 읽으실겁니다. 아무래도 초기작인 이성과 감성보다 이 작품이 저는 더 재밌고 좋았어요. 처음부터 몰입도 잘 되는 편이었구요. 인물 이름은 뭐 항상 어려운지라^^; 등장인물도 많고 관계가 서로 얽히고 해서 복잡은 한데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간결한 편입니다. 오만과 편견 어떤 느낌으로 읽으실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좀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ㅎㅎㅎ

다락방 2022-09-20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특히 일본 소설 주인공 이름이 안와워지더라고요. 엇? 얘는 아까 죽지 않았나? 하고 앞으로 돌아가면 비슷한 이름이지 그 사람은 아닌.. 또 안외워지는 이름은 러시아 소설 주인공들.. 애칭은 또 왜 막 나오는지..

화가 님 리뷰 읽으니 그런데 이 소설도 엄청 이름 헷갈릴 것 같아요. 저도 진작 사두었는데 곧 읽어봐야 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9-20 09: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는 일본소설은 더더군다나 제 취향이 아닌지라~ 이상하게 음침하기도 하고 해서 잘 읽지는 않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러시아 소설은 더하죠ㅎㅎㅎ
외국 소설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성들이 결혼을 하면 남성의 성을 따르니까 그래서인 것 같아요. ~부인으로 불리는데 예전에 썼던 이름도 나오고 그래서 적어놓지 않으면 헷갈리더군요^^;
처음에만 좀 지나면 괜찮으실겁니다. 인물들 적어놓고 관계도 그리면서 읽으시면 더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9-20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둘째가 외국소설은 안읽는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이름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러시아 소설은 더 그렇죠? 특히나 한 인물의 이름이 세개정도는 되니... 맨스필드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거리의화가 2022-09-21 08:42   좋아요 0 | URL
외국소설 이름 장벽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아요. 비슷하기도 하고... 러시아 소설 예전에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읽다가 머리에 쥐나는 줄 알았던 기억이 납니다ㅠㅠ 맨스필드 재밌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읽었던 제인오스틴 소설 중 가장 좋았어요. 아마도 뒤에 출간된 설득 등은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뒤의 소설들도 저는 기대가 되네요.
 

제2부 소셜 미디어와 젠더

#맘스타그램에서 읽어내는 SNS 시대의 모성 실천 풍경
픽토리얼 푸드: 먹스타그럄 현상과 음식 이미지의 역사

감정 사회학자인 앨리러셀 혹실드(Hochschild, 2013/2016)는 현대 사회에서시장의 영역과 무급 노동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오늘날 엄마들이 새로운 딜레마를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사생활의 상업화가 확대되면서 ‘돈을 써서 해결하는‘ 영역과 ‘개인적인 일‘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과거 스스럼없이 직접 행하던 일들이 점차 아웃소싱 상품으로 재편되면서 자녀의 생일을 위한 파티플래너, 가족사진 정리, 속옷 서랍 정리, 강아지 산책과 같은 서비스들이 가정과 시장의 경계를 계속해서 모호하게 만들면서 매순간 죄책감이나 불안감 속에서 친밀함이 결부된 개인적인 일과 개인적이지 않은(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일들을 구별해야하는 것이 주부들의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생활의 상품화로 인해 기존의 책무를 시장을 통해 손쉽게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 여성의 해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점이다. - P169

해시태그 사용은 도서관의 사서가 번호를 붙이는 행위와 비슷한 의미를 갖게 된다. 텍스트를 특정한 화제 속에 위치시키고, 특정한 주제에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표시하는 역할을 해시태그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국내에서도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 #00_계_성폭력 고발 사건 등에서 해시태그를 매개로 사회적 실천이 조직되는 사례들이 관찰되고 있다(Kim, 2017: 김효인, 2017). - P172

한국 사회에서 모성에 요구되는 책무는 여성의 지위, 가족 제도나 자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성평등 의식 변화와 영향을 주고받아왔으며, 구체적인 모성의 책무나 이상적인 모성상은 시기별로 모습을 달리해왔다. 특히 한국 사회의 모성 담론은 근대적 가족 제도의 확립 및 핵가족과 같은 가족 구조 변동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으며 구축되어왔다. - P176

결과적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지식을 활용하면서도1차적 양육자로서 어머니 노릇을 강조하는 집약적 모성 실천intensivemothering 이데올로기가 부상하며, 여성의 정서적, 경제적 노동을 집약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Hays, - P180

1996). 집약적 모성 실천 이데올로기란 주 양육자의 책무가 지속적으로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 돌봄을 시장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순수한 영역‘으로 간주하여, 자녀의 행복을 위해 물리적, 정서적 자원을총동원하는 상황을 이상적인 모성 실천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일컫는다(Hays, 1996).
그 결과 오늘날 ‘좋은 어머니good mother‘란 집약적 모성 실천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채로, 이를 희생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고강도의 어머니 경험 자체에서 충만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스스로의 경제적자유나 관계 추구, 지적 욕망을 박탈당하는 데 대한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존재를 일컫게 되었다(Green, 2004; Feasey, 2013 재인용). - P181

어머니 노릇을 구성하는 요건들은 변화해왔지만, 여성이 주양육자로자녀를 돌보는 상황은 그대로 유지되는 환경에서, 온라인 커뮤니티가활성화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어머니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서의 가능성을 제공하게 되었다. - P182

결론적으로, 맘스타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들은 해시태그를 통해서로의 양육 경험을 나누면서 느슨한 엄마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때로는 상업적 의례의 소비자로서, 소비문화를 향유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전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여성의 주체적 시선에서 모성 실천에 수반되는 다양한 경험을 자기서사 쓰기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는향도 관찰되었다. 이 글에서 발견된 맘스타그램이 갖는 양가적인 특성과, 온라인상에서 새롭게 주조되는 모성 담론의 함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여성들의 경험에 관한 풍부한 후속 논의를 통해 계속해서 의미를색해볼 필요성을 제기하는 바이다. - P198

회화 속의 음식은 자연의 일부이자그 자체로 인간의 통제하에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동식물의 식재료가 - P207

회화 속에서 다듬어지고 조리되어 인간의 생존과 미각을 위해 복무하는식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의 식재료를 얻기 위한 노력이 허사가 되기도 하지만, 그림 안에 담기는 순간 음식은 얼마든지 복제 가능한 것으로 철저히 인간의 통제하에 놓이게 된다(Bendiner, 2004: 28-29). 이는나아가 자연을 재구성할 수 있는 정복자이자 강한 생존력을 지닌 만물의 영장으로서 인간을 중심에 두는 인본주의적 사고로 발전한다. 그러나 여기서의 인본주의적 사고는 일면 남성중심의, 젠더불평등한 시각에 기울어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 P208

이처럼 넓은 범주에서 동일한 시각 문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회화와 사진이 음식을 다루어온 방식은 상당한 차이를 갖는다. 무엇보다도 음식 사진은 회화 속 음식이 지녔던 상징성에서 벗어나 현실성과실용성을 강조한다. 나아가 사진의 복제 가능성은 회화보다 넓은 층위의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그에 따라 다수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일상의 내러티브 안에 음식을 배치하는 방식을 강화했다. 음식 사진의 이러한 특성은 한편으로 음식 이미지가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획득하게 된 필연적 배경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음식 사진이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된 가운데 음식 이미지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이미지 자체가 갖는 진정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음식 이미지를 둘러싼 담론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만나면서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 P211

영화와 TV 프로그램 모두 단일한 이미지인 숏shot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행동, 장소의 연속성을 지닌 장면 scene과 장면들이 모여 - P212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시퀀스sequence의 개념에 근거해 만들어지기때문이다. 따라서 음식을 다룬 영화와 TV 프로그램에서는 음식이 주제로 다뤄지는 한편, 일종의 ‘캐릭터‘로 등장해 이야기 플롯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기도 한다(Batty, 2016).
여기서 우리는 음식 이미지가 기존의 시각문화의 관습적 전통뿐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미디어 자체의 속성에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알 수 있다. 특히 회화에서의 음식 이미지가 예술로서 한정된 집단에 의해 향유되었던 것에 반해 예술적 목적뿐만 아니라 상업적 목적도 띨 수있는 사진-영화-TV 프로그램 안에 담긴 음식 이미지는 대단위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의 힘을 업고 그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 P213

탐미주의적 관점에서 음식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소비하는 현상은 ‘푸드 포르노food porn‘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Taylor & Keating, 2018). "음식을 대단히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푸드 포르노의 기원은 1977년에 등장한 ‘미식 포르노gastro-porn‘에서 찾을 수 있다(Spence, 2017/2018: 108). 전통적인음식 이미지도 보는 이의 식욕을 충분히 자극하지만, 푸드 포르노로 지칭되는 음식 이미지는 마치 먹음직스러운 외양의 최대치를 끌어 모은듯한 인상을 준다. 예컨대 푸드 포르노의 유형으로 그릇이나 테이블 등음식 이외의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음식 자체를 줌인 zoom-in하여 음식의 질감이 가진 생생함을 전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McDonnell, 2016). - P216

음식 애호가또는 미식가라는 의미를 지닌 푸디는 귀족적인 취향을 향유하는 전통적인 미식가gourmet와는 차별점을 가진다. 전통적인 미식가가 고정불변한 사회적 계층성을 전제로 하는 것에 반해 푸디는 사회적 계급으로부터 독립된 정체성을 갖는다. 루소(Rousseau, 2012)는 푸디의 등장이 전지구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전 지구화 이후 여러 경계와 제한에 갇혀있던 세계 음식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환상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전 지구화의 영향으로 음식 선택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훨씬 넓은 다양성이 담보되었을 뿐 아니라, 음식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계급적 조건과 관련 없이 푸디는 유기농 식재료를 찾거나 이국적인 맛을 탐닉하며 장인이 만든 특별한 음식을 쫓는 등의 문화적 실천을 통해 스스로를 음식 애호가이자 미식가로 정체화한다. 이같은 정체성을 근간으로 푸디는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 등의 디지털 공간에서 음식 이미지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 P218

생산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제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먹방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다. 먹방은 음식과 카메라만 있다면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었던 데다음식 먹기가 대중에게 두루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라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실제 먹방 초기에는 BJ 경험이 없는 이들 중에서도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제작에 뛰어들었고,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는 여성의 모습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김형우, 2015). 먹방의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지자 영국과 미국 등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의 먹방 사례를 소개하며 먹방을 ‘moekbang‘ 혹은 ‘mukbang‘과 같이 고유명사로 사용했다(Cha, 2014; Evans, 2015).4회화나 사진, TV 프로그램의 음식 이미지와 먹방의 이미지가 다른점은 음식 자체보다 음식을 먹는 것에 더 집중한다는 데 있다. - P219

마노비치(Manovich, 2017)는 인스타그램만의 독특한 미학적 스타일을 ‘인스타그래미즘Instagramism‘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2000년대의 미학 스타일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요소로 미니멀리즘과 같은 현대 디자인의 경향성과 킨포크Kinfolk가 제안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꼽았다. 이렇듯 ‘인스타그래미즘‘ 또는 한국에서 ‘인스타감성‘이라 불리는 독특한 스타일은 인스타그램의 미디어 형식, 디자인적 시각과 콘텐츠가 만나 상호텍스트성을 발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 P224

현대 사회의 시각적 일상은 주의를 끌기 위한온갖 기술적 효과와 그에 따른 충격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각에 대한 강조는 ‘외양이 전부appearance is everything‘가 될 수 있음을 천명해왔다(Jeffes, 1998). 이미지의 ‘산만함distraction 속에서도 무언가를 지각하기위해 씨름하는 우리의 눈을 기준으로 음식은 주변에 "늘 있던 것이나 소홀히 여겨지던 것"이었기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조명을 받는 기회를 얻게 된다(서동진, 2018 116, 124). ‘흔하고 하찮은 것‘일수록 일상전복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기회는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 P225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도 먹스타그램의 의미를 긍정하도록 만든다.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 데 생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도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몸을 갖추기 위해음식과 끊임없이 교섭해야 했던 여성의 역사 때문에 음식과 먹기는 육체화된 여성적인 경험으로 간주되어왔다(Lupton, 1996/2015: 10). 실질적인 음식 소비에 있어서 여성의 경험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음식 이미지를 생산하는 관점에서 바라본 여성의 경험에는 작은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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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19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앞으로 읽게될 부분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아요. 저의 경우 먹방은 포르노 같아 라고 종종 생각해왔는데, 앞으로 읽게될 부분들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것 같아요. 우엇 흥미진진합니다 열심히 읽어야겟어요. 거리의화가 님, 진도 팍팍 나가셨네요!!
>.<

거리의화가 2022-09-19 18:0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제야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서^^; 어제, 오늘 열심히 읽고 2부 끝냈어요. 안 그래도 먹방과 포르노의 결합에 대해서 이야기하더라구요. 평소 생각조차 못하던 것이었는데~(사실 먹방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ㅋㅋ) 이렇게 연관될 수도 있겠네 생각하니 놀라웠습니다.
내일 3부 가능하면 끝내려고 생각중입니다^^
 

제2장 소셜 미디어와 젠더

< ASMR, 디지털 문화 시대의 감각화된 친밀성: 가각, 정동, 젠더/섹슈얼리티 >

1.
초기에 서구 주류 언론들로부터 의혹을 받았던 ASMR 방송이 다양한 심리학 연구 논문들이 나오면서 그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였음. 한국에서는 등장 초기부터 순기능에 주목하였음.

2.
미디어 문화 연구 관점에서 ASMR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음.

1) 청각 중심의 지각과 몸의 쾌감을 위한 새로운 문화 형식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감각 및 지각의 새로운 관계가 인간의 실존적 경험과 사회에 주는 영향 탐색
- 마셜 맥루한(시각 지배적 테크놀로지에 의해 의존해 발전되어온 지배적 인식 패턴과 사회적 조직에 ASMR 방송이 끼칠 영향에 주목, 사물과 인간의 연결성과 의미를 넘은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가능하게 함)
2) ASMR을 매개로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에 친밀감의 정동이 형성됨. 이는 몸의 개별적 감각 차원과 몸의 사회적 차원을 중첩시키고 연결시키는 것. 친밀감의 정동은 속삭임과 돌봄의 실천을 통해 형성됨.
3) 테크놀로지적 장치를 통해 청각과 사회적 친밀감의 정동이 젠더/섹슈얼리티 차원에서 지니는 성격과 한계, 변화 가능성
- ASMR 문화 실천에서 젠더 수행이 부정적 측면, 긍정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음.
- 다양한 소리로 젠더적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이윤 창출의 디지털 경제 아래 기존의 젠더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시키도록 이끌기도 함.
- 이형규범적 문화에 도전하거나 대안이 되는 성의 실천의 재개념화시도일 수도 있으나 이는 소비 자본주의 경제의 권력 규제와 기술의 활용, 논리와 고찰되어야 함.

3.
ASMR에 대한 실험적 태도와 프로젝트를 통한 젠더적 수행의 변화와 젠더/섹슈얼리티 관념에 도전하는 작업 등이 필요.


< 웹툰의 드라마로의 재매개, 그리고 서사와 여성 재현 >

1. 재매개의 개념과 미디어 콘텐츠의 재매개

1) 미디어 간 경쟁과 인정의 과정, 재매개
- 재매개의 특징
매개의 매개: 매개 자체가 중요, 매개되는 과정에세 미디어는 끊임없이 평가, 대체, 재생산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현실과 매개의 불가분성: 재매개 과정에서 미디어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현실 속에서 존재, 결과물이 되므로 현실과 뗄 수 없다.
개혁성: 재매개가 기존 미디어에 결여된 부분을 개선, 개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므로 수용자들에게 매개되지 않은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2) 재매개 콘텐츠에 대한 관심, 미디어 콘텐츠의 재매개
- OSMU(one-source multi-use), 크로스미디어스토리텔렝,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은 미디어 간 콘텐츠가 재제작되는 현상을 설명하나 강조점들은 저마다 차이를 보인다.
- 재매개는 적용 범위와 대상에 유연함과 포괄성을 지니므로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개념으로 일원화하여 볼 수 있다.

2. 웹툰과 텔레비전 드라마, 그 미디어적 특성
- 웹툰
작은 스크린 -> 클로즈업 위주의 화면 구성, 시각 중심의 콘텐츠. 포털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배포. 조회수와 추천수, 평점에 의한 평가 방식이 지급료와 연계되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 불안정. 개인화된 콘텐츠, 짧은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스낵컬처 특성 지녀. 세로로 긴 스크롤 방식, 페이드인/아웃 영상미디어 연출 방식의 적용, 장면과 내레이션을 활용한 시간 표현 연출
- 텔레비전 드라마: 가족이나 공동테적 가치 실현의 역할. 보수적 미디어이나 새로운 시도 등의 실험적 방식을 이용하여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

3. 콘텐츠의 재매개화와 서사
웹툰을 재매개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서사 변형이 이루어지는 방식
1) 재매개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서사 관습들
- 기발한 상상력 차용
- 주인공의 기본 설정 유지
- 주제 의식의 공유

2) 재매개 과정에서 변형되는 서사 관습들
- 에피소드의 변형과 추가
- 주제의 입체화와 일반화
- 희극성과 로맨스 강화
- 등장인물의 변형과 추가
- 밋밋함을 벗얻던진 극적인 인물로의 변화
- 등장인물 간 관계의 친밀성 강화와 균형적인 대립 구도

일명, ‘자율감각쾌락반응‘이라 번역되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특정 소리 자극에 대해 느끼는, 머리에서 등줄기로이어지는 기분 좋은 찌릿한tingling 감각 경험을 가리킨다. 속삭임, 귀파는 소리ear cleaning, 바삭한 음식 씹는 소리, 요리할 때 생기는 소리, 입으로 내는 소리, 손톱으로 무엇을 긁거나 톡톡 치는 소리, 손이나 브러시로 쓰다듬는 소리, 종이 구기는 소리, 사각대는 글 쓰는 소리 등 다양한 미세한 소리들이 팅글‘을 야기하는 자극물, 즉 트리거trigger가 될수 있다. - P87

‘미디엄에 메시지’라는 선언을 통해 맥루한(1964, 2003)은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단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바로 인간 신체와 감각의 확장extension임을 선언했다. 그는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그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의 감각 비율을 다르게 조정하고,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과 타인과 맺는 관계, 인간삶의 패턴에 변화를 준다고 주장한다. - P97

ASMR 방송과 접촉해 얻는 몸의 쾌감과 정동, 또는 심신의 긴장이완은 의미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갖게 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명상의 상태, 자연에 둘러싸여 있을 때 느끼는 상태, 어떤 재미에 푸욱 빠져서 내가 누구인지를 잊은 몰아沒我와 같은 상태, 심리학자들이 표현하는 전념 (mindfulness 또는 flow)의 상태와 ASMR 영상에서 얻는 청취자의 긴장 이완 상태는 유사해 보인다. 학자들은 이를 추구하는 청취자들의 동기를 경쟁 사회가 주는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추론한다(Bjelic, 2016: Gallagher, 2017). - P101

기술과학 철학자인 돈 아이디 (Ihde, 2002/2013)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지각하고 움직이고 감정을 느끼는 몸의 차원(몸1)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를 지닌 몸의 차원(몸2)으로 분석적으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테크놀로지는 이 두 차원을 가로지른다고 말한다. - P109

앤더센은 ASMR 영상은 "여성들이 남성을 향해 연출하는 이형규범적Cheteronormative10 돌봄과 친밀성을 재생산하며 명백한 젠더 편향성을보인다"고 지적한다(Andersen, 2015: 692). 이 주장의 근거로서 앤더센은 ASMR 창작자나 이용자들이 ASMR 방송에서 친밀감의 경험을 ‘엄마와 아이‘의 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표현하는 점을 제시한다. - P112

왈드론은 성적 관계sexual relation를 ASMR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체를 매개하고 친밀성의 정동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기술적 집합체 간의 배치configuration로 본다. 이로써 그는 ASMR 동영상이 기존의 협소한 도덕 체계와 ‘섹스‘ 개념을 넘어 ‘지배적인 서구 패러다임 밖에 위치하는 대안적 섹슈얼리티‘로서의 함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 P118

톨란은 ASMR 공동체를 조롱하지 않고, 그렇다고 돌봄 작업을 가치절하시키지 않으면서도 젠더화된 돌봄의 관념을 교란시킨다. 그리고 유튜브를 넘어서 ASMR의 형식, 내용, 유통을 실험함으로써, 동시대 디지털 문화에서 돌봄과 그 표현의 한계에 관해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Iossifidis, 2017: 113). - P123

볼터와 그루신(Bolter & Grusin, 1999/2006)은 영상미디어의 발전사를 원근법 회화부터, 사진, 영화,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각 미디어들이서로를 인정하고 경쟁을 벌이면서 그 문화적 의미를 획득하는 재매개remediation의 과정을 통해 설명한다. 이때 재매개는 ‘한 미디어를 다른미디어에서 표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나의 미디어가 내용과 형식차원에서 다른 미디어의 테크놀로지, 표현양식, 사회적 관습 등을 답습하거나 개선improve, 개조remedy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현상‘이다.
이러한 재매개 개념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비롯하여, 미디어들 간의 전방위적인 콘텐츠 전환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이다. 결국 공존과 상호작용이라는 큰 틀에서 미디어의 관계와 발달을 파악하는 미디어 재매개의 개념은 미디어의 본질과 역사에 대한 가장 야심찬 주장이라 평가할 수 있다(Ryan, 2004/2014). - P135

웹툰이 TV드라마로 재매개가 될 경우에는 배경,
인물, 갈등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변형됨을 알 수 있다(이경숙, 2012). - P141

국내에서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웹툰webtoon이라 불리는웹 기반의 만화는 디지털 만화의 대표적인 유형이다(한창완·이승진, 2010; 전경란·박성대, 2013). 보통 웹툰은 세로로 긴 이미지로 구성되어한국에서 유독 활성화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특수한 현상으로 칭해진다(류철균·이지영, 2013). - P141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러한 미디어 특성의 차이가 콘텐츠의 재매개 과정에 영향을 미쳐 서사 관습이 변형되는 방향에 대한 논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텔레비전 드라마는 재현을 통해 주류적 가치관의유지에 기여하는 미디어이다. 이러한 지배적인 시각은 재매개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여기서는 가부장적 지배이데올로기 역시 재매개 과정에서 작동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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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친정에 다녀오니 3일의 연휴가 훌쩍 흘렀다.

역시 도로 위에서 뭔가를 보기에는 쉽지 않다는 걸 다시 느꼈다. 오디오북을 들으려 했으나 옆에 사람이 있으니 졸음운전하지 않나 체크도 해야 하고 차들이 옆에 휙휙 지나가니 집중도 안되어서 포기했다. 심지어 차는 왜 이리 막히는지…ㅠㅠ
시댁이 원래 3시간이면 가는 거린데 거의 곱절이 걸렸다는.

오늘 오후에야 짬이 나서 다시 두 권의 책을 이어서 읽었다.
이슬람 세계, 남아시아와 인도양에 대한 주제였는데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관점이 얼마나 제국주의적인지 절감하며 읽었다.

집 근처에 얼마 전 카페가 생겨서 궁금해 가보았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가격도 4천원에 커피맛도 괜찮아서 종종 이용할 것 같다.

금요일 오전에는 집 근처 운동장에서 걷고 달리며 운동을 했다.
하늘이 어찌나 이쁘던지 보는 내내 감탄했다. 운동할 맛 나는 요즘이다.

그리고 목요일에 도착한 책들이었는데 <역사비평>과 <역사문제연구>는 구독중인 책이라 산 책들은 아니다.
다음달 초에 살 책을 미리 당겨서 산 것이다(그놈의 적립금 때문에). 이 중에는 몇몇 친구분들의 서재에서 보고 산 책들도 있고 다음달에 읽어야 할 책이기에 산 책도 있다.

남은 연휴는 세계사 완독을 끝내는 것이라도 해야겠다.
다행히 화요일까지 휴가를 썼으니 그나마 좀 더 시간 확보가 되어 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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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1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2-09-12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은 휴일
화가님 속속 도착한 책들 완독을 향해!
(๑>؂<๑)۶

희선 2022-09-12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 갔다 오면 시간이 더 빨리 가죠 연휴나 쉬는 날은 별거 안 해도 시간이 잘 갑니다 한 것도 없는데 사흘이 다 갔어요 거리의화가 님 남은 연휴 책과 함께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2-09-12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은 연휴 마지막날 책과함께 알차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