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고독으로부터 찾는 해답 서양문학의 향기 10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에세이는 작가의 삶을 통해 독자 개인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런 면에서 이 편지는 내게 좋은 에세이다.

"판단하려 하기 전에 유보하라!"라는 말을 오래 들었다. 고질적인 문제인데 나는 어떤 문제를 오래 끌어안고 살지 못하는 편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끌어안고 있는 시간을 못견뎌한다. 그래서 어떤 질문이 생겼을 때 A플랜, B플랜, C플랜 정도를 생각해 놓고 브레인스토밍을 멈춘다. 그리고  그 세 가지 답 중 가장 나은 답을 찾는다. 나에게는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나은 선택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이냐. 더 많은 플랜이 있을 수 있는데 생각을 끊어냄으로써 더 나은 플랜의 기회를 생각해내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정말 내가 고치고 싶은 문제인데 늘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제를 끌어안고 있으면 나는 그것으로 머릿속이 꽉 차서 다른 것은 들어올 틈을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다른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눈과 귀를 열어두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호기심은 많은데 탐구심이 부족한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끈기가 부족하지는 않다.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마십시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그 해답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P40
릴케는 시인 지망생이었던 카르푸스(카푸스)와 여러 통의 편지를 주고 받는다. 릴케는 인생 후배의 고민에 공감하면서 조심스럽게 조언을 해준다. 당시 20대의 릴케가 얼마나 많은 인생을 알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는 시인이었기에 지망생이 보내는 편지를 쉽사리 지나쳐버리지 못했을거라 생각한다.
릴케의 핵심 메시지라면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말고 몸으로 깨달을 때까지 그 고독을 견디라!'는 의미일 것 같다. 진정으로 내게도 필요한 메시지인데 나는 절감하면서도 지금까지 살면서도 잘 되지 않았는데 과연 이것이 앞으로도 나아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의 문제를 다시금 여기서도 깨달았다는 것이 중요하겠다.

'사랑을 위해서는 각자의 고유성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도 내게 적지 않은 울림이 있었다. 누군가 내게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웃고 있는데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 때는 실제로 삶이 힘들었고 팍팍했다. 그래서 매일 산다는 것이 절망이었고 그야말로 난간에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웃을 수가 없는 상황에서 내가 그렇게나 웃었나보다. 아마도 '썩소' 아니었을까. 결코 자연스러운 웃음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한다. 내면의 슬픔이 가득한데 사람들이 가득한 장소에서 억지로 풀어보려 애썼던 나날들이 길었다.

슬픔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사람들이 슬픔을 시끌벅적한 곳으로 들고 갈 때, 오히려 그 슬픔은 위험스럽고 나쁜 것이 되는 것입니다. 표피적으로 그리고 아둔하게 치료한 질병처럼 그런 슬픔들은 물러나는 척하였다가는 짧은 잠복기가 지나고 나면 전보다 훨씬 무섭게 터져나오는 것입니다. 그런 슬픔들이 가슴속에 집적되어 인생이 되면, 그 인생은 제대로 살지 못한 삶, 거부된 삶, 실패한 삶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삶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습니다. - P80~81

그런 의미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비단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 등 모든 관계에서 바탕이 되는 것은 개인이다. 스스로가 홀로설 수 없다면 제대로 된 관계도 성립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는 더 확고해지고 있다.
내가 하나의 주체로서 꼿꼿이 서 있지 않으면 어디든 휘둘리기 쉽다. 쉽게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에 이 메시지는 더욱 중요하다. 개인이 존립해 있지 않으면 누군가의 만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사랑은 개인이 성숙하기 위한, 자기 안에서 무엇이 되기 위한, 하나의 세계가 되기 위한, 즉 상대방을 위해 자체로서 하나의 세계가 되기 위한 숭고한 동기입니다. 사랑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위대하고도 가혹한 요구입니다. 즉 사랑은 한 개인을 지목하여 그에게 원대한 사명을 부여하는 그 무엇입니다. - P69
그들은 이 문제가 사람마다 각각 경우가 다른 사적인 문제로서 그때마다 새롭고 독특하고 극히 개인적인 답변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상대방에게 자신을 내맡기고 서로의 경계를 짓지도 않고 구별하지도 않게 된 그들이, 다시 말해서 자신들의 고유성을 더 이상 지니지 못하게 된 그들이 어떻게 자기 자신들로부터, 이미 막혀버린 고독의 깊은 곳으로부터 나가는 출구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 P71

이 책은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탐구, 성찰이 필요한 모두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청년이 더 어린 청년에게 쓴 편지지만 비단 청년에게만 통하는 메시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에게도 위로와 성찰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올 편지다.

당신의 회의는 탐구적이 되어야 하고 비판적이 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회의가 당신의 무언가를 파괴하려 들면, 그때마다 그 무언가가 도대체 왜 보기 싫은 건지 회의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회의에게 그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시고, 회의를 시험해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아마도 회의가 할 말을 잃고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혹은 회의가 반항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굴복하지 말고, 논쟁을 끝까지 이끌어가십시오. 그리고 그때마다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철두철미하게 행동하세요. 그러면 회의가 파괴자에게 당신의 가장 훌륭한 일꾼 중의 하나가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아마도 회의는 당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든 일꾼 중에서 가장 현명한 일꾼이 될 것입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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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C.181 여태후 7년 >

여씨들이 권력을 농단하여 유씨들의 불만으로 벌어진 헤프닝

진평과 태위가 태후의 기에 맞서기 위해 서로 결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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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3-04-10 0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漢字를 하나 하나 짚으며 읽으시다니... 깊이 감명 받았고, 이에 경의를 표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4-10 09:43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에너지를 얻었네요^^
 

3월의 마지막 두 주는 꽃구경으로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북플로 사진을 올리려면 너무 힘들어서 오늘도 결국 PC로 옮겨서 올린다.


어제는 3월의 연차를 사용했다.

아침에 계속 헤롱헤롱 어지럽길래 밥 먹고 타이레놀 먹고 좀 쉬다가 도서관 다녀온 뒤 잠시 책 좀 읽다가 했다.

종일 어지러움증은 가시질 않았고 오후에는 코피까지 났다.

아니 고등학교 때도 나지 않던 코피가 왜...

옆지기는 "코 속이 건조해서 그런 거 아니야?" 하길래 "그런가?" 했다. 

가습기를 며칠 사용 안했더니 그런가 싶어 어제는 가습기를 틀어놓았다. 

하지만 낮에 1시간을 누워 있었더니 잠이 안와서 오늘도 정신이 멍한 것 같다. 



아참!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아래 두 권. 받아보니 역대 내가 빌린 책 중 가장 얇은 듯^^;

릴케의 책은 내가 왜 보관함에 담아놨는지 기억이 안났는데 도서관에 가면서 생각해보니 음... 시사인 기사 보고 담아놓은 것 같다. 

그리고 오정희의 새는 얼마 전 수하님께서 알려주셔서 담아놓았다. 이 작품은 오정희 컬렉션 중 하나인데 컬렉션의 모든 책을 다 읽을지는 모르겠고 우선 한 권 읽어보고 생각하기로!ㅎㅎㅎ




4월에 김윤아 솔로 콘서트가 있다고 하여 예매를 해 두었다.

장소가 멀어서 고민했지만 솔로 콘서트는 오랜만이기도 하고... 솔로는 그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질렀다.


이제 이 곳도 벚꽃이 거의 만개인 듯 하다.

개나리는 거의 다 떨어져 가는데 올해도 개나리가 너무 빨리 폈다가 금새 져서 아쉽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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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30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날씨가 많이 춥긴 하지만 봄은 봄이라서 좋은것 같아요. 활짝 핀 벚꽃과 개나리가 있는 양재천을 저도 요 며칠간 계속 걷고 있는데요, 이게 뭐라고 그렇게나 좋답니까. 참 좋더라고요.

김윤아 솔로 콘서트 잘 즐기고 오셔요.
저는 몇 해전에 박정현 콘서트에 혼자 갔었는데, 혼자 가서 앉아있으면서 계속 울었네요. 박정현 노래들이 죄다 감성을 건드리는 바람에... 하하하하하.

봄 잘 보냅시다, 거리의화가 님!

거리의화가 2023-03-30 12:55   좋아요 0 | URL
요즘 일교차가 엄청나더라구요. 20도 차이쯤 나니 한두계절을 오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 먹고 산책을 하며 파란 하늘과 벚꽃나무를 연신 보며 ‘행복하다‘를 연발하며 걸었어요.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인생이니 나를 위해 이런 일상의 행복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싶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면 더욱 좋겠구요. 어머님과 자주 산책하시는 것 같아서!
김윤아 콘서트는 잘 지른 것 같아요. 예매 끝나고 들어가보니 다 동났더라구요ㅎㅎ 김윤아의 감성을 좋아해서 저도 아마 공연장에서 눈물을 많이 훔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한 봄입니다. 남은 봄을 즐겁게 보내요*^^*

페크pek0501 2023-03-30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꽃 구경을 여기서 다 하네요.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3-30 12:55   좋아요 0 | URL
페크님이 구경 잘하셨다고 하니 저도 좋습니다. 남은 봄 행복하게 보내시길^^*

난티나무 2023-03-30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콘서트 너무 좋을 거 같고요!!
봄꽃 이쁘네요. 하늘도!!

거리의화가 2023-03-30 17:40   좋아요 1 | URL
네. 오늘 미세먼지도 비교적 양호하고 햇빛도 좋아서 사진 추가로 그득그득 찍고 왔어요~^^
콘서트 저도 기대됩니다. 자세한 후기는 안되겠지만 다녀오고 나서 짧게나마 올릴 듯해요!

2023-03-31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31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31 0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쉬는 날에 몸이 좀 안 좋으셨군요 바람 쐬고 좀 나아졌기를 바랍니다 아침 낮 많이 다르더군요 그걸 자주 느낀 건 아니지만... 꽃을 봐서 기분 좋았겠습니다 오늘만 지나면 사월이네요 콘서트 하는 날 기다려지겠습니다 어느새 사월이 온다니...


희선

거리의화가 2023-03-31 09:09   좋아요 2 | URL
네. 어제도 계속 좀 어지럽긴 했는데 콧바람 쐬니 기분은 좋았어요^^ 아침이랑 낮 기온이랑 너무 차이나서 요즘 옷 입기가 정말 애매합니다^^ 콘서트는 4월말이라... 아직!ㅎㅎ 콘서트 덕분에 기다려질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3-03-31 06: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개나리는 우리 동네에서 찾아보기가 참 귀한 꽃입니다. 여기서 보니 이쁘네요. 노랑노랑허니...^^;;;
김윤아 찐팬님!
공연 잘 보고 오시구요^^

거리의화가 2023-03-31 09:11   좋아요 3 | URL
제가 올린 사진으로 개나리 구경하셔서 저도 좋네요^^ 봄하면 노랑 아닙니까?ㅎㅎㅎ 저는 연둣빛 어린 초록색과 더불어 노란색을 정말 좋아해요. 그러고 보면 다 봄과 연관된 색이네요^^
김윤아 팬한지도 정말 오래됐네요. 데뷔 앨범 때부터 좋아했으니 이제 더 지나면 30년 되겠습니다!ㅋㅋㅋ 나무님 감사해요^^
 

14. 위 세가

혜왕 - 맹자
안희왕 / 신릉군

자격이 조가朝歌에서 위 문후의 사부 전자방만났다. 자격은 수레를 비
키게 한 다음, 수레에서 내려 그를 뵈었다. (그러나] 전자방은 예우하지 않았다. 자격이 이 때문에 물어 말했다.
"부귀한 사람은 남에게 교만합니까? 아니면 빈천한 사람이 남에 - P556

게 교만합니까?"
자방이 말했다.
"원래는 빈천한 사람만이 남에게 함부로 굴 뿐이오. 제후로서 남에게 함부로 굴면 그 나라를 잃을 것이며, 대부이면서 남에게 교만하면 그 나라를 잃을 것이오. 빈천한 사람은 행동이 왕의 뜻에 들어맞지 못하고, 진언을 해도 등용되지 못하면, 그를 떠나서 초, 월나라로 가기를 마치 신을 벗듯이 할 것이니 어찌 이것을 동일시하겠습니까!"
자격이 언짢아하며 떠났다. - P557

이극이 말했다.
"왕께서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는 그의가까운 사람들을 살피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함께하는 사람을 살피며, 현달했을 때에는 그 사람이 추천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한 때에는 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가난할 때에는 그 사람이 가지느려 하지 않는 것을 살피십시오. 이 다섯 가지로써 충분히 사람을 정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저 같은 사람의 말을 기다리시는지요!"
-> 위문후가 상국을 정하는 일에 대한 이극의 답 - P558

혜왕이 전쟁에서 여러 번 실패하니 겸손한 예절과 많은 예물로써어진 자들을 초빙했다. [이때] 추연鄒衍, 순우곤淳于髡, 맹가孟軻가 모두 대량大梁으로 왔다.
양혜왕梁惠王이 말했다.
"과인이 재주가 없어서 군대는 세 번이나 밖에서 잃어버리고, 태자는 사로잡혔으며 상장군이 전사하였으니, 나라가 텅 비어 있어 선왕과 종묘사직을 욕되게 하였습니다. 과인은 이 점을 매우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노인장께서 천리를 멀다 않으시고 욕되게도 우리나라의 조정까지 이르렀으니, 장차 무엇으로써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겠습니까?"
맹가가 말했다.
"군왕께서 이처럼 이로움에 대해 말씀하지 마십시오. 왕께서 이로움을 바라신다면 대부도 이로움을 바랄 것이며, 대부들이 이로움을 바란다면 백성들도 이로움을 바랄 것이니, 위와 아래가 이로움을 다투면 나라는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임금 노릇하는 자는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이지, 어찌 이로움을 추구하십니까?" - P566

소대蘇代가 위나라 왕에게 말했다.
"옥새를 가지려는 자는 단간자요, 땅을 가지려는 자는 진나라입니다. 지금 왕께서 땅을 가지려는 자로 하여금 옥새를 장악하게 하고, 옥새를 가지려는 자로 하여금 땅을 가지려는 자를 장악하게 한다면, 이 싸움은 위나라의 땅을 모두 잃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하물며 땅을 바치면서 진나라를 섬긴다면, 이는 마치 땔나무를 안고서 불을 끄러 가는 것이니, 땔나무가 모두 타 버리지 않으면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왕이 말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오. 일이 시작되어 이미 행해지고 있으니, 바꿀 수는 없소."
소대가 대답해 말했다.
"왕께서는 박희博戲˚를 두는 사람들이 올빼미를 귀하게 여기는까닭을 어찌 알지 못하십니까? 유리하면 (말을) 먹어 버리고, 불리하면 멈춥니다. 지금 왕께서 말씀하시기를 ‘일이 시작되어 이미 행해지고 있으니, 바꿀 수는 없소.‘ 라고 하시니, 이 어찌 왕께서 지혜를 쓰시는 것이 올빼미를 쓰시는 것만 못하십니까?" - P574

당저가 대답했다.
"위나라는 만승萬乘의 나라입니다. 그러면서도 서쪽으로 바라보아 진나라를 섬기며 동쪽의 속국으로 칭하고 관제官制를 받아들이고 봄, 가을로 제사를 지내는 까닭은 진나라가 강성하여 서로 회동할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나라와 초나라 군대가 이미 위나라 교외에서 모였는데 진나라가 구원병을 내주지도 않고, 다급하지 않다고 핑계만 삼고 있습니다. 위나라가 너무 다급해지면 위나라는 다시 땅을 떼어 주고 합종을 맺을것이니, 왕께서는 또한 어떻게 구원하시겠습니까? 끝까지 다급할때를 기다려서 그들을 구하시려면 이는 동쪽의 번국藩國인 위나라를 잃고, 두 적제나라와 초나라 강성하게 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대왕께 무슨 이로움이 있겠습니까?"
이에 진나라 소왕은 즉시 군대를 일으켜 위나라를 구원했다. 위씨위나라는 안정을 되찾았다. - P577

옛날의 합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초나라와 위魏나라가 의심하고 한나라 또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나라가 진나라] 공격을 삼 년이나 받고, 진나라가 한나라를 꺾어 강화하려고 하는데, (한나라는 망할 줄을 알면서도 이를 듣지 않고, 조나라에 인질을 보내 천하 - P581

의 제후들과 합종하여 진나라와 싸우기를 원하니 초나라와 조나라는 반드시 병력을 모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진나라의 욕망이 끊임이 없어, 천하의 나라를 전부 멸망시키고 해내천하를 신하로 삼지 않으면 반드시그치지 않을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은 합종으로써 왕을 섬기고자 하니, 왕께서는 빨리 초나라와 조나라의 맹약을받아들이고, 한나라의 볼모를 잡고서 한나라를 살려 두어 옛 땅을 요구하면 한나라는 반드시 이를 실행할 것입니다. 이는 선비들과 백성들을수고롭게 하지 않고도, 옛 땅을 얻게 되는 것으로 그 공은 진나라와 함한나라를 공멸하고, 강력한 진나라와 이웃하는 화를 초래하는 것보다 많아집니다. -> 신릉군 무기가 안희왕에게 간하다 - P582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옛 대량의 옛터를 찾았는데, 옛터속의 사람이 말하기를
‘진秦나라가 대량을 쳐부술 때, 강물을 끌어들여서 대량성을 잠기게하였는데, 석 달이 지나자 성이 무너져 내려, 위나라가 항복을 청하여 마침내 위나라를 멸망시켰다.‘ 라고 하였다. 논의하는 자들은 모두 ‘위나라가 신릉군을 등용하지 않은 까닭에 나라는 쇠약해지고,
멸망에 이르렀다.‘ 라고 하였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늘은 진나라로 하여금 해내를 평정하게 한 것이지만, 아직 그 과업 - P584

이 완수되지 못했으므로 위나라가 비록 아형衡과 같은 어진 신하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무슨 이로움이 있었겠는가?" - P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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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142호 - 2023.봄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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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냉전의 동아시아 공간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본 특집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자조라는 용어의 기원부터 시작하여 현대 이후 한국에 이 담론이 어떻게 적용되고 변주되는지(미국의 대외원조와 접촉하며 변주를 겪었다) 알려주는데 아주 흥미로워 향후 더 깊이 조사해보고 싶은 생각이 이는 발제 논문이었다.
제주 4.3 사건에서 갖은 이유로 ‘손상’의 주체로 만들어내려는 당국의 의도 하에 수용소가 운영되었음은 인권의 또 다른 유린 현장을 들여다보게하는 아픔이었다.
베트남전쟁 파병에 대해 한국 대학생의 인식은 어떠하였는지도 흥미로웠다. 베트남에 6차례에 걸쳐 대학생 위문단을 파견한 정부의 의도가 파병에 대한 국내 여론을 의식하여 한일협정 파문에 따른 대학생들의 시위를 누그러뜨리려는 시도의 일환에서였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후 타이완 냉전주체인 영예국민, 그리고 영예국민지가라는 것은 생소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주제였다. 타이완 국민당 정부가 한국전쟁 이후 동아시아 반공 기지로서의 역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타이완은 퇴역 군인, 반공의사, 대륙에서 귀환한 동포 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이용하여 섬 전체를 반공기지로 자기매김하려는 의도를 공고히 하였다.

역비논단 주제는 조금은 아쉽기도 했는데 식민주의 역사학에 대한 단상, 세키노 타다시의 한국 고적 조사에 대한 시각은 내가 이미 몇몇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던 부분이라 새로울 것이 없었다. 다만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에 대한 실체와 조선후기 화이론을 문화가 아니라 풍기적으로 접근한 논문은 잘 읽었다.

어느덧 5번째로 연재되고 있는 세종 시대의 재조명 기사는 뉴라이트 역사가들과 지식인들의 허점이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라도 이런 기획의 논문이 지속적으로 나와주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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