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는 맥락, 상황과 교차한다.

텍스트는 그것이 만들어진 상황context 속에 있다는 것, 상호 텍스트 의존성intertextuality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과거에발터 벤야민이 "창조성‘의 원리라는 이름의 생산적인 인격의 교만"이라고 부른 것 (그 기능에 의해 작가가 자신의 정신에 근거하여, 자신의순수한 정신으로부터 작품을 만들어 낸다고 믿고 있는 것), 습관과 선례 그리고 수사양식의 압박에 의해 사고방식이 제한되는 것을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인문학자들은 정치적·제도적 이데올로기적인 강제가 동일한 방식으로 개별 저술가들 위에 작용하고 있음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 - P36

이 책에서 권위를 연구하면서 내가 사용한 방법론상의 중요한 개념 장치는, 전략적 위치설정과 전략적 편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전략적 위치설정이란, 저술가가 주제로 취급한 동양적인 소재에 관한텍스트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서술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전략적 편성이란 텍스트들의 그룹, 텍스트들의 유형, 심지어 텍스트의 장르가음에는 텍스트들 자체 속에서, 그 뒤에는 문화 전체 속에서, 수량과 밀도 및 참조 능력을 확보하는 과정과 텍스트들의 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 P49

나는 오리엔탈리즘의 텍스트를 분석하면서, 동양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묘사로서의 표상이 아니라, 조작representation으로서의 표상이라는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에 역점을 두었다. 이러한 흔적은 분명히 예술적인 (틀림없이 상상력이 낳은) 텍스트의 경우와마찬가지로 소위 진리를 말하는 텍스트(역사서술, 문헌학적 분석, 정치적논문)의 경우에도 현저히 나타난다. 주목하여야 할 사실은 문체, 수사적표현법, 배경설정, 설명의 기교, 역사적 및 사회적 여러 조건이지, 표상의 정확함이나 어떤 위대한 원전에 대한 충실함이 아니다. - P55

문학과 문화는 정치에 대해서 또 역사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너무나도 자주 본다. 그러나 그것을 옳다고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리고 나는 오리엔탈리즘을 연구한 결과, 사회와 문자문화는 동시에 다루지 않으면 이해할 수도, 연구할 수도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확신하게 되었다(나는 이를 문학을 연구하는 동료들에게도 확신시키고자 희망한다).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흉노를 경계해야 한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기열전 1 - 개정2판 사기 (민음사)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만에 다시 읽은 사기 열전은 또 읽어도 왜 이리 재미날까. 수면 아래 잠자던 나의 지각 세포를 깨우듯 활자를 읽어나가며 그래, 이런 인물이 있었지. 아무리 오래 전에 읽었어도 읽는 순간 새롭지 않다는 경험을 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처음에 사기 시리즈를 읽을 때는 '열전'부터 읽었었다. 재미를 보장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중국 고대사에 대한 얼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읽어서 그냥 이런 인물이 있나보다 하고 넘어간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헌데 책을 보니 내가 무척 열심히 읽었는지 밑줄까지 벅벅 그어가며 읽은 흔적을 발견했다(물론 기억은 없다).

본기는 '항우'를 제외하고는 당연시되는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고 세가나 열전과는 다르게 정제되어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가와 열전은 실려 있는 인물들만 봐도 사마천의 입김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또 대화문이 중심인 경우가 많아 역사를 모르고 사건과 인물에만 집중해도 읽기에 수월하여 그런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열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자객 열전'이다. 처음에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아니 무슨 자객의 일화가 역사에 실리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들은 춘추 전국 시대에 활동한 자객들로 무려 다섯 명의 활약상이 실려 있다. 이 중 인상적인 이는 역시 '진시황'(이 때는 황제가 아닌 왕자 시절)을 공격한 형가(연나라 출신)다. 형가 뿐 아니라 진시황은 수시로 노리는 자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사마천이 자객들의 일화를 열전에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들이 죽이려고 했던 대상은 결국 개인적으로 보면 원수다. 그러나 자객의 활동으로 죽을 뻔 한 사람은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잘못 하고 있구나.' 개인들이 모여 집단이 되는 것처럼 이들은 때로 다수의 원수가 된 사람들이었고 이를 처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객들은 뛰어든 것이다. 사마천도 그저 개인의 원한으로 뛰어든 자객보다 집단의 원한을 갚기 위해 뛰어든 자객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전국 시대 대표 공자들인 맹상군, 평원군, 신릉군, 춘신군의 4명의 열전도 실려 있다. 이 중 신릉군은 '위 공자 열전'으로 실려 있다.
이 네 명의 공자들은 집 안에 식객을 많이 거느린 것으로 유명한데 유독 맹상군의 식객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는 사마천의 평가가 부정적이었던 것이 후대에 영향을 끼쳤던 것이 아닐까. 명성과 이익을 쫓았던 인물평이 악수로 작용한 경우다.그렇다고 해도 선비를 집안에 들이려 한 것은 자신의 이득만은 아니고 배움에 대한 열정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지.
평원군은 다른 사람의 간언과 충고를 잘 받아들이고 나라에 충성했으며 이웃에도 잘 했기에 명망을 떨쳤으나 때론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춘신군은 초나라 재상을 20년 간 지내면서 합종책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진나라에 대항하고 노나라를 접수하면서 초나라를 부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 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4명의 공자들 중 위나라 공자인 신릉군 무기는 가장 어질고 능력까지 출중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무엇이 달랐을까. 똑같이 빈객과 선비를 집 안에 초대했어도 초대받은 이들로부터 충성과 존경을 얻고 아니고의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또 신릉군은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났다고 한다. 전쟁과 기아 등으로 혼탁했던 시기에 이 능력은 비범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질이었을 것 같다.

전국시대 유명한 군사가였던 악의와 정치가였던 염파, 인상여는 조나라에서 활약한 사람들이다. 조나라는 춘추전국시대에 은근한 강자였다. 서쪽에 진나라가 있었고 남쪽에 초나라, 북쪽에 연나라가 있었고 또 조나라가 있었다. 지리적으로 조나라가 이 중간에 위치해서인지 외교와 정치,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많은 인물들이 오가고 탄생하는 곳이 아니었을까.
악의는 위나라 출신이었지만 조나라에서 벼슬을 했고(물론 그 후에 활약은 연나라에서 제나라를 물리치는 데 공을 세웠다) 염파와 인상여는 약화되었던 조나라를 부흥시키는 데 활약했던 인물들이다. 경쟁자였던 염파와 인상여가 나란히 다루어졌다는 것이 후대의 독자로서 놀라운 지점이다. 사마천의 평가는 인상여에게 좀 더 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도덕적인 면(너그러움, 인)에 대한 평가 때문인 듯하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를 찾아가 변설하는 장면은 어디에도 꿇리지 않는 기개와 용기를 느끼게 했고 자연스레 조나라의 국격까지 높이는 모습이었다.

조나라 왕은 염파 대신 조괄을 장군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자 인상여가 말했다.
"왕께서는 명성만 믿고 조괄을 쓰시려 하는데, 이는 거문고의 괘棵를 아교로 붙여서 고정시키고 연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조괄은 그저 자기 아버지가 남긴 병법 책을 읽었을 뿐 사태 변화에 대처할 줄은 모릅니다."
그러나 조나라 왕은 듣지 않고 마침내 조괄을 장군으로 삼았다.
조괄은 스스로 어릴 적부터 병법을 배워 군사에 대해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자기를 당할 자가 없다고 했다. 일찍이 그는 아버지 조사와 함께 군사적인 일을 토론한 적이 있는데, 조사는 그를 당해 낼 수없었다. 그러나 조사는 그가 잘한다고 하지 않았다. 조괄의 어머니가 조사에게 그 까닭을 묻자 조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란 목숨을 거는 거요. 그런데 괄은 전쟁을 너무 쉽게 말하오. 조나라가 괄을 장군으로 삼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만일 괄을 장군으로 삼는다면 틀림없이 조나라 군대는 파멸당할 것이오." - P538

언제나 함께 따라다니는 소진과 장의는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소진이 합종을 주장했다면 장의는 연횡의 대표주자다.
소진 열전에는 소진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소진의 두 동생인 소대와 소려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소진이 합종에 성공해 육국의 재상이 되어 13 년간이나 자리했다는 것은 평가를 떠나서 그의 능력에 출중함을 엿보이게 한다. 소진은 진나라에 갔다가 거절 당하고 나서 육국을 차례로 돌면서 유세를 한다. 그의 유세법은 탁월한데 각 나라에 맞춰 그럴 듯한 설득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나라에 가서는 닭부리가 되라'고 하고 위나라에 가서는 '싹을 잘라라'라고 하고 제나라에 가서는 '실질적 이득을 생각하라'고 한다. 사실 어디에든 통하는 말일 수 있지만 이것이 먹혀 들어갔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주고 설득하는 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소대와 소려는 연나라를 위해 계략을 꾸며 제나라를 물리친다.
장의 열전에도 장의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라이벌이었던 진진, 서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은 모두 연횡을 주장했다.
장의는 진나라 재상으로서 제나라, 초나라를 이간시켜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이 때 장의가 진나라를 가도록 만든 배후 인물이 소진이었다는 것은 놀라웠다(가신으로 하여금 장의를 화로 정신차리게 한 것). 위나라를 시작으로 초->한->제->조->연을 차례로 돈다. 진나라 혜왕이 장의를 지지했다면 뒤를 이은 무왕은 장의를 탐탁해하지 않았다. 때문에 제후들은 이 때 눈치를 보다 연횡에서 벗어나 합종을 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때 이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이 가겠다 단언하며 위나라로 갔으나 간 지 1년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진진은 장의와 함께 혜왕의 총애를 함께 다툰 인물이고 서수는 장의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고 장의가 죽고 나서 장의의 자리를 차지하여 활약한 인물이다.

합종에 참가하는 나라들은 양떼를 몰아 사나운 호랑이를 공격하는 꼴과 다르지 않습니다. 호랑이와 양은 서로 적수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한데도 왕께서는 사나운 호랑이와 손잡지 않고 양떼 편에 섰습니다. 신은 왕의 계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천하의 강한 나라는 진나라가 아니면 초나라이고, 초나라가 아니면 진나라입니다. 두 나라가 서로 다툰다면 그 형세는 양립할 수 없을 것입니다. - P282

합종은 초나라를 위한 일이지 조나라를 위한 일이 아닙니다. 제 주인이 앞에 있는데 저를 꾸짖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초나라 왕이 말했다.
"옳은 말이오. 참으로 선생의 말씀이 맞소. 삼가 나라를 받들어 합종하겠소."
모수가 물었다.
"합종이 결정된 것입니까?"
초나라 왕이 대답했다.
"결정됐소."
그러자 모수는 초나라 왕의 좌우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닭과 개와 말의 피를 가져오시오." 모수는 구리 쟁반을 받쳐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초나라 왕에게 올리면서 말했다.
"왕께서 먼저 피를 마셔 합종을 약속하셔야 합니다. 다음 차례는 제 주인이고, 그 다음 차례는 접니다."
이렇게 하여 어전 위에서 합종 약속을 맺었다. 그러자 수는 왼손으로는 구리 쟁반의 피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열아홉 명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은 당 아래에서 서로 이 피를 마시시오. 그대들은 범속하고 무능하며 남의 힘으로 일을 이루는 자들에 불과합니다." - P408

열전은 총 70명의 인물을 다루는데 1편은 딱 절반인 35명의 인물을 다루었다. 900여페이지에 달함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2권도 기대가 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시우행 2023-04-24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괄의 어머니는 정말 현명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어요. 안다는 것과 실제로 활용한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으니까요. 멋진 서평입니다.

거리의화가 2023-04-25 09:04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경지인 듯해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3-04-25 0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읽을 때 더 재미있으셨군요 그동안 중국 역사를 공부해서 여기 나오는 사람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을 것 같네요 그때 사람을 보고 배울 것도 많겠습니다 반대로 그러지 않아야겠다 생각하는 것도...


희선

거리의화가 2023-04-25 09:05   좋아요 1 | URL
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맞아요. 물론 역사를 몰라도 이야기만으로 재밌지만 역사를 알면 훨씬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훌륭한 인물만이 아니라 찌질하기도 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함께 실음으로써 다양한 사람이 역사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인간에게도 다양한 면이 있듯이요.

그레이스 2023-04-25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시 읽고 싶네요^^

거리의화가 2023-04-25 09:06   좋아요 1 | URL
재독 가시나요? 재독하니 더 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래서 재독, 삼독 하는 건가봐요ㅎㅎㅎ

페넬로페 2023-04-25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을 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거리의화가님은 중국문학쪽 체질이신가봐요~~
저도 재독 가야할듯요^^

거리의화가 2023-04-26 09:23   좋아요 1 | URL
역사인데 문학(!) 같은 느낌이 나는 책이긴 하죠^^; 근데 역사적 배경이 없었다면 재미를 이만큼 갖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사실을 기반한 문학이 더 읽기 수월한 듯합니다.
 

오리엔탈리즘: 서양이 동양에 관계하는 방식, 타자화(이미지)

오리엔탈리즘은 ‘동양‘과 (대체로) ‘서양‘이라고 하는 것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존재론적이자 인식론적인 구별에 근거한 - P16

하나의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시인, 소설가, 철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식민지 제국의 관료를 포함한 수많은 저술가들이 동양과 그 주민,
풍습, ‘정신‘, 운명 등등에 관한 정교한 이론, 서사시, 소설, 사회적 설명, 정치적 기사를 쓰는 경우 그 출발점으로 동양과 서양을 나누는본적인 구분을 수용하여 왔다. 그리고 ‘이러한 종류의 오리엔탈리즘을, 예컨대 아이스킬로스를 비롯하여 빅토르 위고), 단테, 칼 마르크스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 P17

오리엔탈리즘이란 지정학적인 지식을 미학적, 학문적, 경제적, 사회학적, 역사적, 문헌학적인 텍스트로 분배하는 것이다. 또한 오리엔탈리즘이란 (세계를 동양과 서양이라는 불균등한 두가지로 구성하는) 지리적인 기본 구분일 뿐만이 아니라, 일련의 ‘관심‘,
곧 학문적 발견, 문헌학적 재구성, 심리학적 분석, 풍경, 사회학적 서술과 같은 매개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관심‘을 주도면밀한 것으로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오리엔탈리즘이란, 우리의 세계와 명백하게 다른 (또는 우리의 세계와 대체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배하고 조종하며, 심지어 통합하고자 하는 일정한 의지나 목적의식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기보다도 도리어-그자체이다. 무엇보다도 오리엔탈리즘이란 하나의 담론, 곧 살아 있는 정치권력과 직접적인 대응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다양한 권력과의 불균형적인 교환과정 속에서 생산되고, 또한 그 과정 속에 존재한다. - P3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4-24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엇 오리엔탈리즘 시작하셨습니까. 멋져요!!

거리의화가 2023-04-24 09:22   좋아요 0 | URL
네. 2월에 샀는데 이제 시작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읽으려구요.
 

그때 우연은, 그 안에서 우리 삶을 구성하기 위한 조직과 노력의 효시 같은 걸 우리가 식별할 수 있기에 아름답게만보인다. 우연은 마치 우리가 몇몇 이미지들을 소유하도록 예정되었다는 듯이, 이런 이미지들의 소유를 쉽게 하고, 불가피 - P306

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기억하는 걸 멈출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그런 정지의 순간 후에 잔인하게 만든다. 그리고이런 우연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우리는 다른 수많은 것들과마찬가지로 그 이미지들을 쉽게 망각했을 것이다. - P307

나는 그녀들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인간에 대해 좋아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을 예고하는 그 슬픔, 그 돌이킬 수 없음의 감정, 그 고뇌가 폭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가능이라는 위험이 따라야 한다. - P317

우리가 원하는 사건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일어나지 않으며, 기대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점 대신에 우리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다른 이점들이 나타나 결국 모든 것은 상쇄되기 마련이다.
또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전체를 통틀어 살펴보면 결국은 우연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 P361

지혜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고, 면제해 줄 수 없는 긴 여정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네. 지혜란 사물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이지. 자네가 감탄하는 삶, 고상하다고 생 - P368

우리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첫번째 시각의 오류를 깨달은 후에야 한 존재에 대한 정확한인식에 만약 이런 인식이 가능하다면 ― 도달한다. 그러나 정확한 인식은 사실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 대한 우리 시각이 수정되는 동안, 그 사람 자신도 무기력한 대상이 아닌 이상 변하기 마련이므로, 그를 포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마침내 그 모습을 보다 분명히 보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우리가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믿은 그 이미지는 단지 예전에 포착했던 옛 이미지들에지나지 않으므로 더 이상 그를 나타내 주지 못한다. - P383

이 찬란한 아침은 그토록 짧기에 우리는 소중한 밀가루 반죽마냥아직 만들어지는 중인 살갗을 가진 어린 소녀들만을 특히 사랑한다. 소녀들은 매 순간 그녀들을 지배하는 일시적인 인상들로응고된 유연한 물질의 물결에 지나지 않는다. - P435

인간의 얼굴은 진정으로 어떤 동양의 신통기(神統記)*에 나오는 신의 얼굴과도 흡사하다. 상이한 면 속에 나란히 놓여 있지만 한 번에는 볼 수 없는 한 덩어리 얼굴들.
그러나 이런 놀라움은 상당 부분 그 존재가 우리에게 예전과 같은 얼굴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연유한다.



한 존재를 회상한다는 건 실은 그 존재를 기억하지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눈이 볼 수 있는한, 망각했던 모습이 다시 나타나면, 우리는 그 모습을 알아보고 그 빗나간 선을 수정한다. - P454

겉모습이나 가식적인행동, 흉내,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그들로부터 찬사를받고 싶은 욕망, 바로 이런 것들이 말이나 몸짓에 거짓 꾸밈을 덧붙이는 것이다. - P49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3-04-24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문장을 뽑으셨습니다. 찬찬히 읽어 보니 음미할 만한 글이 많네요.
특별한 줄거리라고 할 게 없는 유명한 책의 특징은 문장이 좋다고 거죠.

거리의화가 2023-04-24 13:17   좋아요 0 | URL
잃시찾 시리즈 이제 4권까지 읽었는데요. 이야기나 사건에 주목되기보다는 좋은 문장들이 참 많네요. 두고 두고 써먹을 수 있는 문장이 많아서 결국 회자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