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연은, 그 안에서 우리 삶을 구성하기 위한 조직과 노력의 효시 같은 걸 우리가 식별할 수 있기에 아름답게만보인다. 우연은 마치 우리가 몇몇 이미지들을 소유하도록 예정되었다는 듯이, 이런 이미지들의 소유를 쉽게 하고, 불가피 - P306

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기억하는 걸 멈출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그런 정지의 순간 후에 잔인하게 만든다. 그리고이런 우연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우리는 다른 수많은 것들과마찬가지로 그 이미지들을 쉽게 망각했을 것이다. - P307

나는 그녀들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인간에 대해 좋아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을 예고하는 그 슬픔, 그 돌이킬 수 없음의 감정, 그 고뇌가 폭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가능이라는 위험이 따라야 한다. - P317

우리가 원하는 사건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일어나지 않으며, 기대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점 대신에 우리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다른 이점들이 나타나 결국 모든 것은 상쇄되기 마련이다.
또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전체를 통틀어 살펴보면 결국은 우연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 P361

지혜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고, 면제해 줄 수 없는 긴 여정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네. 지혜란 사물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이지. 자네가 감탄하는 삶, 고상하다고 생 - P368

우리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첫번째 시각의 오류를 깨달은 후에야 한 존재에 대한 정확한인식에 만약 이런 인식이 가능하다면 ― 도달한다. 그러나 정확한 인식은 사실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 대한 우리 시각이 수정되는 동안, 그 사람 자신도 무기력한 대상이 아닌 이상 변하기 마련이므로, 그를 포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마침내 그 모습을 보다 분명히 보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우리가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믿은 그 이미지는 단지 예전에 포착했던 옛 이미지들에지나지 않으므로 더 이상 그를 나타내 주지 못한다. - P383

이 찬란한 아침은 그토록 짧기에 우리는 소중한 밀가루 반죽마냥아직 만들어지는 중인 살갗을 가진 어린 소녀들만을 특히 사랑한다. 소녀들은 매 순간 그녀들을 지배하는 일시적인 인상들로응고된 유연한 물질의 물결에 지나지 않는다. - P435

인간의 얼굴은 진정으로 어떤 동양의 신통기(神統記)*에 나오는 신의 얼굴과도 흡사하다. 상이한 면 속에 나란히 놓여 있지만 한 번에는 볼 수 없는 한 덩어리 얼굴들.
그러나 이런 놀라움은 상당 부분 그 존재가 우리에게 예전과 같은 얼굴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연유한다.



한 존재를 회상한다는 건 실은 그 존재를 기억하지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눈이 볼 수 있는한, 망각했던 모습이 다시 나타나면, 우리는 그 모습을 알아보고 그 빗나간 선을 수정한다. - P454

겉모습이나 가식적인행동, 흉내,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그들로부터 찬사를받고 싶은 욕망, 바로 이런 것들이 말이나 몸짓에 거짓 꾸밈을 덧붙이는 것이다. - P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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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24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문장을 뽑으셨습니다. 찬찬히 읽어 보니 음미할 만한 글이 많네요.
특별한 줄거리라고 할 게 없는 유명한 책의 특징은 문장이 좋다고 거죠.

거리의화가 2023-04-24 13:17   좋아요 0 | URL
잃시찾 시리즈 이제 4권까지 읽었는데요. 이야기나 사건에 주목되기보다는 좋은 문장들이 참 많네요. 두고 두고 써먹을 수 있는 문장이 많아서 결국 회자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